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영국 승인…NICE, 지난달 인클리시란 치료 지침 최종본 발표
NICE 지침 재고해야 한다는 학계 지적 나와…"심혈관계 예후 등 근거 필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인클리시란(제품명 레크비오)이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게임체인저인지를 두고 학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클리시란은 임상3상을 통해 연 2회 주사만으로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추고 안전한 것으로 평가돼 유럽과 영국에서 허가받았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궁극적인 심혈관계 사건 예방과 비용 효과 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로서 인클리시란을 이상지질혈증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ORION-9·10·11 통합분석, 인클리시란 투여 시 LDL-C 50%↓

인클리시란은 짧은 간섭 RNA(siRNA) 기반 치료제로 간세포에서 PCSK9 생성을 억제해 혈중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앞서 임상에 도입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PCSK9 억제제는 2주 또는 4주 1회 피하주사하지만, 인클리시란은 연 2회 주사한다는 점에서 환자 순응도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클리시란은 지난해 유럽위원회(EC)의 허가를 받은데 이어 지난 9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로부터 승인받았다.

NHS와 노바티스는 수개월 동안의 협상 끝에 공급 가격 인하를 타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클리시란 정가는 284mg 도즈 팩당 2000파운드(약 320만원)다. 

단,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제조시설 관련 문제로 노바티스의 인클리시란 승인 신청을 반려했다. 그러나 인클리시란의 효능 또는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클리시란의 임상연구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환자 대상 ORION-9,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 대상 ORION-10, ASCVD 환자와 위험인자 동반 환자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ORION-11 등이 대표적이다.

세 가지 연구를 통합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10일째 LDL-콜레스테롤은 인클리시란 투여 시 등록 당시 대비 약 50% 감소했다. 수치상 LDL-콜레스테롤은 약 50mg/dL까지 조절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게다가 6개월 간격으로 1회 투약에도 불구하고 LDL-콜레스테롤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됐다(J Am Coll Cardiol 2021;77(9):1182~1193).

인클리시란의 이상반응으로 주사부위반응과 기관지염 등이 확인되나, PCSK9 억제제와 비교해 이상반응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보고는 없었다.

또 지난 13~15일 온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1)에서는 인클리시란이 체질량지수(BMI)와 관계없이 LDL-콜레스테롤을 의미 있게 조절한다는 ORION-9, 10, 11 사후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NICE, CVD 과거력 있고 LDL-C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권고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와 함께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지난 9월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및 비가족형) 또는 혼합형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인클리시란을 권고하는 치료 지침 초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6일 최종본을 공개했다.

먼저 인클리시란은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또는 혼합형 이상지질혈증 성인 환자의 식이요법에 대한 보조요법으로 권고했다.

이는 심혈관계 사건 과거력이 있으며 LDL-콜레스테롤이 최대 내약용량 지질저하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2.6mmol/L(100mg/dL) 이상일 때 해당한다.

심혈관계 사건 과거력에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관상동맥 또는 다른 동맥 혈관재개통술 △관상동맥질환 △허혈성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이 포함된다. 

최대 내약용량 지질저하제 치료에는 △다른 지질저하제 병용과 관계없이 최대 내약용량 스타틴 치료 △스타틴 불내성이거나 금기인 경우 다른 지질저하제 치료 등이 해당된다. 

또 심혈관계 사건 과거력이 없는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또는 혼합형 이상지질혈증 성인 환자라면 치료 관련 연구에서만 인클리시란을 투약하도록 주문했다.

단,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인 알리로쿠맙(프랄런트) 또는 에볼로쿠맙(레파타) 등 다른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와 인클리시란을 직접 비교한 데이터는 없다고 명시했다. 

NICE 보건기술평가센터 Meindert Boysen 소장은 "인클리시란은 수 천명이 심장마비와 뇌졸중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잠재적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했다.

"심혈관계 사건·안전성·비용 관련 데이터 더 필요"

그러나 NICE 지침 발표가 시급하다는 학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일랜드 왕립의대 Susan M Smith 교수는 NICE 지침을 재고해야 한다는 사설을 BMJ를 통해 발표했다(BMJ 2021;375:n2462).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심혈관계 사건, 안전성, 비용 효과 등에 대한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클리시란은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낮추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ORION-9, 10, 11은 1차 목표점으로 등록 당시 대비 LDL-콜레스테롤 변화를 확인했다. 그러나 LDL-콜레스테롤은 심혈관계 사건에 대한 대리평가변수(surrogate outcome)이며, LDL-콜레스테롤 개선이 심혈관계 혜택을 정확하게 반영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예로, 일라이 릴리의 CETP 억제제 에바세트라핍은 LDL-콜레스테롤 감소와 HDL-콜레스테롤 상승이라는 이중효과로 개발 초부터 주목받았다. 하지만 심혈관계 사건 감소를 입증하고자 진행된 ACCELERATE 연구에서 목표점 달성이 무리라고 평가돼 연구가 중단됐다.

인클리시란의 임상연구에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계 관련 예후를 종합해 평가했을지라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엔 사건 발생 수가 너무 적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NICE도 지침을 통해 인클리시란이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낮추는지를 확인한 장기간 연구 결과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인클리시란을 평생 투약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간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며, NICE가 비용 관련 분석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mith 교수는 "인클리시란이 게임체인저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의료진과 환자는 인클리시란 관련 근거의 한계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NICE는 인클리시란 치료에 따른 환자 예후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지침을 재고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비용 관련 데이터는 독립적인 분석을 위해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혈관계 혜택 입증 중요…ORION-4 결과 주목

결국 인클리시란이 게임체인저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심혈관계 혜택을 입증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인클리시란의 심혈관계 예후를 확인하기 위한 장기간 임상3상인 ORION-4가 진행되고 있다.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을 경험한 55세 이상의 ASCVD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연구는 2026년 종료될 예정이다. 

아울러 또 다른 ORION-17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는 심혈관계 사건이 없었던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인클리시란의 심혈관계 사건 1차 예방 효과를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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