취재부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바닷가재는 신체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껍질을 감싸고 있다. 약육강식의 바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어쩌면 액체와도 비슷한 신체 기관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이다.

바닷가재와 같은 갑각류가 갖고 있는 단단한 껍질은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신체 내부가 성장하게 되면 외피, 즉 껍질을 벗는 탈피라는 성장 전략을 쓴다.

말랑한 신체 내부가 그대로 드러나는 만큼 이때 바닷가재는 바다 속에서 가장 약한 존재가 된다. 누구에게나 쉽게 공격받을 수 있고, 약한 공격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코로나19(COVID-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국내 제약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원액으로만 생산하고 있다.

백신은 원액으로 생산한 후 시장 수요에 따라 완제품으로 만들어 공급한다. 그런데 스카이코비원이 원액으로만 생산되고 있다는 건 완제품을 생산할 공급 수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러 변이종이 발생하면서 이들을 한 번에 예방할 수 있는 개량백신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런 상황에서도 백신 접종률은 낮아지는 상황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정부에서도 스카이코비원이 개량백신으로 개발되지 않는 한 추가적인 수요가 없어져 생산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팬데믹 시대에 글로벌 제약사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실제로 작년 전 세계 매출 상위 10대 의약품 중 코로나19 백신 3개가 포함됐다. 이들의 연간 매출만 약 100조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야심차게 출발한 국산 백신은 결국 이 시장을 공략하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1%의 점유율만 가져왔어도 국내 제약사 연매출에 달하는 1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지만, 결국 글로벌 시장 벽을 허물지 못했다.

우려할 일은 아니다. 신종플루 당시처럼 백신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에 구걸하는 일은 없었고, 개발이 늦긴 했지만 국산 기술로 백신을 개발하면서 백신주권 쟁취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단한 껍질에서 탈피한 바닷가재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다. 그러나 이 때가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몸집이 더 커지고 보다 단단한 껍질을 갖춘다면 수많은 위협이 존재하는 바다 속에서 강해질 수 있다.
바닷가재가 성장할 수 있는 순간은 가장 약해진 순간인 탈피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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