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이해영 교수, 젊은 고혈압 환자 관리 개선 위한 전략 제시
고혈압 예방·인지도 제고·생활습관 개선 강화·치료 순응도 향상 등 제안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노인에서 흔한 만성질환으로 여겨졌던 고혈압이 40세 미만의 젊은 성인에서도 문제가 되자 전문가들이 2030세대의 고혈압 관리 강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서울대병원 이해영 교수(순환기내과, 대한고혈압학회 총무이사)는 젊은 성인에서 고혈압 관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담은 리뷰 논문을 대한고혈압학회 공식학술지 Clinical Hypertension 5월호를 통해 발표했다(Clin Hypertens 2023;29(1):13).

젊은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전체 인구보다 낮지만, 높은 혈압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평생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 손상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이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국내 젊은 고혈압 환자의 질환 인지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게다가 치료받으면 혈압이 잘 조절되지만 치료 순응도 역시 낮은 실정이다.

이에 이 교수는 40세 미만인 젊은 성인의 고혈압 관리를 강화하고자 고혈압 전단계와 고혈압 단계로 나눠 △고혈압 예방 △인지도 제고 △생활습관 개선 강화 △치료 순응도 향상 등 네 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고혈압 전단계, 여성 '운동'·남성 '체중 감량' 제안

고혈압 전단계에서는 고혈압 1차 예방을 강조하며 대사증후군 조절이 필수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성별과 관계 없이 모든 성인은 나트륨 섭취가 노인보다 많으므로 저염식을 하도록 주문했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은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도록 권했다. 젊은 여성의 체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같은 기간 신체활동도 줄고 있다는 이유다. 운동 부족은 젊은 여성의 대사증후군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고혈압 전단계 여성은 격렬한 운동을 매주 20분 이상 진행하도록 주문했다.

남성은 고혈압 예방을 위해 체중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은 젊은 고혈압 성인의 가장 흔한 표현형으로, 비만에서 정상 체중으로 조절하면 고혈압 위험을 정상 체중이던 성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아울러 비만 유병률이 저소득층 및 저학력층에서 높으므로, 비만 관리를 위해 저소득층의 식사시간과 균형 잡힌 식사를 보장하는 사회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고혈압 인지도 제고…정기적 혈압 측정 중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 단계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고혈압 인지도 제고다. 노인보다 낮은 젊은 성인의 고혈압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젊은 성인은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권했다. 고혈압 학계는 일반 대중의 고혈압 인지도를 높이고자 세계 고혈압의 날(5월 17일)에 맞춰 매년 5월을 혈압 측정의 달(MMM)로 지정해 고혈압의 위험성과 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020년 K-MMM20 캠페인을 '젊은 고혈압을 찾아라'를 주제로 진행하며 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알렸다. 

이어 젊은 성인은 국가건강검진 이후 혈압 상승에 대한 정기적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 등을 개선하기 위해 혈압 측정이 가능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21년 대한고혈압학회는 스마트폰·워치 기반 커프리스(cuffless) 혈압 측정 기기에 대한 공식 입장문(position paper)을, 2022년 유럽고혈압학회도 이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고혈압 환자에서 커프리스 혈압 측정 기기 활용과 관련해 최적 보정 프로토콜 등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성인의 혈압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고혈압을 조기 발견하는 데 커프리스 혈압 측정 기기의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생활습관 개선 강화…남성 '금주'·여성 '폐경 전후 관리' 필요

생활습관 개선 강화도 젊은 고혈압 환자의 관리 전략으로 제시됐다. 특히 성별에 따라 더 관리해야 할 생활습관으로 남성은 금주, 여성은 폐경 전후 관리를 권고했다.

이어 개별화되지 않은 일회성 교육이 장기간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이어지기 어려우므로 성별 및 연령별 사회의학적 위험요인 평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남성은 고지혈증, 결혼 여부, 고혈압 가족력 등을, 여성은 당뇨병, 직업 스트레스, 고염식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의료진은 임상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 젊은 성인의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이해해야 한다. 젊은 성인은 고혈압을 진단받고 생활습관 개선 및 약물 치료 등을 권고받으면 또래보다 '고령'이 됐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진은 이러한 환자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것이 만성질환 관리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 순응도 향상 위해 '복합제 1일 1회 복용' 제안

네 번째로 제안한 것은 치료 순응도 향상이다. 젊은 성인의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압을 엄격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것.

국내 젊은 고혈압 환자 대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고혈압제 순응도가 낮은 군은 높은 군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용량-반응 관계가 나타났다. 

하지만 젊은 고혈압 환자에서 엄격한 혈압 조절을 위한 항고혈압제 순응도는 낮다. 이에 젊은 고혈압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려면 외래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고혈압 복합제 1일 1회 복용을 제시했다. 복합제는 모든 연령대에서 치료 순응도 및 지속성을 향상시키고, 1일 1회 복용 역시 1일 수회 투약보다 순응도를 개선한다고 보고됐다는 이유다. 

따라서 젊은 고혈압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노인보다 낮으므로, 고혈압 복합제 1일 1회 복용의 치료 혜택이 젊은 환자에게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기적인 무증상 장기 손상 모니터링도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제안했다. 심전도(ECG)가 좌심실 비대 진단에, 소변검사가 알부민뇨 확인에 용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교수는 논문을 통해 "가이드라인 권고에 따라 계산한 심혈관질환 위험은 젊은 성인이 어리다는 이유로 낮지만, 고혈압은 평생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며 "젊은 성인은 대사증후군을 관리해 고혈압을 예방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또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엄격하게 혈압을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치료 순응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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