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클루사 이어 보세비까지 한국 시판허가 획득
쪼그라드는 시장 속 애브비와 직접 경쟁 구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간 질환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던 길리어드. 그러나 애브비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면서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은 빼앗긴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길리어드가 C형간염 범유전자형 치료제와 재치료제의 한국 시판허가를 획득, 라인업을 갖추면서 시장 탈환이 가능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엡클루사 이어 보세비까지 등장

올해 길리어드는 '절치부심'한 모습이다. 애브비의 범유전자형 치료제 마비렛(성분명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에게 빼앗긴 C형간염 치료제 시장 탈환을 위해서다.

지난 2월 길리어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C형간염 치료제 엡클루사(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의 허가를 승인 받았다. 작년 2월 국내 허가를 신청한지 1년 만의 결과다.

엡클루사는 2016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범유전자형 C형간염 치료제다. 애브비 마비렛보다 한 발 앞섰지만, 한국에는 출시되지 못한 상태다.

엡클루사는 아시아인 임상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2018년 LANCET에 실린 임상3상 결과에 따르면, 엡클루사는 아시아인 C형간염 환자 97%에게서 12주 지속 바이러스반응률(SVR12)을 보이며 1차 목표점을 달성했다.

길리어드는 엡클루사에 이어 C형간염 치료에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재치료 옵션까지 도입했다. 주인공은 보세비(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복실라프레비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3일 NS5A 억제제 포함 치료요법 경험이 있는 1~6형 또는 NS5A 없이 소포스부비르 포함 치료요법 경험이 있는 1a, 3형 성인 만성C형간염 환자의 치료에 보세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2017년 FDA로부터 허가받은지 5년 만이다.

보세비는 POLARIS-1와 POLARIS-4 등 두 임상3상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두 연구는 DAA 치료요법으로 C형간염을 치료했음에도 바이러스 반응이 지속되지 않는 환자의 재치료 효과를 알아보고자 진행됐다.

POLARIS-1 연구에는 이전에 NS5A 억제제를 포함한 치료 요법을 받은 C형간염 유전자형 1형 감염 환자를 보세비 치료군과 위약군에 1:1 무작위 배정했다.

또 POLARIS-4 연구에서는 이전에 DAA 치료 요법을 받았지만 NS5A 억제제를 투여하지 않은 C형간염 유전자형 1, 2, 3형 환자를 보세비 치료군과 엡클루사 치료군으로 배정해 치료 경과를 관찰했다. 

연구결과, POLARIS-1 연구에서 12주 바이러스 지속 반응률(SVR12) 도달률은 보세비군이 96%, 위약군 0%로 나타났다.

POLARIS-4 연구에서는 보세비군이 90%, 엡클루사군이 98%였다.

두 연구 모두에서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두통, 피로, 설사, 메스꺼움이 조사됐고, 활성 치료군에서 이상반응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1% 미만이었다.

사실 길리어드는 식약처에 보세비의 희귀의약품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가 개발되면서 C형간염 치료가 완치 수준까지 도달한 가운데 재치료에 대한 대체 옵션이 없다는 점을 공략한 전략적 접근이었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엡클루사와 보세비의 국내 허가를 따내면서 길리어드는 소발디(소포스부비르), 하보니(레디파스비르/소포스부비르), 엡클루사, 보세비에 이르는 C형간염 라인업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길리어드, 시장 탈환 가능할까?

현재 국내에서는 C형간염 범유전자형 치료제는 마비렛이 유일한 상태다. 때문에 70%에 달하는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마비렛이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에서는 길리어드 소발디, 하보니, MSD 제파티어(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 등이 시장을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치료제는 특정 유전자형을 타깃하는 만큼 범유전자형 치료제에 밀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도 C형간염 가이드라인을 통해 마비렛과 같이 추가 검사가 필요치 않은 범유전자형 치료제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비렛은 보통 12주의 치료 기간이 필요한 기존 치료제와 달리 8주로 끝낼 수 있다는 장점이 그 이유로 작용했다.

한국 시장에서의 원외처방액을 보면, 애브비 마비렛은 지난해 263억원(유비스트 기준) 실적으로 C형간염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뒤이어 길리어드 하보니(82억원), MSD 제파티어(4억원), 길리어드 소발디(2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국내 C형간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최저점에 와 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완치가 가능해진 C형간염 질환 특성상 진단된 환자들은 이미 치료를 통해 빠져나간 것이다.

실제로 마비렛은 2019년 456억원의 원외처방액으로 2018년 출시 이후 정점을 찍었지만, 2020년 357억원, 2021년 263억원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국내 C형간염 시장을 이끌어왔던 길리어드 소발디 역시 이 기간 동안 377억원에서 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시장 규모 축소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WHO가 2030년까지 C형간염 바이러스 퇴치를 목표로 삼았고, 대한간학회와 한국간재단 등도 진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반전의 기회는 있어 보인다. C형간염 진단율 제고를 위해 국가 차원의 진단사업이 진행되면 C형간염으로 진단되지 않은 '숨은 환자'를 찾아내 시장 성장의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 규모가 다시 커질 경우 길리어드의 회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길리어드는 고가의 약가 전략을 펼쳐왔다"며 "국내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달리 마비렛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만큼, 그간의 약가 정책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엡클루사의 가격을 같은 범유전자형 치료제인 마비렛과 비슷하게 시장에 출시하고, 보세비의 약가도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면 길리어드가 한국 C형간염 시장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길리어드는 국내 간질환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온 기업으로, 실제 B형간염 시장의 경우 스테디셀러인 비리어드를 중심으로 국내 전문의와 탄탄한 라뽀(rapport)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약가를 조정한다면 애브비와의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