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혈압조절 시 뇌관류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 있어
SPRINT MIND 이차분석, 120mmHg 미만 혈압조절군 뇌관류 증가
140mmHg 미만 혈압조절군, 뇌관류 증가 나타나지 않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혈압 환자의 목표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낮추는 적극적 치료(적극적 혈압조절)가 예상과 달리 뇌관류를 저하시키지 않고 오히려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고혈압 환자의 목표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조절(표준 혈압조절)할 경우 뇌관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적극적 혈압조절이 뇌관류 저하와 연관됐는지 불확실했던 가운데 이번 결과는 뇌 건강에 대한 우려 없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강력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PRINT MIND 이차분석 결과는 JAMA Neurology 3월 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뇌관류 저하 시 인지장애·치매 위험 높아질 수도

미국 국립보건원(NIH) 주도로 진행된 SPRINT 연구는 심혈관질환 고위험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조절하면 목표혈압 140mmHg 미만 대비 심혈관사건 및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학계에서는 SPRINT 연구를 토대로 적극적 혈압조절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SPRINT 연구에서 뇌 MRI 촬영을 진행한 고혈압 환자의 4년 추적관찰한 결과, 적극적 혈압조절은 표준 혈압조절과 비교해 대뇌백질병변 증가를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차이는 적었을지라도 전체 뇌용적은 적극적 혈압조절 시 더 감소했다(JAMA 2019;322(6):524~534).

적극적 혈압조절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뇌관류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뇌관류 저하가 진행되면 체내 혈관 확장 물질들이 생산돼 혈관내피세포의 손상을 일으켜 뇌혈관의 자가조절 기능이 손상된다. 자가조절 기능 손상 시 갑작스럽게 혈류가 증가하게 되면 발작, 출혈, 부종 등이 유발된다. 

게다가 뇌관류 저하는 인지장애 또는 치매 등 위험을 높일 수 있다. 

2005~2012년 Rotterdam 연구에 등록된 대상군 중 치매가 없는 약 4800명을 조사한 결과, 뇌관류가 저하된 성인의 치매 발생 위험이 1.31배 높았다. 또 연구가 5.7년 지난 후 인지기능을 재평가한 결과에서도 등록 당시 뇌관류가 저하된 성인의 인지기능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Circulation 2017;136:719~728).

SPRINT 연구를 토대로 시행된 SPRINT MIND 연구에서는 혈압조절에 따른 인지장애 위험을 처음으로 분석한 바 있다.

결과에 따르면, 적극적 혈압조절을 진행한 고혈압 환자가 표준 혈압조절을 시행한 이들보다 경도인지장애 위험이 19% 유의하게 낮았다. 

그러나 SPRINT 연구가 조기 종료되고 예상보다 치매 발생 사례가 적어 적극적 혈압조절이 치매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지는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JAMA 2019;321(6):553~561). 

SPRINT MIND 이차분석을 진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Sudipto Dolui 교수는 "적극적 혈압조절에 대한 의료진의 걱정 중 하나는 뇌에 미치는 영향과 뇌관류 저하 위험이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인지장애와 치매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Dolui 교수는 "일정 혈압 범위 내에서 혈압과 관계없이 뇌혈류의 자동조절(autoregulation)이 일어난다. 그러나 낮은 혈압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와 적극적 혈압조절이 뇌허혈 등 뇌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적극적 혈압조절이 뇌관류 저하로 이어지는지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심혈관질환 병력 환자군, CBF 증가 더 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SPRINT MIND 이차분석은 SPRINT 연구에 참여한 당뇨병 또는 치매가 없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5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 중 등록 당시 뇌혈류(CBF)를 측정한 547명이 조사 대상이 됐다. 평균 나이는 67.5세였고 40%(219명)가 여성이었다. 

적극적 혈압조절군과 표준 혈압조절군에 무작위 배정된 후 4.0년(중앙값)째 MRI 추적관찰을 완료한 환자는 315명이었다.

조사 결과, 평균 뇌 전체 CBF는 적극적 혈압조절군이 38.90mL/100g/min에서 40.36mL/100g/min로 1.46mL/100g/min 늘었다.

이와 달리 표준 혈압조절군의 평균 뇌 전체 CBF는 큰 변화가 없었다. 등록 당시 평균 CBF는 37.96mL/100g/min에서 추적관찰 후 0.84mL/100g/min 감소한 37.12mL/100g/min로 조사됐다. 

추적관찰 동안 적극적 혈압조절군과 표준 혈압조절군의 평균 CBF 차이는 2.3mL/100g/min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결과는 회백질, 백질, 뇌실주위백질의 CBF 변화에서도 유사하게 확인됐다. 아울러 성별, 인종, 만성 콩팥병, 수축기혈압, 기립저혈압, 노쇠 등에 따른 하위군 분석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관찰됐다. 

주목할 결과는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고혈압 환자군이었다. 이들에서 적극적 혈압조절과 관련된 평균 CBF 증가가 더 크게 나타났다.

Dolui 교수는 "적극적 혈압조절을 진행한 고혈압 환자는 표준 혈압조절을 시행한 이들과 비교해 뇌관류가 저하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며 "특히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게서 연관성이 더 컸다.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다면 적극적 혈압조절을 통해 CBF 혜택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PRINT 제시한 혈압 변화에 뇌 적응할 수 있어"

이번 연구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더라도 뇌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근거가 된다. 이에 따라 임상에서는 그동안 제기된 뇌관류 저하 우려 없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강력하게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 책임저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Ilya Nasrallah 교수는 "뇌가 혈압강하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적극적 혈압조절이 뇌관류에 해로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뇌가 SPRINT 연구에서 도달한 수준까지의 혈압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임상의들을 안심시킨다"고 강조했다.

한림대 성심병원 조상호 교수(순환기내과)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이 낮아지면 뇌에 혈액이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뇌관류가 저하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생각을 바꾸는 결과"라며 "미국을 중심으로 목표혈압이 낮아지는 추세지만 우리나라와 유럽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증상이 없는 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더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 혈압을 크게 낮추면 기립저혈압, 실신, 낙상 등 위험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조절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상호 교수는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해도 뇌관류 저하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으나 치매와 인지장애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있다"며 "또 혈압이 너무 낮으면 기립저혈압이 잘 생기고 낙상 위험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고령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은 다각도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