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몰누피라비르'·화이자 '팍스로비드', 임상 중간분석 결과 발표
비입원 경도~중등도 환자 입원·사망 위험, 몰누피라비르 50%↓·팍스로비드 89%↓
코로나19 치료에 이어 예방 효과 검증 위한 임상연구 진행 중

▲머크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영국 제품명 라게브리오).
▲머크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영국 제품명 라게브리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와 싸움에 맞설 또 다른 무기인 먹는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제약사 머크(MSD)와 화이자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긍정적인 임상 중간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팬데믹을 끝낼 '게임체인저'의 등장을 알렸다.

머크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몰누피라비르(영국 제품명 라게브리오)'를, 화이자는 '팍스로비드(성분명 PF-07321332/리토나비르)'를 개발했다.

몰누피라비르 vs 팍스로비드, 작용기전·용법 차이는?

머크가 개발한 몰누피라비르는 리보뉴클레오사이드 유사체(ribonucleoside analog)로 코로나19 감염을 일으키는 SARS-CoV-2를 포함해 여러 RNA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한다.

바이러스에 무작위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화이자가 내놓은 팍스로비드는 SARS-CoV-2-3CL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복제하는 SARS-CoV-2-3CL 단백질분해효소의 활성을 차단한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특징 비교.

몰누피라비르와 팍스로비드는 알약 형태로 가정에서 쉽게 복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유일하게 승인한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는 정맥주사 방식으로 병원에서 투여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달리 몰누피라비르와 팍스로비드는 경구제로 재택치료가 가능하기에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두 치료제는 입원하지 않은 경도~중등도 코로나19 성인 환자 대상의 임상연구 중간분석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모두 입증했다.

위약과 비교한 결과를 보면, 몰누피라비르는 29일 동안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50%, 팍스로비드는 28일 동안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89% 낮췄다.

연구 디자인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두 치료제 모두 입원하지 않은 경도~중등도 코로나19 환자에게 치료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공통된 결론이다. 

이와 함께 두 치료제는 증상 발생 후 일찍 복용해야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몰누피라비르는 감염 발생 5일 이내에 복용해야 하며, 1회당 4알을 매일 2회씩 5일간 투약해야 한다. 팍스로비드도 감염 발생 3~5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1회당 3알을 매일 2회씩 5일간 복용해야 한다. 즉, 치료기간에 몰누피라비르는 총 40알, 팍스로비드는 총 30알을 복용해야 한다. 

영국은 지난 4일(현지시각)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몰누피라비르를 세계 최초로 조건부 승인했다. FDA는 오는 30일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 승인(EUA) 여부를 논의한다. 유럽의약품청(EMA)도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동반심사에 착수했다. 

화이자는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 승인을 위해 FDA에 가능한 한 빨리 데이터를 제출할 예정이다. 팍스로비드가 허가받는다면 SARS-CoV-2-3CL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로 설계된 최초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된다.

환자 1인당 약값은 몰누피라비르가 700달러(한화 약 83만원)이다. 팍스로비드는 아직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몰누피라비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연구 정리.

MOVe-OUT 입원·사망 발생률, 몰누피라비르군 7.3% vs 위약군 14.1%

임상연구를 보면, 지난달 1일 발표된 몰누피라비르의 MOVe-OUT 임상3상에서는 8월 5일까지 모집된 입원하지 않은 경도~중등도 코로나19 성인 환자 775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전체 환자군은 예후가 악화될 위험요인을 최소 한 가지 이상 동반했다. 가장 흔한 위험요인은 비만, 고령(60세 이상), 당뇨병, 심장질환 등이었다. 모든 환자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이들은 증상 발생 후 5일 이내에 몰누피라비르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돼 치료를 시작했다. 

그 결과, 29일 동안 입원 또는 사망 발생률은 몰누피라비르군 7.3%, 위약군 14.1%로, 몰누피라비르군에서 약 50%의 위험 감소가 확인됐다(P=0.0012). 위약군에서만 8명이 사망했고 몰누피라비르군의 사망자는 없었다.

주요 하위군 분석에서도 몰누피라비르군의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치료 효과는 코로나19 증상 발생 시기 또는 위험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아울러 모든 코로나19 변이에 대해서도 일관된 치료 효과가 관찰됐다.

모든 이상반응 발생률은 몰누피라비르군 35%, 위약군 40%로 비슷했고, 약물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 역시 몰누피라비르군 12%, 위약군 11%로 차이가 없었다. 단,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몰누피라비르군이 1.3%로 위약군 3.4%보다 낮았다. 

EPIC-HR 입원·사망 발생률, 팍스로비드군 0.8% vs 위약군 7.0%

팍스로비드의 EPIC-HR 임상2/3상 중간분석 결과는 지난 5일 공개됐다. 9월 29일까지 등록된 중증 진행 가능성이 높은 입원하지 않은 경도~중등도 코로나19 성인 환자 1219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전체 환자군은 코로나19 중증 진행과 연관된 위험인자를 최소 한 가지 보유하거나 기저질환이 있었다. 이들은 증상 발생 후 5일 이내에 팍스로비드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중간분석 결과, 증상 발생 후 3일 이내에 치료받은 환자에서 28일 동안 입원 또는 사망 발생률은 팍스로비드군 0.8%, 위약군 7.0%로 조사됐다.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은 팍스로비드군이 89% 의미 있게 낮았다(P<0.0001). 이들 중 사망자는 위약군에서만 7명 확인됐다.

이어 증상 발생 후 5일 이내에 치료받은 환자에서 28일 동안 입원 또는 사망 발생률은 팍스로비드군이 1.0%였고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위약군은 6.7%였고 사망자는 10명이었다.

중간분석 당시 평가가 가능했던 1881명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안전성 분석을 시행했다. 치료 유발 이상반응 발생률(TEAE)은 팍스로비드군 19%, 위약군 21%로 비슷했으며 대부분 경증이었다. 이 중 중증 발생률은 팍스로비드군 1.7%로 위약군 6.6%보다 적었다.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팍스로비드군 2.1%, 위약군 4.1%로 조사됐다.

단, 팍스로비드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로 쓰이는 항바이러스제인 리토나비르와 혼합 투약하는데, 일각에서는 리토나비르가 위장에 부작용을 유발하고 다른 약물의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OVe-AHEAD·EPIC-PEP, 코로나19 감염 예방 가능성 평가

이와 함께 몰누피라비르와 팍스로비드가 재택치료를 통해 코로나19 중증도 및 입원,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에 더해 바이러스 노출 후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가 확인된다면 두 치료제를 더욱 광범위하게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몰누피라비르의 MOVe-AHEAD 임상3상은 글로벌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연구다.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확진자의 가족구성원 내에서 감염 예방에 대한 몰누피라비르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다.

팍스로비드는 EPIC-PEP 임상2/3상을 통해 가족구성원으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성인을 대상으로 예방요법으로서 팍스로비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다.

아울러 팍스로비드는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이 낮은 표준위험 코로나19 환자를 모집한 EPIC-SR 임상2/3상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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