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로비드 EPIC-HR 최종 결과, 3일 이내 치료 시 입원·사망 위험 89%↓
팍스로비드군 바이러스 배출량, 위약군 대비 약 10배 감소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PF-07321332]/리토나비르)'가 최종 분석에서 상당한 치료 효과를 확인하며 팬데믹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화이자는 팍스로비드의 EPIC-HR 임상2/3상 최종 분석 결과를 14일(현지시각) 공개했다. 

최종 결과, 증상 발생 후 3일 이내 치료받은 환자에서 28일 동안 입원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팍스로비드군이 위약군 대비 89% 의미 있게 낮았다. 이는 지난 11월 발표한 중간 분석 결과와 일치한다.

게다가 팍스로비드군의 바이러스 배출량은 위약군보다 10배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보고된 경구용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데이터 중 가장 큰 바이러스 배출량 감소를 확인한 것으로, 팍스로비드가 강력한 활성을 가졌음을 시사한다. 

▲미국 화이자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로이터(Reuter) 유튜브 캡처.

이번 결과는 미국 머크앤드컴퍼니(MSD)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의 최종 결과와 다르다. 머크는 라게브리오가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50% 낮출 수 있다는 중간 분석 발표를 뒤집고, 최종 분석에서 30%의 효능을 보였다고 하향조정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최종 결과만 두고 본다면 팍스로비드가 라게브리오보다 앞서는 모습이다.

팍스로비드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다면 코로나19 대유행을 막을 중요한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이자는 FDA의 긴급사용 승인(EUA)을 받기 위해 진행 중인 순차제출(rolling submission) 절차에 따라 EPIC-HR 결과를 제출했다.

팍스로비드는 SARS-CoV-2-3CL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복제하는 SARS-CoV-2-3CL 단백질분해효소의 활성을 차단한다. 1회당 3알을 매일 2회 복용해 5일의 치료기간 동안 총 30알을 투약한다. 

EPIC-HR, 팍스로비드군 사망자 없어…65세 이상군 효과 '94%'

EPIC-HR 임상2/3상은 고위험군 2246명을 모집해 무작위 배정 후 치료 28일 동안 입원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평가했다.

그 결과, 증상 발생 후 3일 이내에 치료받은 팍스로비드군의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은 위약군보다 89% 의미 있게 낮았다(P<0.0001). 

무작위 배정 후 28일 동안 입원율은 팍스로비드군 0.7%(697명 중 5명)였고 사망자는 없었다. 이와 비교해 위약군의 입원율은 6.5%(682명 중 44명)였고 9명이 사망했다.

뿐만 아니라 증상 발생 후 5일 이내에 치료받은 팍스로비드군의 입원 또는 사망 위험도 위약군 대비 88%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P<0.0001). 이들의 28일 동안 입원율은 팍스로비드군 0.8%(1039명 중 8명), 위약군 6.3%(1046명 중 66명)였다. 사망자는 위약군에서만 12명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65세 이상 고령군에 대한 결과다. 이들은 팍스로비드 투약 시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이 가장 크게 감소한 환자군 중 하나로, 위약군 대비 위험이 94% 감소했다(P<0.0001). 

구체적으로 무작위 배정 후 28일 동안 팍스로비드군의 입원율은 1.1%(94명 중 1명)였고 사망자는 없었다. 이와 달리 위약군의 입원율은 16.3%(98명 중 16명)였으며 6명이 사망했다.

전체 사망률만 본다면, 위약군은 1.2%(12명)였지만 팍스로비드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어 EPIC-HR의 499명 환자를 대상으로 2차 목표점으로서 등록 당시와 5일째 SARS-CoV-2 바이러스 배출량을 비교했다.

등록 당시 바이러스 배출량, 지역, 혈청 상태 등을 고려해 평가한 결과, 팍스로비드군의 바이러스 배출량은 위약군보다 약 10배 또는 0.93log10copies/mL 감소했다. 

안전성 평가에서 치료 유발 이상반응(TEAE) 발생률은 팍스로비드군 23%와 위약군 24%로 비슷했고 대부분 경증이었다.

팍스로비드군의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률과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각 1.6%와 2.1%였다. 위약군이 각 6.6%, 4.2%였던 결과와 비교하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화이자 Albert Bourla 회장은 "이번 결과는 팍스로비드가 입원 또는 사망 위험 감소에 효과적임을 추가로 뒷받침한다"며 "게다가 팍스로비드 치료 시 상당한 바이러스 배출량 감소가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팍스로비드가 허가받는다면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의 삶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Bourla 회장은 "오미크론 등 새로운 우려변이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치료옵션의 접근성을 악화시켰다"며 "치료 후보물질이 승인된다면 현재 팬데믹 상황을 진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전체 연구 데이터는 이달 말 발표되며 동료평가를 거쳐 논문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EPIC-SR 중간 분석 결과, 표준위험군 입원 위험 70% 낮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PIC-HR에 이어 표준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EPIC-SR 임상2/3상 중간 분석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팍스로비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에는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이 낮은 백신 미접종자와 중증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는 하나 이상의 위험요인을 가진 백신 접종자가 모집됐다. 중간 분석은 모집 환자군의 45%(673명)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2차 목표점으로 모든 원인에 대한 입원 위험은 팍스로비드군이 위약군보다 70% 낮았고 두 군 모두 사망자는 없었다. 무작위 배정 후 입원율은 팍스로비드군 0.6%(333명 중 2명), 위약군 2.4%(329명 중 8명)였다. 

등록된 환자의 80%에 대한 후속분석 결과도 이와 일치했다. 무작위 배정 후 입원율은 팍스로비드군 0.7%(428명 중 3명), 위약군 2.4%(426명 중 10명)였으며 사망자는 없었다.

단, 1차 목표점이었던 4일 연속 자가 보고한 모든 증상의 지속적 완화에 대해서는 팍스로비드군이 목표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EPIC-HR 결과와 동일하게 위약군 대비 팍스로비드군의 바이러스 배출량이 약 10배 또는 1log10copies/mL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TEAE 발생률은 팍스로비드군 22%, 위약군 21%로 비슷했고 대부분 경증이었다.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팍스로비드군 1.4%, 위약군 1.9%,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각 2.1%와 1.2%로 유사했다.

이번 결과는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에 의해 검토됐으며, 위원회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한편 EPIC-SR은 환자군 모집을 마쳤고 이달 말 전체 데이터 분석에 따라 추후 추가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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