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 9일 긴급기자회견 열고 "의료체계 마비" 비판
의료기기 부족, 이송 시스템 미비, 재택치료 한계점 등 지적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코로나19(COVID-19)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젊은 의사들이 통합적인 시스템 부재로 인해 현장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가용병상의 효율적인 운영은 물론 재택환자 이송, 환자의 적시 치료 또한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9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개최한 코로나19 현장상황 개선 촉구 기자회견
9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개최한 코로나19 현장상황 개선 촉구 기자회견

대한전공의협의회는 9일 오후 코로나19 현장 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이 주장했다.

대전협 여한솔 회장은 "초기에 코로나19 감염 의심 환자를 마주하는 응급실, 코로나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병동은 가히 아수라장"이라며 "코로나 감염으로 병원에서 제때 치료조차 받지 못한채 집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경기권에는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은 이미 한자리도 남아있지 않음에도, 보건당국은 병상이 아직도 여유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대전협이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확진환자의 응급실 내 체류시간이 100시간이 넘는 것은 기본이고, 300시간이 넘어 응급실에서 격리해제 후 퇴원시킨 경우가 있다.

또한 경기도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는 격리실 컨택을 40번을 한 환자를 받기도 했다. 119구급대가 대학병원들에 전원을 위해 연락했지만 남은 격리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전협 서연주 수련이사는 "현장에선 중증도와 사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중증환자를 어떻게 케어할지 고역이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환자 중 어떤 환자를 포기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에게 필요한 인공호흡기, 에크모 등 기기도 부족한 상태"라며 "실제로 기관삽관과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 두명 중 선택해야하는 상황도 있다. 일부에서는 60대 이상에 에크모 금지령을 내린다"고 말했다.

 

"재택치료는 치료가 아닌 재택격리 불과...심정지 비일비재"

대전협 여한솔 회장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재택치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여 회장은 "약물이 투입되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치료인데 현재 재택치료는 재택격리에 불과하다.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재택격리하고 있는 환자들의 심정지, 의식저하 상황을 구급대를 통해 마주한다"고 지적했다.

박한나 수련이사도 "응급실에 이송되는 심정지 환자 10명 중 한두명은 코로나 확진자"라며 "환자를 이송하는 시스템이나 전담병원 핫라인을 구축해야 하는데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재택치료 환자들이 심정지로 실려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중앙부처와 현장간 관리체계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서 이사는 "잔여 격리실에 대한 안내도 오차가 발생해서 시스템에 비효율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자 배정와 전원 업무는 중앙에서 관리한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보의가 카톡으로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중앙의 관리부재가 현장에선 여파가 크다"고 말했다.

여 회장도 "우리 병원에 자리가 있음에도 중수본을 통해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입원이 안된다고 한다. 중앙에서 관리해야 위중한 환자를 정리할 수 있다는 이유"라며 "이송차량이 없어서 환자를 이송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트래픽잼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또다른 신규 환자들이 떠돌고 있다. 이 시스템만이라도 복지부가 고민하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비효율적 체계 속 의료진의 피로 누적과 업무 과중도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서 이사는 "현장에는 중환자 관리 능력을 갖춘 인력이 정말 부족하다. 2년간 누적된 피로를 견디면서 일하고 24시간 콜을 받고 있다"며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 모든 의료인력이 방역체계에 대한 회의감으로 사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PR 후 사망한 확진자가 있었고 당시 자리에 있었던 간호사 2명도 확진됐다. 검사상 음성이 나와 저는 근무에 복귀했지만 그 과정에서 마주친 사람도 많았다. 이와 같은 감염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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