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 8세 이상 1형 당뇨병 고위험군 지연제로 첫 허가
임상2상 결과, 1형 당뇨병 발생 2년 유의하게 지연시켜
국내 학계 "면역반응 억제해 매력적이지만, 국내 환자서 효과 재현될지 알 수 없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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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1형 당뇨병 발생을 늦추는 약물이 등장하며 질환 관리 패러다임이 변화하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미국 프로벤션 바이오사의 항CD3 단일항체 약물 테플리주맙(제품명 티지엘드)을 8세 이상의 1형 당뇨병 고위험군의 질환 발생을 지연시키는 약제로 17일(현지시각) 허가했다. 1형 당뇨병 지연제로는 최초다. 

테플리주맙은 지난해 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을 받은 데 이어 1년여만에 승인을 획득했다. FDA 허가에 앞서 지난해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 1형 당뇨병 지연제로 이름을 올렸다. 

테플리주맙은 14일간 1일 1회 30~60분 동안 정맥주사하며, 췌장 베타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를 차단해 인슐린의 정상적 분비를 도와 1형 당뇨병 발생을 늦춘다. 구체적으로 2기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8세 이상에서 3기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 

1형 당뇨병 병기에서 2기는 무증상이지만 혈당대사장애를 동반한 베타세포 자가면역이 있는 경우로 정의한다. 3기는 증상성 1형 당뇨병으로, 2기에서 3기로의 평생 진행 위험은 100%에 가깝고 5년 이내 발생 위험은 75%로 추산된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 John Sharretts 박사는 "이번 허가에 따라 1형 당뇨병 고위험군을 위한 중요한 치료옵션이 추가됐다"며 "임상적으로 1형 당뇨병 진단을 지연시킬 수 있는 약제라는 점에서 고위험군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질병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뇨병 진단 기간, 테플리주맙군 59.6개월 vs 위약군 27.1개월

테플리주맙은 임상연구에서 1형 당뇨병 고위험군의 질환 발생을 늦추고 베타세포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8세 이상의 1형 당뇨병 고위험군 76명이 참여한 무작위 위약 대조 "At-Risk" TN-10 임상2상 결과, 테플리주맙은 1형 당뇨병 발생을 2년가량 유의하게 늦췄다. 

테플리주맙을 정맥주사한 군(테플리주맙군, 44명)과 위약을 투약한 군(위약군, 32명)의 1형 당뇨병 진단까지 걸린 기간은 각 48.4개월과 24.4개월이었다. 연간 1형 당뇨병 진단율은 각 14.9%와 35.9%였다. 

평균 923일 추적관찰(중앙값)한 결과에서는 1형 당뇨병 진단까지 걸린 기간이 테플리주맙군 59.6개월, 위약군 27.1개월이었다. 1형 당뇨병이 발생하지 않은 비율은 각 50%와 22%로, 그 위험은 테플로주맙군이 약 55% 낮았다.

아울러 테플리주맙군은 위약군보다 평균 C-펩타이드 예측능력(AUC)이 더 커, 테플리주맙군의 베타세포 기능이 더 개선됐음을 시사했다. C-펩타이드 수치는 위약군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했지만 테플리주맙군은 안정적이었다. 

테플리주맙의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림프구감소증으로, 발생률은 테플리주맙군 73%, 위약군 6%로 집계됐다. 이 외에 발진은 각 36%와 0%, 백혈구 감소증은 21%와 0%, 두통은 11%와 6%로 조사됐다. 

테플리주맙 제품 라벨의 경고 또는 예방조치에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중증 감염 위험, 생·불활성화·mRNA 백신 회피 등이 포함됐다.

미국당뇨병학회(ADA) 최고의학책임자 Robert Gabbay 박사는 이번 허가에 대해 "테플리주맙은 1형 당뇨병 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는 첫 번째 약제다. 만성질환의 영향을 받는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일보 전진"이라며 "1형 당뇨병 증상 및 부담을 2년 지연시키는 효과는 엄청난 성과다. 혈당 관리 및 급성·장기간 합병증 위험 감소 또는 지연에 장기적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도입 시 고위험군 식별 위한 '선별검사' 논의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테플리주맙은 1형 당뇨병 발생을 크게 늦춘다는 점에서 국내 학계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진상만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1형 당뇨병 발생을 이 정도로 지연시키는 효과를 보인 약제가 없었다"며 "이 때문에 임상연구 결과가 공개되자마자 테플리주맙이 주목받았다"고 밝혔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A 교수는 "망가진 췌장은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테플리주맙은 면역반응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매력적인 약제"라며 "FDA 허가 이후 국내 도입까지 평균 1~2년이 소요되는데, 국내에 도입된다면 외국에서 충분한 모니터링을 거쳐 들어오므로 임상에서 투약에 따른 이득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테플리주맙의 1형 당뇨병 지연 효과가 어느 정도 유지될지는 장기간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A 교수는 "당뇨병은 계속 진행되는 질환으로, 질환 발생을 지연시키는지 또는 관해가 나타나 진행되지 않는지 확인하려면 장기 데이터가 발표돼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면역억제제의 단기간 이상반응은 크게 보고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지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테플리주맙은 1형 당뇨병 환자가 아닌 고위험군에게 효과를 보이므로 투약 전 선별검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형 당뇨병 선별검사를 보편적으로 시행하지 않아 국내 도입 시 선별검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1형 당뇨병 특징상 서양 대상의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진 교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1형 당뇨병 유병률이 낮고 고위험군 선별검사를 하지 않는다"며 "1형 당뇨병은 이질성이 큰 질환이라는 점에서 서양 결과가 국내에서도 재현될지 알 수 없다. 또 테플리주맙은 1형 당뇨병 예방 약제이므로 이미 발생한 환자는 약제 이득을 볼 수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A 교수는 "테플리주맙 투약 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1형 당뇨병 고위험군 선별이 중요하다. 모든 고위험군에 효과적이라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에게서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며 "효과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어 "우리나라는 1형 당뇨병 선별검사를 하지 않으며, 대다수가 고혈당이 나타나고 증상이 생긴 이후 질환을 진단받는다"며 "1형 당뇨병 선별검사가 테플리주맙 사용에 도움 되겠지만, 우리나라는 1형 당뇨병 유병률이 높지 않아 보편적 선별검사를 하지 않는다. 테플리주맙은 1형 당뇨병 고위험군에게 투약한다는 점에서, 어떤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진행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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