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대규모 연구 결과, TBI 발생 전 VKA 복용했다면 사망·수술 위험↑
DOAC 복용한 환자군, VKA보다 사망 위험 38% 낮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와파린 등 비타민 K 길항제(VKA) 복용력이 외상성 뇌손상(TBI) 환자의 단기간 예후에 치명적인 것으로 조사되면서 VKA 입지가 더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핀란드 대규모 후향적 연구 결과, TBI 발생 전 VKA를 복용한 환자군은 손상 이후 30일 이내 사망하거나 긴급한 신경외과 수술을 받을 위험이 경구용 항응고제(OAC)를 투약하지 않은 이들보다 높았다.

특히 TBI 발생 전 OAC 중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를 복용한 환자군은 VKA를 투약한 환자군보다 생존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OAC을 복용해야 한다면 VKA보단 DOAC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다.

핀란드 투르크대학병원 Jussi Posti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Neurology 지난달 2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美연구팀 "DOAC 복용했다면 TBI 이후 기능적 예후 좋아"

TBI는 뇌졸중 위험요인으로, 심방세동과 심인성 사건 위험이 높은 고령에서 TBI 발생 사례가 늘고 있다.

게다가 고령은 심방세동과 심인성 사건 위험에 따라 OAC과 아데노신 이인산 억제제(ADPi)를 복용할 가능성이 크다. OAC에는 VKA와 DOAC이 대표적이고, ADPi에는 클로피도그렐, 프라수그렐, 티클로피딘 등이 있다.

OAC과 ADPi는 출혈 위험을 높이는 약제라는 점에서 학계에서는 이들 약제가 TBI 발생 이후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연구가 요구됐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팀은 2010~2017년 TBI를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 차트 분석을 통해 TBI와 OAC의 연관성을 평가한 결과를 2020년 발표했다(Neurocrit Care 2020;32(2):407~418). 

결과에 따르면, TBI 발생 전 DOAC 복용했다면 VKA 대비 퇴원 시 GOS(Glasgow outcome scale)로 평가한 기능적 예후가 더 좋았다. 이는 신경학적 악화, 입원 후 48시간 이내 뇌출혈 팽창 또는 병원 내 사망 등 차이로 설명되지 않았다.

또 DOAC 복용력이 있는 환자 대다수는 항응고 효과가 역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막밑 출혈 크기와 뇌실질내 출혈 부피는 DOAC 복용력이 있는 환자군 대비 VKA 복용한 환자군에서 유의하게 컸다.

이 같은 결과는 TBI 위험이 있는 환자군에게 DOAC이 VKA보다 안전한 치료옵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TBI 전 VKA 복용력, 사망·신경외과 수술 위험 연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핀란드 대규모 후향적 연구는 TBI 발생 이후 단기간 예후에 OAC과 ADPi 복용력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됐다. 

2005~2018년 핀란드에서 TBI로 입원한 성인 환자 5만 7056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66세였다. 

연구팀은 TBI 발생 당시 약국에서 구입한 약제를 확인하고, 이를 핀란드 사망신고자료와 결합해 1차 목표점인 TBI 발생 이후 30일째 사망 위험을 확인했다. 

전체 환자군 중 0.9%가 DOAC(DOAC군), 7.1%가 VKA(VKA군), 2.3%가 ADPi(ADPi군) 복용력이 있었다. VKA군은 모두 와파린을 투약했다. 

TBI 발생 이후 30일째 사망률은 VKA군 15.4%, DOAC군 8.4%, OAC 비복용군은 7.1%로 조사됐다. 이를 바탕으로 30일째 사망 위험을 평가한 결과, VKA군은 OAC 비복용군보다 1.35배 높았다(adjHR 1.35; P<0.0001).

OAC 내에서 비교하면 DOAC군의 30일째 사망 위험은 VKA군보다 38% 낮았다(adjHR 0.62; P=0.005). 또 DOAC군과 OAC 비복용군 간 의미 있는 사망 위험 차이는 없었다(adjHR 0.93; P=0.634). 

이어 시스템의 한계로 TBI 중증도를 평가할 수 없어, 본 연구에서는 중증도 평가 마커이자 2차 목표점으로 긴급한 신경외과 수술 또는 입원기간을 조사했다. 

긴급한 신경외과 수술 시행률은 VKA군 9.1%, OAC 비복용군 8.3%로 VKA군의 신경외과 수술 진행 가능성이 1.33배 유의하게 높았다(adjOR 1.33; P<0.0001). 

OAC 내에서 VKA군과 DOAC군의 긴급한 신경외과 수술 시행 가능성은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입원기간은 OAC 비복용군과 비교해 VKA군 또는 DOAC군이 더 길지 않았다. 

아울러 ADPi군은 30일째 사망 위험 또는 긴급한 신경외과 수술 시행 등과의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ADPi군은 ADPi 비복용군 대비 입원기간이 더 길었다.

결과를 종합하면, TBI 발생 전 VKA 복용했다면 단기간 사망 위험 높고 긴급한 신경외과 수술 시행 가능성이 크다. DOAC 복용력은 VKA와 비교해 TBI 발생 이후 사망 위험이 낮다고 정리된다. ADPi는 TBI 발생 이후 단기간 예후와 독립적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Posti 교수는 "이번 결과는 DOAC 또는 ADPi가 두부외상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OAC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라면 VKA보단 DOAC을 선택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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