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허정 교수(소화기내과)
엡클루사·보세비 국내 환자 대상 가교 임상연구 결과 발표

부산대병원 허정 교수(소화기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엡클루사·보세비 국내 환자 대상 가교 임상연구 결과가 지난달 30일 대한내과학회지에 게재됐다.
부산대병원 허정 교수(소화기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엡클루사·보세비 국내 환자 대상 가교 임상연구 결과가 지난달 30일 대한내과학회지에 게재됐다.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길리어드 '엡클루사(성분명 벨파타스비르/소포스부비르)', '보세비(벨파타스비르/소포스부비르/복실라프레비르)' 등 유전자형과 간 섬유화 정도에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C형간염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경구용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AA)의 등장으로 C형간염 퇴치가 가까워졌으나, 기존 치료제는 환자 유전자형이나 간경변증 유무 등에 따라 선택이 제한돼 걸림돌이 있었다. 

엡클루사와 보세비는 최근 국내 C형간염 환자 대상 가교 임상연구에서 광범위한 환자를 대상으로 높은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부산대병원 허정 교수(소화기내과)를 만나 이번 연구의 의미와 향후 C형간염 치료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① 엡클루사·보세비, 국내 C형간염 환자서도 '철옹성' 효과
② "간경변 있거나 치료 실패한 환자까지…C형간염 치료 저변 확대"

- 최근 만성 C형간염 치료제 엡클루사와 보세비의 한국인 대상 임상연구가 대한내과학회지에 실렸다. 연구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린다.

엡클루사는 만성 C형간염 바이러스(HCV) 감염 치료제로 HCV 1~6형의 모든 유전자형에 걸쳐 높은 효능을 보여 다양한 국가에서 사용이 승인됐다. 거의 100%에 달하는 완치 효과를 보인다. 보세비는 이전에 다른 HCV 약물 치료에 실패한 환자가 주 적응증이며, 치료가 어려운 경우를 위한 재치료 옵션이다.

최근 국내 만성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엡클루사와 보세비 임상연구가 대한내과학회지에 게재됐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확인한 약물 효과 및 안전성을 간 전문의뿐만 아니라 일반 내과의사와 전공의에게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

-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포스부비르 기반 요법은 만성 C형간염 치료에서 높은 효과 및 안전성을 보였다. 소포스부비르의 임상적 가치는? 

소포스부비르 기반 DAA 제제가 만성 C형간염 치료제로 사용된 지 벌써 10년이 됐다. 만성 C형간염 치료에 혁신적인 진전을 이룬, 강력한 효과의 항바이러스제다. 특히 HCV의 모든 유전자형(1~6형)에 효과적인 범유전자형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별로 흔한 HCV 유전자형이 다른데, 유전자형 검사 필요성을 줄이고 치료 결정을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포스부비르 기반 요법은 일반적으로 유리한 안전성 프로필을 보인다. 치료 기간 동안 대부분 환자가 치료를 잘 견디며 심각한 부작용 발생이 상대적으로 드물다. 이러한 안전성 프로파일은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를 포함해 더 넓은 범위의 환자에 대한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또한 이전 인터페론 기반 요법과 비교했을 때 치료 기간이 8~12주로 짧다. 거기에 벨파타스비르나 복실라프레비르를 조합해 HCV 치료 옵션의 효능과 유연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치료 용이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만성 C형간염 치료의 저변이 넓어져 향후 1차 의료기관에서도 많은 치료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엡클루사의 한국인 대상 임상연구에서 치료를 중단한 1명을 제외하고 치료에 실패한 케이스는 없었다. 실제 임상에서 엡클루사의 치료 효과는 어떠한가?

엡클루사는 우리나라에 많은 유전자형 1b형, 2형 환자에서 높은 완치율을 보였다. 기존에 만성 C형 간염 유전자형 1형을 포함하는 ASTRAL-1연구와 유전자 2형만을 대상으로 한 ASTRAL-2 연구에서 완치율이 99%였다. 특히 ASTRAL 연구는 모든 임상 참가자를 포함하는 ITT 분석 결과라는 점에서 10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

엡클루사는 12주 치료 기간 동안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서 유리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국내 출시 후에도 다양한 환자군에서 그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 엡클루사는 유전자형 및 간 섬유화 정도에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PI-Free 제제로 알고 있다. 만성C형 간염 치료에서 이러한 특징이 중요한 이유는?

간 섬유화는 만성 HCV 감염으로 인해 장기간 염증이 발생하면서 간에 생기는 반흔이다. 섬유증 정도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으나 치료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간섬유증이 심하거나 대상성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는 프로테아제 억제제(PI)가 포함된 치료제 사용 시 담도를 통한 약제 배설 장애가 생겨 황달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PI가 포함된 일부 약물은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 가능성이 있어 안전성을 고려해 치료제를 변경해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반면 엡클루사는 초기 단계 섬유증 환자부터 진행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HCV 감염 환자에서 효과와 안전성에 차이가 없었다. 간 섬유화 정도와 상관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치료가 어려운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에서도 높은 효과 및 안전성을 보인 유일한 DAA 제제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또 PI를 포함하지 않아 약물 상호작용 위험이 낮아 동반질환으로 인해 다른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치료 과정을 단순화하고 약물 상호작용과 관련된 부작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 엡클루사는 12주 동안 1일 1정을 복용하는 치료제다. 이러한 복용 횟수 및 기간이 치료 순응도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나?

엡클루사 투약 요법의 단순성은 환자와 의사에게 상당한 이점이 될 수 있다. 12주라는 비교적 짧은 치료 기간 하루에 한 알만 복용하면 돼 치료 순응도가 향상된다. 

HCV 치료 성공을 위해서는 순응도가 매우 중요하다. 지속 바이러스 반응(SVR)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투약이 필수다. 짧은 치료 기간과 직접적인 치료 요법은 환자가 처방된 요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해 더 나은 치료 결과로 이어진다. 

- 과거에는 DAA 치료 실패 시 활용할 수 있는 마땅한 약제가 없었다고 알고 있다. 재치료 옵션인 보세비 등장 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

보세비는 다른 DAA 요법으로 치료 실패를 경험한 환자를 위한 재치료 요법으로 특별히 개발됐다. 보세비 도입 전에는 DAA 치료 실패를 경험한 환자 관리가 어려웠고, 다양한 HCV 유전자형에 걸친 DAA 치료 실패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일 치료 옵션이 없었다. 

보세비 등장은 DAA 치료 실패 관리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왔다. 보세비 등장으로 이전 DAA 치료로 SVR을 달성하지 못한 환자가 성공적으로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 세계보건기구(WHO)가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 목표를 세웠으나, 한국은 퇴치가 어려운 국가로 분류됐다. 국내 C형간염 퇴치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HCV에 대한 포괄적인 대응을 위해 정부, 의료인, 시민사회단체 및 국제기관 간 협업이 필수다. 우선 일반 대중과 의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C형간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 지식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공중 보건 캠페인을 지원해 HCV 전파, 예방, 검사 및 치료 옵션에 대해 교육할 수 있다. 의료진은 HCV 위험이 있는 사람을 식별해 선별검사를 수행하고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HCV 검사 및 진단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고위험군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선별 검사를 권장해야 한다. 과거 또는 현재 주사제 사용자, 수혈 이력이 있는 사람, HIV 감염자 등을 비롯해 약물 남용자, 의료 접근이 제한된 재소자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진단 및 치료 서비스를 기존 의료 시스템에 통합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 C형간염의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를 위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C형간염 진단을 받은 경우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중요하다. C형간염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며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최신 치료법을 비롯해 개인별 상황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사용 가능한 치료법에 대해 환자 스스로도 이해가 필요하며 의료인과 논의해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완치를 위해서는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며 관련 합병증을 예방하고 전체 치료 과정을 완료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를 마친 후에도 전문의와 정기적인 진료를 통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간암과 같은 잠재적인 합병증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C형간염에 걸린 경우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사바늘, 개인 위생 용품을 관리하고 안전한 성관계를 통해 전파 위험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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