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 유방암 생존자 재발·사망 위험 높이지 않아
북미폐경학회, 폐경비뇨생식기증후군 있다면 질 에스트로겐 치료 고려 가능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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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유방암 환자에게 호르몬 대체요법(HRT)이 안전한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임상에서의 우려와 달리 위험이 과장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덴마크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은 폐경 후 유방암 생존자는 암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북미폐경학회(NAMS)는 폐경비뇨생식기증후군이 있는 유방암 생존자에게 호르몬요법인 저용량 질 에스트로겐 치료(VET)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담은 성명을 Menopause 7월호를 통해 발표했다.

ER+ 유방암 생존자, 호르몬 대체요법 위험 제기

유방암 생존자는 에스트로겐 분비 감소로 안면홍조, 식은땀, 질건조, 요로감염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유방암 재발을 억제하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아로마타제 억제제 치료는 이 같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폐경 후 유방암 생존자의 삶의 질이 나빠지면서 치료 중단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질 에스트로겐 치료, 폐경호르몬요법(MHT) 등 호르몬 대체요법은 에스트로겐 분비 감소에 따른 증상을 완화시킨다. 하지만 유방암 생존자, 특히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ER+) 유방암 생존자는 호르몬 대체요법 이후 유방암 재발과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폐경호르몬요법은 HABITS 연구와 LIBERATE 연구에서 유방암 생존자의 암 재발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연구에서 유방암 재발 위험이 높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고 추적관찰 기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덴마크 오덴세대학병원 Soren Cold 교수팀은 초기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을 진단받은 여성 데이터를 토대로 호르몬 대체요법과 유방암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이번 결과는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 7월 2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질 에스트로겐·폐경호르몬요법, 유의한 재발·사망 위험 없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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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의료보험자료에서 1997~2004년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지 않았거나 5년간 진행한 초기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 약 8461명 데이터를 확인했다.

유방암 진단 전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지 않은 1957명 중 진단 후 질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은 환자는 1957명, 폐경호르몬요법을 시행한 환자는 133명이었다. 

9.8년 추적관찰(중앙값) 동안 유방암 재발률은 16%(1333명)로 조사됐다. 이 중 111명이 질 에스트로겐 치료를, 16명이 폐경호르몬요법을 받았다. 

유방암 재발 위험은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지 않은 군과 비교해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은 군에서 유의한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

질 에스트로겐 치료군의 유방암 재발 위험은 8%(aRR 1.08; 95% CI 0.89~1.32), 폐경호르몬요법군은 5%(aRR 1.05; 95% CI 0.62~1.78) 증가 경향만 관찰됐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단,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하는 동안 질 에스트로겐 치료를 시작한 군에서는 유방암 재발 위험이 39% 의미 있게 상승했다(aRR 1.39; 95% CI 1.04~1.85). 이와 달리 타목시펜을 복용 중이고 질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았다면 유방암 재발 위험이 36%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aHR 0.64; 95% CI 0.39~1.06). 

전체 사망 위험은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지 않은 군 대비 질 에스트로겐 치료군에서 22% 의미 있게 감소했고(aHR 0.78; 95% CI 0.71~0.87), 폐경호르몬요법군에서는 6% 감소 경향만 나타났다(aHR 0.94; 95% CI 0.70~1.26).

Cold 교수는 "초기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는 질 에스트로겐 치료나 폐경호르몬요법을 받아도 암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며 "하위군 분석에서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투약하고 질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는 환자는 유방암 재발 위험이 높아졌지만 사망 위험 증가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연구는 유방암 환자에게 단기간 호르몬 대체요법이 안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장기간 사용에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환자는 호르몬 대체요법 진행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Cold 교수는 "다른 치료와 마찬가지로 호르몬 대체요법도 장단점이 있으므로 환자는 의료진과 치료 진행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메이오클리닉 Elizabeth Cathcart-Rake 박사는 논평을 통해 "타목시펜을 복용하고 있으며 폐경 관련 중증 비뇨생식기 증상이 나타난 유방암 환자는 질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아도 유의한 유방암 재발 또는 사망 위험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타목시펜을 복용 중인 유방암 생존자는 유방암 재발에 대한 우려 없이 질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아로마타제 억제제 치료를 받는 유방암 생존자는 질 에스트로겐 치료 또는 폐경호르몬요법에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투약 중이라면 질 에스트로겐 치료가 유방암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비뇨생식기 증상 관리를 위한 다른 전략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AMS, 유방암 진단 이후 호르몬요법 입장 정리

NAMS는 '2022년 호르몬요법 입장 성명'을 통해 유방암 진단 이후 호르몬요법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이번 성명은 2017년 이후 5년만에 업데이트됐다. 

구체적으로 유방암 생존자에게 전신 호르몬요법은 일반적으로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스트로겐 결핍 증상이 중증이거나 비호르몬요법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의료진과 논의 후 호르몬요법을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유방암 병력이 있는 여성 대상의 관찰연구에서 호르몬요법을 받지 않은 군과 비교해 유방암 재발 위험이 감소하거나 중립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는 이유다. 또 호르몬요법을 받은 유방암 생존자가 받지 않은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는 연구가 근거가 됐다. 

저용량 질 에스트로겐 치료는 최소한의 전신 흡수에 따라 유방암 생존자의 폐경비뇨생식기증후군에 효과적인 치료옵션으로 제시됐다. 이에 저용량 질 에스트로겐 치료 또는 디히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황산염(DHEA)은 초기 비호르몬요법 시작 이후 증상이 지속되고 아로마타제 억제제에 대한 우려가 큰 여성에게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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