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2022]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 ADAPT-TAVR 연구 결과 발표
릭시아나 vs DAPT, 판막혈전증 발생률 차이 통계적 유의성 없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가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R 또는 TAVI)을 받은 환자의 최적 항혈전요법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성공적 TAVI 후 6개월 동안 릭시아나를 복용한 환자군의 판막혈전증(leaflet thrombosis) 발생률은 이중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DAPT)을 진행한 환자군보다 수치상 낮았을지라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이와 함께 치료에 따른 새로운 뇌 혈전색전증 발생률과 신경/신경인지 기능 악화율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심장내과)는 ADAPT-TAVR로 명명된 이번 연구 결과를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2)에서 공개했다. 동시에 Circulation 4월 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ADAPT-TAVR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ADAPT-TAVR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뇌병변 발생·신경/신경인지 기능 변화 차이 없어

TAVI를 받은 환자는 심장마비,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혈전 발생 위험을 낮추고자 시술 후 6개월간 DAPT를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는 CT에서 무증상 판막혈전증이 확인된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TAVI를 받은 환자의 38%에서 무증상 판막혈전증이 발생했다. 이는 뇌에서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 위험을 높일 수 있었다. 

경구용 항응고제(OAC)은 TAVI 후 무증상 판막혈전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무증상 판막혈전증과 뇌 혈전색전증 간 인과관계가 있는지와 OAC이 무증상 판막혈전증 관련 뇌 혈전색전증을 줄일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DAPT-TAVR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결하고자 진행된 다기관 오픈라벨 무작위 연구다.

한국, 홍콩, 대만 등 3개국의 5개 의료기관에서 성공적 TAVI를 받았고 항응고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 229명이 모집됐다. 평균 나이는 80세였고 여성이 58%를 차지했다.

전체 환자군은 TAVI 후 릭시아나군(111명)과 DAPT군(118명)에 무작위 배정돼 6개월간 치료받았다. 릭시아나군은 60mg 1일 1회 복용하거나 용량 감량 필요시 30mg을 1일 1회 복용했다.

1차 목표점은 6개월째 4D-CT로 확인한 판막혈전증 발생으로 정의했다. 

치료의향분석(ITT) 결과, 판막혈전증 발생률은 릭시아나군 9.8%, DAPT군 18.4%로 릭시아나군의 위험이 47% 낮았지만 두 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P=0.076).

이어 주요 2차 목표점으로 뇌MRI에서 확인한 새로운 뇌병변 수 및 부피, TAVI 후부터 6개월 사이 신경/신경인지 기능 변화를 조사했다.

결과를 종합하면, 1차 목표점과 마찬가지로 치료에 따른 의미 있는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뇌MRI에서 확인한 새로운 뇌병변 발생률은 릭시아나군 25.0%, DAPT군 20.2%로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P=0.40). 총 새로운 병변 수 및 부피(중앙값) 역시 두 군간 다르지 않았다.

이 같은 경향은 신경/신경인지 기능 변화에서도 나타났다. 미국국립보건원 뇌졸중척도(NHISS) 악화율은 릭시아나군 5.0%, DAPT군 3.7%, 장애 예후 평가지표인 수정랭킨척도(mRS) 악화율은 각 2.0%와 0.9%, 몬트리올 인지평가 악화율은 각 30%와 22.2%로 치료에 따른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모든 또는 주요 출혈 발생률도 릭시아나군과 DAPT군이 비슷했다. 아울러 새로운 뇌병변 또는 신경/신경인지 기능 변화와 판막혈전증 존재·범위 간 의미 없는 연관성이 없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의 주요 메시지 무증상 판막혈전증이 TAVI를 받은 환자의 임상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라며 "인공판막 이식 후 판막혈전증이 증상 또는 합병증을 일으키지 않은 환자의 경우 무증상 판막혈전증 존재로 항혈전요법 유형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또 이번 결과는 무증상 판막혈전증을 식별하기 위해 정기적 CT를 진행하는 것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오픈라벨로 진행됐고 상대적으로 추적관찰이 짧다는 점에서 조직판막 내구성에 판막혈전증 또는 다른 항혈전요법이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또 1·2차 목표점에 대한 대리 영상 결과를 활용했다는 한계가 있어 임상적 유효성·안전성에 대한 의미 있는 차이를 확인하기에는 검정력이 부족했다는 게 박 교수 설명이다.

이에 이번 연구는 가설을 만든 것으로 간주해야 하고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으로 심장혈관연구재단 후원과 다이이찌산쿄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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