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연구 결과, 8주 이상 복용 시 당뇨병 위험↑
역학연구 한계로 임상 변화는 없어…불필요한 PPI 장기 투약은 주의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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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위식도역류질환, 바렛식도, 소화성궤양 등 치료제인 양성자펌프억제제(PPI)를 장기 복용하면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탈리아 대규모 연구 결과, PPI를 8주 이상 복용하면 당뇨병 위험이 높아졌고 2년 이상 투약 시 최대 1.56배 더 커졌다. 

이번 연구는 역학연구로 진행돼 평가되지 않은 잔여 교란요인이 있을 수 있어 당장 임상 변화를 이끌 수 없으나, 임상에서 불필요하게 PPI를 처방해선 안 되며 장기간 투약에 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학 Stefano Ciardullo 교수가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지난달 1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PPI, 마이크로바이옴 변화시킬 수 있어

PPI 장기 복용은 골절, 저마그네슘혈증, 만성 콩팥병, 치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과 연관됐다. 이에 더해 PPI는 당뇨병 등 대사질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PPI 장기 복용이 대사건강에 영향에 미치는지는 논란이 진행 중이다.

중국 중산대학 Jinqiu Yuan 연구팀이 세 가지 코호트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PPI를 정기적으로 복용한 환자의 당뇨병 위험이 1.24배 유의하게 높았다. 2년 이상 복용 시 위험은 1.26배 커졌다(Gut 2021;70(6):1070~1077).

임상에서 PPI가 위식도역류질환 1차 치료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Yuan 교수 연구팀은 PPI 치료가 당뇨병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PPI 치료기간 길어질수록 당뇨병 위험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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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중국 연구팀 주장에 힘을 더한다.

분석에는 2010~2015년 새롭게 PPI를 복용한 40세 이상 성인 77만 7420만명 데이터가 포함됐다. 

추적관찰 2020년까지 당뇨병을 진단받은 성인은 5만 540명으로, 당뇨병 발생률은 1000인년(person-years)당 10.6명이었다.

연구에서는 평균 추적관찰 6.2년 동안 당뇨병을 진단받은 5만 535명과 나이, 성별, 임상 상태가 같고 당뇨병을 진단받지 않은 5만 535명을 비교했다. 평균 나이는 66세였고 절반가량이 남성이었다. 

대다수가 PPI로 판토프라졸, 오메프라졸을 처방받았다.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는 항고혈압제, 지질저하제를 복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나이, 성별, 동반질환 등을 보정해 비교한 결과, PPI 치료기간이 8주 미만인 군보다 8주~6개월 동안 치료받은 군의 당뇨병 진단 위험은 1.19배 유의하게 높았다(OR 1.19; 95% CI 1.15~1.24).

PPI 복용에 따른 당뇨병 진단 위험은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두드러졌다. 8주 미만인 군과 비교해 6개월~2년 복용군은 1.43배(OR 1.43; 95% CI 1.38~1.49), 2년 이상 복용군은 1.56배 의미 있게 당뇨병 진단 가능성이 컸다(OR 1.56; 95% CI 1.49~1.64).

Ciardullo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역학적 근거라는 점에서 향후 이번 결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임상에서 PPI를 복용하는 환자가 많고 당뇨병이 미세혈관 또는 대혈관 합병증 이환율과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번 결과가 재확인되면 공중보건과 임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듀크의대 David A. Leiman 교수는 "이번 연구만으로 임상 변화를 이끌기는 어렵다. 하지만 의료진은 환자에게 PPI의 혜택과 위험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면서 "PPI 치료 중단은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을 때 결정해야 한다. PPI 관련 이상반응 우려로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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