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빠르고, 합병증 발생 감소
의료환경 변화 속 공감대 커졌지만 고민은 계속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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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입원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병동에 상주하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2021년 1월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던 긴 시범사업을 거친 결과다.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속도를 내자 병원에서는 입원의학과, 통합내과 등을 만들고 있다. 병동 환자 관리의 한 축이었던 전공의들은 유관 학회 입원의학연구회와 협력하며 입원전담전문의제도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수를 고려할 예정이다. 본사업 2년차에 접어든 지금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이 제도를 여전히 블루오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제도 지속성과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도입된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안착을 위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개선방향을 알아봤다.

① 병동 새바람 입원전담의 안착 키워드는 '미래'
② "입원전담전문의는 블루오션...수가·제도 유연화 필요"
③ "시작 단계인 입원의학과, 차별화된 진료·협력 강점"

입원전담전문의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진료를 직접 책임지고 시행하는 전문의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변화, 전문의가 없는 야간 및 휴일 입원환자의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며 입원전담전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또 2015년 12월 전공의 수련시간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의결됨에 따라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평균 최대 88시간으로 감소했고, 의료기관에서는 인력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를 해법으로 찾았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과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운영평가협의체'를 만들어 2015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민간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이후 2016년 9월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했으며 2021년 1월 25일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우리나라 입원전담전문의는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모델이 됐다. 미국 내 조사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16년 기준으로는 5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입원전담전문의는 병동에서 24시간 입원환자 관리를 맡아 환자와 의료진 간 접근성을 증가시키고 재원일수를 단축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환자의 가족 및 동료 의료진과 입원환자에 대한 컨설턴트도 진행한다.

미국에서 입원전담전문의제도 필요성이 제기된 배경은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증가하는 의료비용과 부족한 인력, 2003년부터 도입된 전공의의 근무 주 80시간 등이다.

또 경험이 적은 전공의 근무가 많은 야간이나 주말에 사망률이 증가하는 '주말효과'로 환자안전의 중요성이 커졌다.

수가 제도를 포함한 제도적 개편도 있었다. 1983년부터 미국 메디케어에 포괄수가제 도입이 확대되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입원환자를 짧은 시간 내에 합병증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의사가 필요했다.

포괄수가제에서는 입원환자들의 긴 재원일수가 경영 손해로 연결됐기 때문에 입원환자를 관리하는 의사 필요성이 증가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만 전담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고, 전공의에 비해 전문성이 높아 합병증 발생이 감소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팀은 "입원전담전문의를 고용하면서 입원환자의 재원일수 감소, 병상이용률 증가로 병원 수익이 현저히 증가했다"며 "포괄수가제 대상 질환이 점점 확대되며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환자 치료를 책임지도록 자리잡았고, 자연스럽게 입원전담전문의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입원전담전문의 300명 넘어…상종 확대 뚜렷

우리나라에서 입원전담전문의가 본사업으로 전환되며 신설된 수가는 세 유형이다. 1형은 '주5일형(주간)'으로 해당 병동에는 1일 주간(07시~19시 사이) 8시간 이상, 1주간 5일 이상 전담전문의를 배치해야 한다.

2형은 '주7일형(주간)'으로 1일 주간(07시~19시 사이) 8시간 이상, 1주간 7일동안 전담전문의를 배치해야 하며, 3형은 '주7일형(24시간)'이다.

전담전문의 관리료는 환자 1인당 △주5일형(주간)은 1만 5750원 △주7일형(주간)은 2만 3390원 △주7일형(24시간)은 4만 4900원으로 책정됐다.

본사업으로 전환되면 시범기간 동안 지적돼온 제도 불안정성이 해소되고, 입원전담전문의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정부는 정규수가 시행 1년 후 성과평가를 실시해 수가의 효과성을 재논의하기로 의결한 바 있고, 연구 결과는 올해 4분기에 보고될 계획이다.

세브란스병원 정윤빈 교수(일반외과)에 따르면 시범사업과 비교해 지난해 12월 기준 운영기관은 45개소에서 48개소로, 운영병동은 90개에서 147개소 증가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249명에서 279명으로 약 11% 늘었다. 올해 3월 기준으로는 전국 303명의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다.

운영 유형은 1형이 119곳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으며 2형은 21곳(14%), 24시간 운영 모델인 3형은 7곳(5%)로 편차가 심했다.

또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시범사업(56%)과 비교해 63%로 상승했고, 종합병원급 기관은 오히려 20개소에서 18개소로 감소했다.

운영병동 수도 시범사업 당시 90개에서 147개로 크게 늘었지만 종합병원급 기관이 참여하는 비율은 32%에서 25%로 감소했다.

전체 입원전담전문의 수도 본사업 시행 후 늘었지만 상급종합병원이 168명에서 213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3월에는 232명으로 늘었다. 반면 종합병원급은 2020년 81명에서 2021년 12월 63명으로 오히려 감소했으며 올해 3월에는 71명으로 소폭 늘었다.

정 교수는 "종별 격차에 비해 지역별 격차는 비교적 적은 편이나, 서울 외 지역의 운영기관, 운영병동 규모에 비춰 전문의 수가 점차 적어지고 있음은 주목할만 하다"고 지적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본사업 전환으로 기대한 수치에 비해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브란스병원 신동호 교수(통합내과)는 "많은 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를 모집하려 하지만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 한다. 본 사업 전환 직후 코로나19(COVID-19)가 심각해지면서 보건복지부, 병원의 관심에서 입원전담전문의가 후순위로 밀려난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원자는 연봉만 중요한 게 아니고 커리어와 안정성, 성장가능성을 보고 지원한다. '시범'이라는 단어가 없어졌다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감은 있어도 아직 안심할만한 신호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수도권 및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정착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서울지역 외 수가를 차등화하는 안을 복지부에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이외 지역의 의료수가를 수도권보다 상향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료계에서는 향후 수가 개정 논의에서 이런 부분이 반영되고 병원에서 재원을 더 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입원전담전문의, 상급종합병원 평가 변수로

4기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예비지표였던 입원전담전문의가 5기 평가에 공식 포함된 것도 주목할 변화다.

주요 개정 중 인력 영역에서 입원환자전담전문의 배치수준이 신규 항목으로 들어갔다. 입원전담전문의 배치수준은 300병상 이상 기준 병상당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기준이며, 입원환자전담전문의팀 구성 여부도 평가한다.

병원계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시기의 적절성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많은 연봉을 지급해도 지방 대학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 교수는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늘어나고, 입원진료 시스템 보완이 필요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지표가 포함되는 게 맞는 방향"이라며 "다만 시기 문제다. 복지부는 지금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의사들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핵심 비전을 제시하고, 시스템을 꾸준히 개발하는 병원이 성장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신 교수는 "항목이 바뀌며 병원도 적극 뛰어들 수밖에 없고 저변 확대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기존 접근에서는 시스템, 환자에 대한 고민보다는 연봉에만 집중했다. 평가 때문에 고용하는 것이 아닌, 입원진료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채용한 뒤에도 성장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어떤 환자를 보게할 것인지 입원전담전문의들과 만나는 테이블을 갖추고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병원이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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