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재단·대한간학회, '제22회 간의 날' 맞아 기념식 및 토론회 개최
질병관리청 주최 하에 '2020년 C형간염 시범사업' 시행…비용-효과성 분석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영 교수 "56세 전체 선별 전략, 무검진보다 비용 대비 효과적"

▲순천향대서울병원 장영 교수(소화기내과)는 20일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국간재단·대한간학회 공동 기념식 및 토론회'에서 '2020년 C형간염 조기발견 시범사업 및 비용 효과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장영 교수(소화기내과)는 20일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국간재단·대한간학회 공동 기념식 및 토론회'에서 '2020년 C형간염 조기발견 시범사업 및 비용 효과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C형간염 조기검진이 비용효과적이라는 근거를 토대로 국가건강검진 도입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2020년 C형간염 시범사업' 분석 결과, 만 56세 전체선별 전략이 무검진보다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대상자를 1회 검진하는 전략은 검진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해 점증적비용효과비(ICER)가 임계값보다 크게 적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장영 교수(소화기내과)는 '제22회 간의 날'을 맞아 20일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국간재단·대한간학회 공동 기념식 및 토론회'에서 '2020년 C형간염 조기발견 시범사업 및 비용 효과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56세 일반건강검진 수진자 약 10만명 참여 

대한간학회는 지난해 질병관리청 주최 하에 '2020년 C형간염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1964년생인 만 56세 일반건강검진 수진자를 대상으로 2020년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검진을 진행했다. 검진에 참여한 성인은 10만 4918명이었다. 

검진 수행 내용은 △일반건강검진 문진 시 C형간염 설문조사 함께 실시 △일반건강검진 채혈 시 C형간염 항체검사 함께 실시 △C형간염 항체 양성자에서 HCV(C형간염 바이러스) RNA 검사 실시 등이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과거 C형간염 검사·진단·치료경험, 위험인자, 인식도 등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진행한 비용-효과성 분석은 C형간염 환자를 선별해 치료 시 연장된 생존기간과 생존기간 동안 경험하는 삶의 질을 반영하는 질보정생존년수(QALYs)를 주요 지표로 활용했다. 

분석시나리오는 △무선별(No screening) △고위험선별(Risk-based screening) △56세 전체선별(Screen-all) 등 전략으로 구성, 56세 전체선별의 비용-효과성을 무선별 또는 고위험선별과 비교했다. 

무선별 전략은 검진 없이 C형간염 환자들이 일차의료기관으로부터 의뢰돼 파악되는 경우로, 고위험선별 전략은 '대한간학회 가이드라인'과 질병관리청에서 제시하는 고위험군 대상의 선별검사를 진행한 경우로 정의했다. 56세 전체선별 전략은 국가건강검진을 통한 56세 국민의 1회 선별검사 시행으로 설정했다. 

56세 전체선별 전략 ICER, 임계값보다 적어 '비용효과적'

▲순천향대서울병원 장영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장영 교수.

C형간염 시범사업의 비용-효과성 기본 분석 결과, 56세 전체선별의 ICER은 무선별에 비해 약 816만원/QALY, 고위험선별에 비해 약 796만원/QALY로,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임계값인 3583만원/QALY보다 크게 적어 비용효과적이라고 평가됐다.

비용-효과성 민감도 분석은 비용효과비에 영향을 미치는 상위 10개 지표의 10% 증가 혹은 감소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그 결과, 56세 전체선별은 모든 상황에서 ICER이 3600만원/QALY 미만으로 비용효과적이었다. 

또 56세 전체선별은 모델에 투입된 주요 지표가 95% 신뢰구간 내 변화하는 모든 상황에서도 ICER이 3600만원/QALY 미만으로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건강지표분석에서 56세 전체선별의 진행성 간질환 추정 발생 수는 무선별과 비교해 △간경변증 50% △비대상성 간경변증 48% △간세포암 49% △간이식 43% △사망 49% 줄일 것으로 추정됐다.

장영 교수는 "국내 56세 인구 대상의 C형간염 선별검사는 적절한 치료 연계 시 진행성 간질환 발생을 현격히 줄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매우 비용효과적"이라며 "사용하는 모수와 분석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C형간염 국가검진 비용-효과성의 타당성 분석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강조했다.

항체양성률 0.75%…60% 이상 과거 검사 경험 없어

국내 56세 성인의 C형간염 현황도 공개됐다. 

시범사업에서 C형간염 항체양성이 확인된 환자는 792명으로 항체양성률은 0.75%로 조사됐다. C형간염 RNA 양성률은 0.18%(189명)였다. 지역별로 부산과 울산의 C형간염 양성률이 높았다.

C형간염 검사 경험이 있는 수진자는 6.27%(6580명)로 확인됐다. 항체양성자 중 과거 C형간염 검사 경험자 비율은 38.51%, RNA 양성자는 31.22%였다. C형간염 질환자 60% 이상은 C형간염 검사 경험이 없었다. 

또 C형간염 질환자 70% 이상은 현재 본인의 C형간염 상태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전 C형간염 진단 경험자 비율은 항체양성자 28.54%, RNA 양성자 22.75%였다.

아울러 △문신 △피어싱 △비위생적침술 △혈액투석 △수혈 △손톱깎이/면도기 공유 △네일아트 △기타 수술/시술 등 C형간염 위험인자는 양성률과 의미 있는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수혈경험자에서 C형간염 양성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또 월소득 구간이 증가할수록 전반적으로 C형간염 양성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어 C형간염 인식조사에서 C형간염 치료 이행률은 70.38%로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고, 인천과 대전이 50%로 가장 낮았다. 

C형간염이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위험인식은 20.8%로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검진의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96.11%로 검진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았다. 

"선진국은 C형간염 검진 도입…정확한 평가 위한 예산 확보 필요"

▲대한간학회 장재영 정책이사.
▲대한간학회 장재영 정책이사.

그동안 학계는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을 주장해 왔다. C형간염은 간경변증이나 간암이 발생하기 전이라면 8~12주의 직접작용 항바이러스제(DAA) 복용으로 98~99%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질병이 진행하기 전 C형간염을 조기진단하고 치료해 질병 진행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간재단 심재준 홍보국장(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이 공개한 C형간염에 관심 있는 의료진(총 698명)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의료시스템에서 무증상 C형간염 환자를 즉시 발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국가검진 항목에 C형간염 선별검사가 포함되는 것이라고 78.9%가 답했다

대한간학회 장재영 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다른 선진국은 C형간염 검진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며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은 본 학회의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C형간염 시범사업의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재영 정책이사는 "시범사업 진행 시 중요한 것은 예산이다. 많은 사람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며 "이번 시범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약 8억 5000만원이었으나, 10만명이 검진받으면서 10억원이 더 필요했다. 국가적 시범사업을 진행할 경우 충분한 예산이 확보돼 많은 사람이 수검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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