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영리화 시발점' 반발...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즉각 폐기 요구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서비스 등 'ICT 규제샌드박스'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개최, ICT 분야 규제샌드박스 1호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서비스를 조건부 실증특례했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서비스는 의료기기 업체 휴이노와 고대안암병원이 실증특례를 신청한 것으로, 의사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착용한 심장질환자로부터 전송받은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해 내원 안내 또는 1·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 안내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의협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뿐더러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서비스가 단순히 의사가 의학적 판단과 소견을 환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병원 내원 및 타 병원 등으로 안내만 하는 것이라 원격의료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의사가 심전도를 판독하고 의사-환자 간에 병원 내원 여부를 결정, 안내하는 것 자체가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소견이 바탕돼야만 하는 원격의료라는 것이다. 

의협은 "환자가 본인의 병원 내원 요청 사유에 대한 문의 및 설명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의학적 판단과 설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과정과 의학적 소견도 없이 기계적으로 전원 안내만 하겠다는 해명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복지부는 심장환자의 심전도 데이터를 의사가 24시간 모니터링하지 않고 축적된 데이터를 일주일에 한번 확인, 단순 내원 안내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기기 사용에 따른 심전도 체크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이에 대한 본인 상태 정보를 의사가 인지하고 안내를 해줄 것이라 판단하게 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흉통 등이 발생한 환자 입장에서 즉각적인 의사의 조치가 없기 때문에 건강상의 문제가 없다고 인식할 수 있으나, 진단 및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ICT 규제 샌드박스는 민간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했다. 

정부는 해당 장치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을 받도록 조건을 부가했는데, 아직 허가나 인증도 받지 않은 의료기기를 추후 인증 받는다는 전체 하에 허용한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고려하지 않고 민간기업의 이익만을 우선시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의협은 원격의료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 

의협은 "이같은 방식으로 환자 정보를 수집한 민간업체가 동 사업 범위 외적으로까지 환자 정보를 이용하여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보험 등 다른 의료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영리화 등 의료시장의 왜곡을 일으켜 많은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기업체가 환자정보를 바탕으로 원격의료 및 질병관리서비스 등으로 확대 추진하는 것은 의료민영화를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의료시장의 거대 민간자본 유입으로 의료체계의 왜곡 뿐 아니라 국민 건강 및 안전시스템마저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의협은 제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 심의 결정사항에 대한 전면 철회를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의협은 "정부는 원격의료 추진에 대한 야욕을 버리고 의료영리화 정책추진을 중단해야 할 것은 물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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