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허정 교수

부산대병원 허정 교수(소화기내과)는 엡클루사가 C형간염 정복에 끝판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대병원 허정 교수(소화기내과)는 엡클루사가 C형간염 정복에 끝판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난치성 질환으로 여겨지던 C형 간염 퇴치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직접 작용 항바이러제(DAA)가 개발되고 환자들에게 사용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DAA는 90% 이상 높은 완치율과 복용이 편리한 경구용 제제라는 점을 내세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여러 종류의 약물이 처방되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C형 간염 유전자형에 따른 처방이 상이하고, 비록 2% 내외지만 재감염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길리어드 엡클루사(성분명 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가 허가받으면서 변화하고 있다.

엡클루사는 범유전자형 치료제다. 특히 진행성 간섬유화 동반 간경변증 환자와 비대상성 간견병증 환자에서도 C형간염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에게 금기인 치료제가 존재해 적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못하면 간이식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환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부산대병원 허정 교수(소화기내과)는 엡클루사가 환자의 간 상태에 구애받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 신약 엡클루사가 국내 허가됐다. 기존 약물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과거 국내에서 사용돼왔던 치료제는 제한점이 많았다. 기존 범유전자형 치료제는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에게 금기이고,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게 처방 가능한 또 다른 치료제는 유전자 2형이 많은 국내 환경 안에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유전자형과 간 상태에 상관없이 쓸 수 있는 엡클루사가 등장하면서 보다 쉽고 안전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끝판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특히 엡클루사는 기존 범유전자형 치료제에 비해 안전성 측면에서 더 우월하기에 처방이 수월하다.

- 최근 열린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에서 한국인 대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어떤 내용인가.

한국 환자 특성에 맞춰 유전자 1형, 2형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다. 국내 환자들은 이 유전자형이 많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엡클루사는 이전 DAA 치료 경험이나 대상성 간경변증 유무와 관계없이 좋은 치료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치료 성공률은 글로벌 임상연구인 ASTRAL-1과 유사한 98.1%였다. 특히 이상반응 발생률은 글로벌 연구에서 77.7%였지만, 국내 연구에서는 42.6%로 더 좋았다. 

- 엡클루사는 단백분해효소 억제제(PI)가 포함되지 않는다. 장점이 될 수 있나.

C형간염 치료 약점 중 하나는 내성 변이다. 일반적으로 NS3/3A 단백분해효소 억제제가 포함된 치료제는 유전자 변이가 발생하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다음 치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반면 엡클루사는 NS5A 억제제와 NSB5 중합효소 억제제 복합제로, 변이가 잘 발생하지 않고, 나타나더라도 계속 남아 있지 않는다.

실제 한국은 엡클루사 치료로 인한 유전자 내성 변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엡클루사는 12주 치료다. 8주 치료가 대세인데, 치료 기간도 중요하지 않나.

C형간염 치료는 장기적 치료가 아니다. 길어야 3달이면 치료가 끝나기에 기간의 차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8주 치료가 기간이 짧아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행성 간섬유화 또는 간경변증이 있다면 이상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간섬유화가 없는 환자는 8주 치료를 선호할 수 있겠지만, C형간염 환자 3분의 1은 간섬유화가 진행된 간경변증을 동반하는 만큼 엡클루사가 더 안전할 수 있다.

- 엡클루사가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나.

이전에는 환자의 치료 경험, 유전자형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는데 있어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엡클루사는 12주 치료를 통해 대부분의 환자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편하게 C형간염 치료제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약물상호작용이 있는 약물을 숙지해야 하고, 12주 동안 정확한 약물 복용을 도와줘야 한다.

- 재감염 환자 대상 재치료 옵션도 필요할 것 같다.

최근 개발된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할 때 재발 가능성은 2% 내외로 알려진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보면 주사기, 문신, 피어싱 등을 통해 재감염되는 사례가 더 많다. 때문에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를 제거했더라도 백신처럼 면역이 생기는 건 아니기에 재감염 위험을 충분히 교육하고 있다.

이전에 많이 사용한 다클린자+순베프라 요법에 실패한 환자는 적합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보세비는 닥순요법에 실패한 환자를 포함해 항바이러스제 치료 실패 환자를 위한 재치료 옵션으로 허가됐다.

보세비는 NS5A 억제제가 포함된 치료제로 4주 이상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유전자 1형 환자에서 100% 치료 성공률을 보였다. 이상반응 발생률 역시 글로벌 연구에서는 74%, 국내 환자는 45.5%로 더 좋았다.

- WHO는 2030년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잡았다.

엡클루사와 보세비가 개발되면서 C형간염 퇴치 여정은 최종장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WHO가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를 외치는 만큼 앞으로 C형간염은 상당히 드문 질환이 될 것이다. 한국 역시 C형간염 퇴치를 위해 국가, 정책 입안자들이 나서 진단부터 치료까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경제적 차원의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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