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 개최
젊은 고혈압 환자, 심혈관질환·표적장기손상 등 위험 높아
1차 항고혈압제 근거 부족…강력한 생활습관 교정 중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혈압은 고령에서 가장 흔한 만성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젊은 성인에서도 고혈압 유병자가 상당수 있고, 관리하지 않을 경우 심혈관질환, 표적장기손상 등 위험이 높아 철저한 혈압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5~6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HYPERTENSION Seoul 2021)에서는 '젊은 성인에서 고혈압 업데이트(Update in Hypertension in the Young)'를 주제로 젊은 고혈압 환자의 위험과 치료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젊은 성인, 심박출량 증가·과체중 등으로 혈압 높아질 수 있어

지난해 발표된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30대 고혈압 유병자는 126만명, 고혈압 전단계는 340만명이다. 그러나 인지율은 17.4%로 40대 이상과 비교해 낮다. 치료율은 13.7%에 불과하며 지속치료율은 의료이용자 중 20%, 치료자 중 27.4%로 다른 연령대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인다.

▲고신대복음병원 김봉준 교수는 5~6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Pathophysiology of Hypertension in the Young Patients'에 대해 발표했다.
▲고신대복음병원 김봉준 교수는 5~6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Pathophysiology of Hypertension in the Young Patients'에 대해 발표했다.

젊은 고혈압 환자는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1985년 시작된 전향적 코호트인 CARDIA 연구에서 18~30세의 고혈압 환자 4800여명을 18.8년(중앙값)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정상혈압인 성인과 비교해 상승(elevated)혈압, 1기 또는 2기 고혈압 환자 모두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상승했다.

국가건강검진을 받는 20~39세 성인 약 640만명을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도 정상혈압인 성인보다 상승혈압 또는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았다. 

젊은 연령에서 고혈압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유럽고혈압학회는 2018년 '젊은 단독 수축기 고혈압' 성명을 통해 △과역동적 순환 및 혈역학적 전환  △자율신경계 조절  △비만 및 대사증후군 등을 제시했다.

고신대복음병원 김봉준 교수(심장내과)는 "일회박출량 증가로 인한 심박출량 증가, 교감신경계나 레닌-안지오텐신 알도스테론계 자율신경 기능 활성 등이 다른 연령보다 젊은 고혈압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생각한다"며 "과체중과 내장지방형 비만도 혈압을 높이는 주요 요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35세 미만 환자 10명 중 6명 표적장기손상 발생

젊은 고혈압 환자는 장기적으로 표적장기손상(Target Organ Damage, TOD)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다.

고혈압 발생 연령이 젊을수록 TOD 유병률이 높다고 보고되며, 35세 미만에 고혈압 발생 시 2개 이상의 TOD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한양대 구리병원 김현진 교수는 'Target Organ Damage in the Young Patients with HTN'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양대 구리병원 김현진 교수는 'Target Organ Damage in the Young Patients with HTN'을 주제로 발표했다.

고혈압으로 인한 TOD로 일과성 허혈발작 또는 뇌졸중, 망막병증, 말초혈관질환, 신부전, 좌심실비대(LVH),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CARDIA 연구에 참여한 중년 2680명을 분석한 결과, 고혈압 발생 나이가 어릴수록 TOD와 강력한 연관성을 보였다.

정상혈압인 성인과 비교해 젊은 나이에 고혈압 발생 시 LVH, 관상동맥 석회화, 알부민뇨, 좌심실 이완기능장애 등 위험이 증가했다. 특히 35세 미만, 35~44세에 고혈압이 발생한 환자군의 위험이 두드러졌다.

게다가 35세 이전에 고혈압이 발생한 환자의 59.5%에서 TOD가 확인됐고 24.5%는 2개 이상의 다발성 장기손상이 있었다. 

한양대 구리병원 김현진 교수(심장내과)는 "TOD는 고혈압 환자에게 중요하고 흔한 합병증"이라며 "젊은 고혈압 환자일수록 TOD 위험이 증가하므로 빠른 시점에 TOD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차 항고혈압제는 없어…일반적 치료 가이드라인 적용해야

젊은 고혈압 환자의 혈압 관리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항고혈압제를 1차로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대표적 랜드마크 연구인 SPRINT, HOPE-3 등 대규모 무작위 임상 연구들은 중년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에 미국, 유럽, 우리나라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젊은 고혈압 환자의 항고혈압제 처방에 대해 특별한 권고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조동혁 교수는 'Treatments in the Young Patients with HTN-What Is First Line Medication in the Young Patients with HTN'을 주제로 발표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조동혁 교수는 'Treatments in the Young Patients with HTN-What Is First Line Medication in the Young Patients with HTN'을 주제로 발표했다.

유일하게 2019년 영국 NICE 가이드라인에서는 아프리카계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카리브인을 제외한 인종의 경우, 55세 미만 고혈압 환자에게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차단제(ARB)를 1차 치료제로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55세 이상이고 2형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았다면 CCB를 시작하도록 주문했다.

그러나 31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65세 미만과 이상에서 ACEI, CCB 등 약물 계열 간 주요 심혈관계 사건에 미치는 효과 차이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65세 미만의 젊은 고혈압 환자에서 더 좋은 경과를 보인 약물 계열도 없었다.

다른 항고혈압제인 이뇨제는 젊은 고혈압 환자가 혈량과다증이 있으면 고려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대사 문제와 관련 있을 수 있으므로 우선 권고하지 않는다. 

또 ACEI/ARB는 젊은 고혈압 여성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지만 임신 중 복용 시 기형 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임신 사실을 알게되면 중단해야 한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조동혁 교수(심장내과)는 "현재로서 젊은 고혈압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1차 항고혈압제는 없다고 분석된다"며 "일반적인 성인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 환자에게 특화된 원격 모니터링 기반 치료 필요"

결국 젊은 고혈압 환자에게 어떤 항고혈압제를 1차로 처방할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므로, 혈압 조절을 위해서는 생활습관 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집중적이고 강력한 생활습관 개선에 방점이 찍힌다.

18~40세의 젊은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운동중재에 따른 혈압 조절 정도를 조사한 결과, 운동중재를 3~6개월 진행한 경우 12개월보다 혈압이 더 감소했다. 이는 운동기간이 혈압에 영향을 미쳤다기보단, 감독관과 함께 단기간 고강도 운동을 진행했고 의료진과의 접촉시간이 늘면서 조절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동혁 교수는 "젊은 고혈압 환자는 집중적으로 강력한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며 "단, 임상에서는 진료시간이 짧으므로 이를 어떻게 환자 관리에 적용할지는 숙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고혈압 예방을 위한 체중 관리도 필요하다. 소아청소년 약 6300명을 23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어렸을 때 비만했지만 성인이 돼 체중이 감소한 군은 소아청소년기와 성인기 모두 정상이었던 군과 비교해 고혈압 발생 위험이 비슷했다. 이와 달리 소아청소년기와 성인기 모두 비만한 군과 어렸을 때 정상이었지만 성인이 돼 비만해진 군은 고혈압 발생 위험이 높았다.

아울러 젊은 고혈압 환자 관리에 원격 모니터링(telemonitoring)을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된다. 

조동혁 교수는 "젊은 환자 대상의 무작위 연구 진행이 어렵고 이들은 치료 순응도가 떨어지지만,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접근성이 좋다. 이에 18~39세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모니터링을 이용한 자가 혈압관리 효과를 평가하는 MyHEART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젊은 고혈압 환자에게 특화할 수 있는 원격 모니터링 기반 치료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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