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 ACC 연례학술대회 LBCT에서 결과 발표
박덕우 교수 "판막혈전증 우려 때문에 처음부터 강한 치료 시행할 필요 없어"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심장내과).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1989년 발표된 CAST 연구는 학계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의학적 오해를 푼 의미 있는 연구로 평가된다.

연구 전 학계는 심근경색이 있었던 환자의 심실조기수축을 치료하기 위해 항부정맥제를 투약하면 심장급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항부정맥제가 오히려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검증되지 않는 치료가 환자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심장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ADAPT-TAVR 연구도 CAST 연구가 갖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ADAPT-TAVR 연구 결과,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R 또는 TAVI)을 받은 환자에서 예상과 달리 판막혈전증과 뇌색전증 발생간 연관성이 없었다.

성공적 TAVI 후 6개월 동안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를 복용한 환자군과 이중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플라빅스, DAPT)을 진행한 환자군의 예후를 비교한 이번 연구 결과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의 'Late-Breaking Clinical Trials(LBCT)' 세션에서 처음 공개됐다.

박덕우 교수는 "상식적으로 TAVI를 받은 환자에게서 발생한 판막혈전이 뇌로 이동하면 뇌졸중과 신경학적 손상을 더 일으킬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며 "이번 결과는 눈에 보이는 영상의학적 현상만으로 TAVI를 받은 환자의 치료방향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ADAPT-TAVR 연구를 진행한 박 교수를 만나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과 의미에 대해 들었다.

- ADAPT-TAVR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지난 10년 동안 의학 발전으로 TAVI를 받은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고 수명이 늘었다. 그런데 TAVI 후 판막혈전증이 생긴다는 보고가 나오고 이로 인해 뇌에서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문제가 됐다. 

이에 임상에서는 판막혈전증이 생기지 않도록 항혈전요법 시 기존에 사용하던 아스피린 또는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 등 항혈소판제보다 더 강한 와파린, DOAC 등 항응고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를 확인하고자 많은 관찰연구가 진행됐고 항응고제로 혈전과 뇌졸중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시행하지 않아 실제 효과를 알 수 없었다. 마치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초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과 합병증을 줄인다는 관찰연구가 있었음에도 무작위 연구가 없어 치료제로 받아 들여지지 않았던 것과 같다.

이번 연구는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현상을 확인하고자 치료 6개월째 4D-CT로 판막혈전증 발생을 확인하면서 뇌MRI를 시술 직후부터 연속적으로 촬영했고 6개월 사이 신경/신경인지 기능 변화를 조사했다. 결과적으로 판막혈전증과 뇌색전증 그리고 신경/신경인지 기능 간 연관성은 없었다.

- 연구가 갖는 의미는?

TAVI를 받은 환자의 뇌색전증과 신경/신경인지 기능 장애 위험을 줄이고자 판막혈전증 위험을 낮추기 위한 항혈전요법을 강하게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메시지다. 이는 무작위 연구를 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판막혈전증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아스피린 또는 플라빅스 등 항혈소판제보단 항응고제가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항응고제는 판막혈전증 위험을 절반가량 줄일지라도 출혈이 많이 발생한다는 위험이 있다. 

출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항응고제가 혈전에 이어 뇌졸중 위험을 줄이면 위험 대비 혜택을 따져 항응고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판막혈전증과 뇌졸중 발생이 무관하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 

즉, TAVI를 받은 환자의 항혈전요법 진행 시 판막혈전증을 식별하기 위해 정기적 CT를 시행하고 눈에 보이는 영상의학적 현상을 바탕으로 치료방향을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심장내과). ⓒ메디칼업저버

- ACC 연례학술대회에서 연구 발표 후 국외 전문가 평가는?

미국 예일의대 Alexandra Lansky 교수가 판막혈전증이 TAVI를 받은 환자의 증상 또는 합병증 발생과 연관되지 않았음을 밝힌 것은 큰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발표된 대다수 관찰연구는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체계적으로 뇌MRI 촬영·추적관찰 및 신경/신경인지 기능 검사를 진행한 결과 어떠한 연관성이 없었다. 

판막혈전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TAVI를 받은 모든 환자에게 처음부터 강하게 항혈전요법을 시행할 필요가 없다. 

- 향후 TAVI 환자 대상 항혈전요법 연구 시 판막혈전증이 평가 항목에서 제외될 수 있나?

만약 판막혈전증과 뇌졸중 발생의 연관성이 나타났다면 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판막혈전증 여부를 바탕으로 항혈전요법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제외될 것으로 본다. 

- 결과에 따라 임상에서는 TAVI를 받은 환자의 항혈전요법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항혈전요법을 시작할 때 과거 출혈 발생 여부나 뇌졸중 병력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TAVI를 받은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항응고제가 필요한 심방세동 환자인지 또는 노쇠한지 등 전반적 임상 양상을 고려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TAVI를 받은 모든 환자의 판막혈전증을 줄이기 위해 처음부터 항응고제를 무조건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임상에서는 환자에 따른 개별화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 앞으로 TAVI 분야에서 진행돼야 할 연구 주제는?

TAVI 후 항혈전요법에 대한 연구는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앞으로 수술 저위험군에게 TAVI를 시행하는 것과 시술이 필요한 환자를 더 빨리 찾기 위한 방안 그리고 시술 후 환자 예후를 더 개선하는 약물치료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아울러 조직판막 내구성(durability)에 판막혈전증 또는 항혈전요법이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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