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AHA·HFSA, 심부전 가이드라인 전체 업데이트
심부전 A~D병기·HFmrEF 용어 재정의
HFrEF 치료제로 SGLT-2 억제제 등 네 가지 계열 권고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 심장학계가 심부전 병기(stage) 및 용어를 재정의하고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치료제로 SGLT-2 억제제를 포함한 네 가지 약물 계열을 권고하는 등 심부전 관리 가이드라인에 대대적 변화를 줬다.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심부전학회(ACC·AHA·HFSA)는 2013년에 이어 심부전 관리 가이드라인을 전체 개정했다. 2017년 집중 업데이트(focused update)가 이뤄졌으나 전체 개정은 9년 만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Circulation, Journal of Cardiac Failure 4월 1일자에 실렸다. 이어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리는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2)에서 세부 내용이 공개됐다. 

심부전 예방 강조한 병기 변화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부전 전(pre-heart failure) 초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 1차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반영해 ACC·AHA 심부전 A~D병기를 재정의했다. 

A병기는 심부전 위험군으로, 증상은 없으나 구조적 심질환 또는 혈액검사 상 심근 손상 확인된 군이다. 고혈압, 당뇨병, 대사증후군, 비만, 화학요법과 같이 심장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는 약물 노출, 유전적 심부전 위험군 등이 포함된다. A병기는 심부전 위험요인을 조기 식별하도록 주문했다.

미국 고혈압 환자는 약 1억 2150만명, 비만 환자는 1억명, 2형 당뇨병 환자는 280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새로운 병기를 적용하면 미국인 상당수가 심부전 A병기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A병기에 속한다면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정상혈압 12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2형 당뇨병이 있고 심혈관질환 동반 또는 위험이 높은 환자라면 SGLT-2 억제제 투약을 고려하도록 주문했다. 

B병기는 심부전 전 군이다. 심부전 증상·징후가 없지만 △박출률 감소, 심근 비대, 심근 수축 이상, 판막질환 등 구조적 심질환 △초음파상 충만압 증가 △A병기 위험요인에 더해 BNP 농도 증가 또는 심근 손상 지표인 트로포닌의 지속적 증가 등에서 한 가지 근거가 있는 이들이 해당된다. 

B병기는 심장의 구조적 변화 또는 심장기능 저하 증상이 나타나기 전 치료를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심부전 증상 발생 전 증상성 심부전 예방을 위해, 좌심실박출률(LVEF) 40% 이하라면 ACEi 치료를 진행하도록 제시했다. ARB는 ACEi 불내성이거나 금기인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스타틴은 심장마비 또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과거력이 있는 경우 권장했다.

C병기는 증상성 심부전이다. 현재 또는 이전에 숨 가쁨, 지속적 기침, 부기, 피로, 구역 등 심부전 증상이 있는 구조적 심질환 환자가 해당된다.

C병기로 진행된 환자는 다학제팀 관리를 통해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약물치료와 함께 증상 관리를 위한 자가관리 지원(self-care support)을 받도록 주문했다. 자가관리 지원에는 약물치료 중요성 이해, 나트륨 섭취 제한, 건강한 활동 유지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이들은 코로나19(COVID-19)를 포함한 호흡기질환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하도록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D병기는 진행성 심부전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이 있는 심부전으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약물치료를 지속함에도 불구하고 조절이 어렵고 반복적으로 입원하는 환자군이다. 

유럽 이어 'HFmrEF' 용어 '경계→약간 감소'로 재정의

가이드라인에서는 C병기에서 LVEF를 기반으로 한 네 가지 심부전 분류를 새로운 용어로 재정의했다.

LVEF 40% 이하는 HFrEF에 해당된다. 과거 LVEF 40% 이하였고 추적관찰 동안 40% 초과했다면 박출률 개선 심부전(HF with improved ejection fraction, HFimpEF)으로 정의했다.

유럽심장학회(ESC)에 이어 미국 심장학계도 박출률 경계 심부전(HF with midrange ejection fraction)을 '박출률이 약간 감소한 심부전(HF with mildly reduced ejection fraction, HFmrEF)'으로 변경했다. HFmrEF에는 LVEF 41~49%이며 좌심실 충만압이 증가한 환자가 해당된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은 LVEF 50% 이상이고 좌심실 충만압이 증가한 환자를 의미한다. 

HFmrEF 환자, 이뇨제·SGLT-2 억제제 우선 권고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심부전 치료제에 SGLT-2 억제제가 포함되면서 네 가지 약물 계열을 치료에 적용할 수 있게된 점도 주목해야 할 변화다.

가이드라인 집필위원회 부의장인 미국 베일러의대 Biykem Bozkurt 교수는 "약물치료에 SGLT-2 억제제를 포함한 네 가지 약물 계열을 제시했다"며 "DAPA-HF, EMPEROR-HF 결과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HFrEF 환자에서 SGLT-2 억제제의 치료 혜택을 확인했다. 사망률을 줄이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HFrEF 약물치료는 SGLT-2 억제제, 베타차단제, MRA, RAAS 억제제 등 네 가지 약물 계열이 제시됐다. 단, 네 가지 약물의 치료 순서는 마련하지 않고 병인, 동반질환, 환자 선호도 등을 고려해 약물 시작 순서를 개별화하도록 주문했다. 

RAAS에 작용하는 약물의 경우 ARNi를 우선 권고하면서 해당 치료가 어렵다면 ACEi 치료를 제시했다. ARB는 ACEi 불내성 또는 잠재적 이상반응이 있는 환자에게 권장됐다. MRA 또는 베타차단제 역시 이전 가이드라인과 동일하게 제시됐다. SGLT-2 억제제는 2형 당뇨병 여부와 관계없이 증상성 만성 HFrEF 환자에게 권고했다.

HFmrEF 환자에게 이뇨제와 함께 필요시 SGLT-2 억제제를 우선 권고한 것이 주목할 대목이다(권고등급 2a). ARNi, ACEi, ARB, MRA, 베타차단제는 HFmrEF 환자에서의 근거가 강력하지 않아 약하게 권고했다(권고등급 2b).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LVEF가 변할 수 있으므로 HFmrEF 환자는 LVEF를 반복해 평가하도록 했다. 

SGLT-2 억제제는 HFpEF 치료제에도 이름을 올렸다. 가이드라인에서는 HFpEF 환자군에게 SGLT-2 억제제, MRA, ARNi 치료를 주문하는 새로운 권고안을 마련했다. 특히 LVEF가 HFpEF 범위(spectrum)의 가장 하단에 있는 환자에게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고혈압 동반 HFpEF 환자는 목표혈압으로 조절해야 하고 심방세동 동반 환자는 심방세동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HFpEF 환자는 질산염 또는 PDE-5 억제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한편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이식형 심장장치, 심장 혈관재개통술, 심장 아밀로이드증 진단 및 치료, 심부전 D병기 환자를 위한 전문진료 의뢰, 심부전에서 심방세동 및 판막심장질환, 심장종양 등에 대한 권고안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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