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추가모집 정원 공고...3월부터 수련병원 근무 시작
전공의들 절차 문제 및 추가배정기준, 수련환경 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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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정부가 감염병 전문인력 양성을 이유로 내과,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추가 모집하자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미충원된 내과 정원 50명을 코로나19(COVID-19) 치료 의료기관으로부터 신청받아 배정하고, 이외에 미충원 정원이 발생한 21개 병원 중 신청하는 병원에 추가 50명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기모집 결과 미충원 정원이 발생한 응급의학과 수련병원도 신청을 받아 최대 28명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복지부의 독단적 결정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전공의 정원 책정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와 전문 학회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내과학회 또는 전공의 단체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전협 측은 "수평위는 물론 전공의와도 논의가 전혀 없었고 당국의 독자적 권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급박하게 정부 발표가 나왔고 홍보도 덜 돼 모르는 전공의들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가 모집하는 전공의 정원을 수련환경이 아닌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 기여 또는 거점전담병원으로 배정하는 기준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복지부는 코로나19 병상 규모, 병상 운영 기간을 고려해 추가 배정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공의 증원 후 수가 대책 마련? 앞뒤 맞지 않는 순서"

대전협 이지후 부회장(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은 "감염병 인력 양성을 위해 추가 모집을 하는데, 인력을 잘 가르칠 수 있는 병원이 아닌 코로나19 환자를 오래, 많이 본 병원에 먼저 배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감염병 관련 수가 등 대책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미리 준비한 후 증원해야 하는 것이다. 증원부터 하고 뒤늦게 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관련 업무로 전공의 수련 환경의 질이 악화됐으나 이 또한 개선된 점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일회성 전공의 증원만으로는 업무 과중, 환자 안전 등 진료현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대전협은 내과 전공의 중 91%가 수련 교육의 질적 저하를 경험하고, 72%는 근무 시간이 늘어났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각 과의 수련과 무관한 업무를 담당해 수련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응답한 전공의들도 적지 않았고, 최근에도 관련 민원이 늘어나 대전협은 추가 설문조사를 포함한 대응책을 고민 중이다.

이 부회장은 "내과 특성상 코로나19 환자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1년에 6개월 이상을 코로나 환자만 보고 있고, 내과 이외에 가정의학과 등 다른 진료과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과는 코로나19로 인해 환자가 없어서 수련기회를 박탈당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었다"며 "작년 12월 환자가 급증하면서 전담병원으로 전환해도 수련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병원도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논의 과정 전혀 없었다" 복지부에 의견 전달한 대전협

이에 대전협은 복지부에 추가 배정 기준을 수정해야한다고 요구하며, 사전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정원을 증원한 것에 대해서도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코로나19 규모, 병상 운영 기간이 아닌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련병원 위주로 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회장은 "전공의를 잘 가르쳐줄 수 있는 병원을 기준으로 해야한다.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 로딩을 줄여주거나 전문의를 더 고용한 병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전협은 ▲같은 코로나 전담병원이어도 군의관, 공보의 이외 추가 인력을 채용해 전공의 근무환경을 개선한 병원 ▲전공의 업무 과중을 줄이기 위해 일선 교수들이 당직을 나선 병원 등 전공의의 어려움을 개선하고자 하는 병원 위주로 인력을이 배정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대전협 여한솔 회장
대전협 여한솔 회장

복지부는 11일 추가 배정 병원을 공고한 후 원서 접수를 받은 후 12일과 13일 양일간 추가모집을 진행한다. 추가로 모집된 전공의는 3월부터 수련병원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대전협 여한솔 회장(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은 "전공의 증원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 코로나 상황에 대비해 인력을 증원한다고 해도 당장 1년차가 파견을 나가고 중증환자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 회장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분배라고 강조했다.

여 회장은 "응급실을 보면 코로나 환자 1명만 있고, 나머지는 다른 질병으로 온 환자들이다. 코로나는 진료 중 하나일 뿐"이라며 "질병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은 수십만명인데 정부는 생색내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증원하기로 결정했으니 전공의 로딩을 감소시키는 병원 위주로 인력을 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기준을 수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현실적인 문제는 전혀 복지부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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