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일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ACC Asia 2022' 개최
미국·유럽, SGLT-2i·베타차단제·MRA·RAAS 억제제 등 네 가지 권고
조현재 교수 "GDMT 치료 순서·용량증량은 환자에 따라 개별화해야"

▲서울대병원 조현재 교수는 15~16일 경주 하이코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ACC Asia 2022'에서 'How and When to Initiate 4-Pillar Therapy?'를 주제로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서울대병원 조현재 교수는 15~16일 경주 하이코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ACC Asia 2022'에서 'How and When to Initiate 4-Pillar Therapy?'를 주제로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SGLT-2 억제제가 유럽에 이어 미국 심부전 관리 가이드라인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4대 심부전 치료제 체제가 구축됐다. 

지난 1일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심부전학회(ACC·AHA·HFSA)는 심부전 관리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발표하며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치료제로 SGLT-2 억제제, 베타차단제, MRA, RAAS 억제제 등 네 가지를 권고했다. 이는 지난해 유럽심장학회(ESC) '급성 및 만성 심부전 진단·치료 가이드라인'과 궤를 같이한다.

HFrEF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네 가지 계열 약물이 제시되면서 임상에서는 환자 예후 개선을 위해 어떤 치료제를 첫 번째로 투약해야 할지 그리고 가장 먼저 용량증량(uptitration)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에 15~16일 경주 하이코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ACC Asia 2022'에서는 네 가지 계열 약물의 최적 치료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병원 조현재 교수(순환기내과)는 'How and When to Initiate 4-Pillar Therapy?'를 주제로 발표했다.

국외 전문가 'BB+SGLT-2i→엔트레스토 추가→MRA 추가' 제안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대학 John J.V. McMurray 교수와 미국 베일러의대 Milton Packer 교수는 HFrEF 환자에게 빠른 순차치료(Sequencing)를 진행하도록 제안하면서 네 가지 중 첫 번째 약물로 베타차단제를 제시했다. 임상 연구에서 베타차단제가 RAAS 억제제, MRA와 비교해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전통적 순차치료의 첫 번째 약제인 RAAS 억제제보단 베타차단제와 SGLT-2 억제제 병용요법을 먼저 진행하는 치료전략에 무게를 실었다. 

구체적으로, 첫 번째 단계는 베타차단제와 SGLT-2 억제제를 동시 시작해 단기간 심부전 악화 위험을 완화하도록 했다. 

두 번째 단계는 첫 번째에 더해 1~2주 이내에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를 추가하는 것이다. 만약 환자의 수축기혈압이 100mmHg 미만이라면 이뇨제 용량을 조정하도록 했다.

세 번째 단계는 1~2주 이내에 두 번째 단계에 MRA를 추가하는 치료다. ARNI와 SGLT-2 억제제가 신장기능 및 칼륨 항상성을 개선하는 효과에 따라 MRA 내약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세 가지 단계는 치료 4주 이내에 달성해야 하고 그 후 목표용량으로 증량하도록 제안했다.

SGLT-2i·엔트레스토, HFrEF 치료에 무엇이 달랐나?

순차치료에서 SGLT-2 억제제가 첫 번째 이름을 올리게 된 근거는 지난해 발표된 EMPULSE 연구다. 급성 심부전 입원환자 대상의 EMPULSE 연구에서 SGLT-2 억제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 사건 위험을 낮추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최근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2)에서는 EMPULSE 연구에 참여한 급성 심부전 입원환자의 등록 당시 증상 장애와 관계없이 자디앙의 임상적 혜택이 보고됐다. 특히 환자들은 15일 이내에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이 개선됐으며 90일 동안 유지됐다.

이와 달리 엔트레스토는 중증 HFrEF 환자에게서 발사르탄 대비 추가적 치료 혜택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지난해 발표된 LIFE 연구는 NYHA 4등급 HFrEF 환자가 엔트레스토를 복용하면 발사르탄보다 NT-proBNP를 크게 낮출 것으로 가정하고 진행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치료에 따른 NT-proBNP 변화값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특히 엔트레스토군 167명 중 49명(29%)은 6개월 연구 기간에 치료를 중단했다. 최대내약용량에 도달한 환자는 57명(34%)이었다. 

또 엔트레스토군은 발사르탄군과 비교해 생존일수, 퇴원 등 임상적 지표가 개선되지 않았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고칼륨혈증 발생률이 엔트레스토군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이는 과거 가이드라인에 따른 약물치료(guideline-directed medical therapy, GDMT)의 1차 약제로서 ACEI와 ARB 조합이 박출률이 크게 감소한 중증 심부전 환자에게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ACC·AHA 심부전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내약성이 좋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HFrEF 환자 대상 무작위 연구에서 효과를 확인한 목표 용량에 도달하기 위한 GDMT 용량적정을 권고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ACC·AHA 심부전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내약성이 좋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HFrEF 환자 대상 무작위 연구에서 효과를 확인한 목표 용량에 도달하기 위한 GDMT 용량적정을 권고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저용량 약물 동시 시작이 최적일 수도"

이와 함께 네 가지 계열 약물의 4제요법(quadruple therapy)은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4제요법 시 HFrEF 환자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2년 동안 73%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고(JAMA Cardiol 2020;5(8):948~951), 임상적 혜택은 치료 시작 후 수일에서 수주 이내에 나타났기 때문이다(JAMA Cardiol 2021;6(7):743~744). 

조현재 교수는 "심부전 환자가 본인 상태를 안정적이라고 느끼면 기대수명을 과대평가하게 된다"며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환자가 안정적인 상태로 내원했다면 새로운 약제 시작과 용량증량을 망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부전 치료를 늦게 시작하면 HFrEF 환자는 심부전 악화 및 사망 위험에 크게 노출돼 약물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장 저용량으로 약물 치료를 동시에 시작하는 것이 최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ACC·AHA 심부전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내약성이 좋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HFrEF 환자 대상 무작위 연구에서 효과를 확인한 목표 용량에 도달하기 위한 GDMT 용량적정을 권고한다(COR 1, LOE A). 

아울러 HFrEF 환자의 증상과 활력징후, 검사실 소견 등에 따라 1~2주 간격으로 GDMT 용량적정 및 최적화를 진행하는 것이 환자 관리에 유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2a, C-EO).

조 교수는 "GDMT 치료 순서 및 용량증량은 환자 특징에 따라 개별화해야 한다. 약물 치료를 동시에 시작하거나 빠른 단계적 순차치료 진행 등과 관계없이 용량증량 기간에는 환자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마지막으로 GDMT는 박출률이 심하게 감소한 중증 심부전 환자에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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