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학회 진상만 환자관리간사(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政, 시범사업 활성화되지 못해 본사업 전환보단 연장 고민
진상만 환자관리간사 "다회 인슐린 치료 필요한 2형도 포함하면 병원·환자 참여 늘 것"

▲대한당뇨병학회 진상만 환자관리간사(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대한당뇨병학회 진상만 환자관리간사(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3년간 시행된 '1형 당뇨병 재택의료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이 불투명해지면서 당뇨병 학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뇨병 환자가 사용하는 연속혈당측정(CGM)의 이득은 기기만 보급하거나 통상적 외래 진료 수준 교육만으로 얻을 수 없고, 시범사업 수준의 집중교육이 있어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범사업 성과를 인정할지라도 본사업으로 진행하기엔 시범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본사업 전환보단 시범사업 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전해진다. 

대한당뇨병학회 진상만 환자관리간사(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시범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를 진행상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를 만나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이 필요한 이유와 시범사업 기간이 연장될 경우 보완점에 대해 들었다.

시범사업 핵심, 당뇨병 환자 '집중교육'

1형 당뇨병 재택의료 시범사업은 지속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에서 환자 스스로 안전한 자가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교육상담, 환자 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범사업 기간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이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저혈당과 심한 고혈당이 나타나는 등 혈당 변동 폭이 크다. 이러한 혈당 패턴을 확인하고자 CGM 기기를 사용하며, 기기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통상적 진료에서 시행하는 교육에 더해 집중교육이 필요하다.

국내 연구팀이 올해 Diabetes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표준교육과 함께 집중교육을 받은 1형 당뇨병 환자군에서 표준교육만 받은 환자군보다 혈당 조절 혜택이 크게 나타났다. 집중교육을 받은 환자에게는 4, 6주에 추가 대면교육과 10주에 전화교육을 시행했고 혈당 패턴에 따른 자세한 대처법을 안내했다. 이는 시범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는 "집중교육을 받은 1형 당뇨병 환자가 CGM 기기를 사용하면 본인뿐 아니라 의료진도 혈당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진은 이를 토대로 환자에게 간단한 교육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집중교육을 받은 환자는 이 정도만으로도 혈당 관리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며 "'재택의료' 시범사업으로 명명됐지만, 그보다 집중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시범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병원 아니면 문서 업무 감당 어려워

▲대한당뇨병학회 진상만 환자관리간사(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대한당뇨병학회 진상만 환자관리간사(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그러나 정부는 시범사업의 효과를 판단할 만큼 병원 및 환자 참여가 적어 본사업 전환이 어렵고 시범사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시범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대형병원이 아니면 시범사업 관련 문서업무를 감당하기 힘든 현실 때문이다. 병원에서 문서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충원하지 않으면 시범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것.

그는 "의사는 한정된 시간 내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문서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 병원만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한 병원은 대학병원을 포함해 국내에 소수에 불과하다"며 "시범사업에 관심 있지만 문서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참여하지 못한 2차 병원이 많았다. 문서업무 문제만 해결해도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병원이 많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병원의 문서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범사업 효과 평가에 활용하지 못하는 항목들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평가된다. 

그는 "교육 효과 평가 등 데이터가 쌓여도 통계에 사용하기 어려운 주관적 평가항목이 많다. 이런 항목은 조사하지 않거나 줄이고, 실제 혈당 조절 정도와 환자 만족도 등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환자 만족도 평가는 모바일을 이용하는 등 간소화된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범사업이 연장된다면 남겨두거나 제외할 평가항목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단코드 아닌 '인슐린 분비능'으로 시범사업 대상군 정해야

시범사업 대상군도 1형 당뇨병으로만 국한해 병원 및 환자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루 2회 이상의 다회 인슐린을 투여하는 2형 당뇨병 환자도 1형과 유사한 치료가 진행된다. 다회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2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 패턴에 따른 집중교육을 받으면 1형과 마찬가지로 표준교육을 받은 이들보다 혈당이 잘 조절된다고 보고된다.

즉 진단코드에 따라 1형 또는 2형 당뇨병으로 나눠 1형만 시범사업 대상군으로 정하기보단, 인슐린 분비능을 확인해 다회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2형도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3년간 시범사업 참여 병원 및 환자 수가 적어 시범사업 성과 평가가 어렵다면 대상군을 넓히는 게 합리적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같은 치료를 받는데 1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만 시범사업 대상군으로 제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인슐린 분비능이 떨어져 다회 인슐린 치료를 받는 모든 당뇨병 환자가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회 인슐린을 투여하는 당뇨병 환자가 많은데, 1형 당뇨병만 대상군으로 정해 가끔 진료실에 오는 환자 1명을 위해 시범사업 교육을 시행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다회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2형 당뇨병 환자도 시범사업에 포함된다면, 환자가 많아져 병원도 인력을 충원하면서 문서업무 부담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병원 참여가 늘 것"이라고 제언했다.

결국 1형 당뇨병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활성화돼 향후 본사업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대상군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시범사업 초반에는 참여 환자 수가 많을까봐 걱정했으나 지금은 반대"라며 "시범사업 대상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면 시범사업 혜택을 받는 환자가 많아져 향후 본사업으로 충분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