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 온라인 공청회' 3일 개최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 11개 항목 부분개정 시행
B형간염 '회색지대' 정의 추가…'정밀바이러스 표지자' 항목 신설

▲대한간학회는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 온라인 공청회'를 3일 개최했다. 학회 학술이사인 장정원 진료가이드라인개정위원장은 개정된 가이드라인 항목과 권고안을 소개했다. 
▲대한간학회는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 온라인 공청회'를 3일 개최했다. 학회 학술이사인 장정원 진료가이드라인개정위원장은 개정된 가이드라인 항목과 권고안을 소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회색지대(Grey zone)에 놓인 만성 B형간염 환자와 기능적 완치를 향해 도전하는 B형간염 신약들이 간 전문가들의 조명을 받았다.

대한간학회는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 온라인 공청회'를 3일 개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2018년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발표 후 4년 동안 B형간염 관련 연구 결과들이 다수 발표되면서 최신 지견을 반영한 권고안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돼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지난 가이드라인은 모든 항목에 대한 전면개정을 진행했다. 

올해는 논의를 통해 선별된 △자연 경과 △B형간염 바이러스(HBV) 정밀검사 △치료 대상 △기능적 완치를 위한 새로운 약제 △치료 종료 및 종료 후 모니터링을 비롯해, 특정 상황에서의 치료에서 △간세포암종 △신기능 이상 또는 골대사 질환 △면역억제-항암치료, 조혈모세포이식 △간이식, 기타 장기이식, 중복감염 등을 포함한 11개 항목에 대한 부분개정을 시행했다.

학회 배시현 이사장(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2004년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처음 제정한 후 총 네 차례 개정이 이뤄졌다"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단검사 기법이 발달하고 신약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됐으며 치료기준의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추가 개정이 필요한 부분을 다루고 최신 연구 결과들을 업데이트했다"고 밝혔다. 

학회 학술이사인 장정원 진료가이드라인개정위원장(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표준치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만성 B형간염 관리에 대한 최선의 선택은 임상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도 "국내 고유의 의료 여건과 자체 연구 결과를 충실히 반영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가이드라인과 부분적으로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HBsAg 소실기 설명 보완…회색지대 별도 기술

▲학회 강원석 개정위원(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만성 B형간염의 자연 경과 항목에서 변경된 권고안을 발표했다.
▲학회 강원석 개정위원(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만성 B형간염의 자연 경과 항목에서 변경된 권고안을 발표했다.

만성 B형간염의 면역학적 자연 경과에 대해서는 B형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HBsAg) 소실기(loss phase) 설명을 보완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이와 함께 회색지대를 별도 기술했고 기능적 완치(functional cure) 설명을 보완했다.

HBsAg 소실기에 대한 권고안은 2018년 가이드라인 내용을 유지하면서, 만성 B형간염의 자연 경과에서 HBsAg 소실은 매우 드물게 이행되는 상태로 B형간염의 완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기술했다. 

현실적 목표는 기능적 완치로, B형 간염 표면 항체(anti-HBs) 형성 여부와 관계없이 혈액 내 HBV DNA와 HBsAg 소실 상태를 말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드물게 HBsAg이 소실되나 HBsAg이 자연 소실된 경우와 같이 양호한 예후를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회색지대 정의가 새롭게 추가됐다. 

회색지대는 B형간염 바이러스 외피항원(HBeAg) 양성 환자에서 혈청 HBV DNA가 107IU/mL 미만이면서 혈청 ALT가 상승하지 않거나, HBeAg 음성 환자에서 혈청 HBV DNA가 2000IU/mL 이상이면서 혈청 ALT가 상승하지 않는 경우와 같이 임상적 지표인 혈청 HBV DNA와 ALT를 기준으로 어느 한 단계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 상태로 정의했다. 

아울러 만성 B형간염의 자연 경과 및 간질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정리하며, THRI, CAGE-B, SAGE-B, FSAC 등 점수체계에 더해 인공지능 및 딥러닝 간암 발생 위험도 예측 모형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정밀바이러스 표지자' 항목 신설

'정밀바이러스 표지자' 항목은 다양한 검사 마커들이 임상에 도입되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신설된 분야다. 2017년 유럽간학회(EASL) 가이드라인에 새로운 바이오마커 관련 내용이 담겨 국내 가이드라인에도 반영했다. 정밀바이러스 표지자는 △혈청 표지자 △세포내 표지자 등 두 가지로 나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혈청 HBsAg 정량검사, B형간염 핵심 관련 단백질(HBcrAg) 정량검사, HBV RNA 등이 만성 B형간염 경과를 판단하거나 항바이러스제 치료 종료 여부 및 종료 후 재발을 예측하는 지표로 임상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기술했다.

또 B형간염의 세포내 표지자인 cccDNA(covalently closed circular DNA), pgRNA(pregenomic RNA) 등이 B형간염 완치 목적의 약제 개발에 효과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HBV DNA 검출 대상성 간경변증, 항바이러스제 치료 시작해야

기존에는 고식적 진단기준을 만족하는 면역관용기라면 항바이러스제 치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항바이러스 치료 없이 이들을 모니터링하도록 수정했다. 

면역관용기 추정 환자 중 정상 ALT를 보이더라도 연령이 30~40세 이상이거나 혈청 HBV DNA 107IU/mL 미만인 경우 또는 ALT가 정상 상한치 경계 등 인자를 갖고 있다면 간섬유화 정도를 평가해 의미 있는 간섬유화를 시사하는 소견이 있을 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에서는 ALT가 정상 상한치의 1~2배 사이인 면역활동기 회색지대에 해당한다면, 추적관찰하거나 간생검을 시행해 중등도 이상의 염증 괴사 혹은 문맥주변부 섬유화 이상의 단계를 보이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달라진 점은 기존에는 간생검이 곤란한 경우 비침습적 방법의 간섬유화 검사로 평가할 수 있다고 명시했으나, 개정을 통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간섬유화는 비침습적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수정한 것이다. 간생검이 곤란하지 않아도 비침습적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이와 함께 면역 비활동기라면 혈청 HBV DNA가 2000IU/mL 미만이더라도 간생검이나 비침습적 검사에서 의미 있는 간섬유화를 시사하는 소견이 있다면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는 권고안을 신설했다. 

HBV DNA가 2000IU/mL 미만인 낮은 농도의 바이러스 혈중 상태를 보이더라도 진행된 간섬유화를 시사하는 FIB-4나 APRI가 증가하면 간암 등 합병증 발생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을 반영했다.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치료 권고 수준은 강화했다. 앞선 가이드라인에서 혈청 HBV DNA가 2000IU/mL 미만이더라도 혈청 HBV DNA가 검출되는 대상성 간경변증의 경우 ALT와 관계없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고려'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도록 강하게 권고했다.

관찰기간 동안 낮은 농도의 바이러스가 유지돼도 바이러스가 미검출 상태로 유지된 환자군보다 간암 위험이 높으며, 간암 발생 후 낮은 농도로 바이러스가 유지되는 환자일지라도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면 바이러스 재활성화 위험이 낮아지고 생존 이득이 있다고 보고한 연구들이 권고안 근거가 됐다.

직접 항바이러스제·면역조절제 등 기능적 완치 신약 개발 중

▲학회 김태형 개정위원(고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만성 B형간염의 기능적 완치를 위해 개발 중인 새로운 약제를 소개했다.
▲학회 김태형 개정위원(고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만성 B형간염의 기능적 완치를 위해 개발 중인 새로운 약제를 소개했다.

최근 만성 B형간염의 기능적 완치를 위한 새로운 약제들의 글로벌 임상연구가 이뤄지면서 가이드라인에서는 관련 약제들을 요약해 소개했다. 기능적 완치를 위한 새로운 약제는 △B형간염 직접 항바이러스제 △면역조절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B형간염 직접 항바이러스제는 △캡시드 형성 억제제 △바이러스 RNA 표적 치료제 △HBsAg 배출억제제 등이 있다.

캡시드 형성 억제제는 HBV의 코어단백질을 억제해 새로운 rcDNA(relaxed circular DNA) 합성 및 cccDNA 형성을 저해한다. 단, 현재까지 임상연구에서 HBV DNA는 유의하게 감소시키나 HBsAg 정량치 감소는 거의 없어 단독 사용으로 기능적 완치를 달성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러스 RNA 표적 치료제는 바이러스 RNA를 감소시키거나 작용을 방해하면 바이러스 복제, HBsAg 생성이 줄어들고 HBV 특이적 면역반응의 회복을 통해 만성 B형간염의 기능적 완치에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사용되는 물질은 ASO와 siRNA로, 여러 연구와 중간분석 발표에서 1log10IU/mL 이상의 HBsAg 정량치 감소를 보여 강력한 치료 후보물질을 꼽힌다.

HBsAg 배출억제제는 미완성 HBV 입자의 조립 및 분비를 억제해 환자의 혈청 HBsAg 농도를 줄이고 면역 탈진을 회복시켜 HBV 특이적 면역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 또 HBV/HDV 치료에서도 유의한 효과를 보여 HDV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면역조절제에는 △TLR 작용제 △면역관문 억제제 △치료 백신 등이 있다.

TLR 작용제는 환자의 면역반응을 유도해 인터페론 생성을 자극하며 이를 통해 바이러스 감소를 유도할 수 있다.

HBV는 T면역세포 억제 수용체의 지속적 발현을 유도해 HBV 특이적 면역반응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항암제로 사용하는 면역관문 억제제가 이 같은 반응을 억제해 기능적 완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치료 백신은 HBV의 다양한 항원들을 이용해 HBV 특이적 면역반응을 자극함으로써 기능적 완치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약제가 만성 B형간염의 기능적 완치를 위해 개발되고 있을지라도 단독치료만으로 완치를 완벽히 유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병용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병용치료가 단독치료보다 오히려 높은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더 낫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어, 병용치료 선택 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 B형간염의 기능적 완치를 유도하는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각 약제의 요법, 효능,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치료 중단 고려 시 HBsAg 정량치 참고해 결정

만성 B형간염 치료 종료 및 종료 후 모니터링 권고안은 정밀바이러스 표지자 관련 내용을 인용하면서 약제 중단 시 반응을 조사한 국내외 연구 결과들을 반영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치료 종료의 임상적 지표로 △ALT 정상화 △HBV DNA 불검출 △HBeAg의 혈청소실 또는 △혈청전환 HBsAg의 혈청소실 등을 제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HBsAg 정량치 △HBcrAg 정량치 △HBV RNA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치료 중단을 고려하는 경우 HBsAg 정량치를 참고해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권고안을 추가했다. 

또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치료 중단을 고려하는 경우 HBcrAg 정량치, HBV RNA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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