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법상 불법인 PA, 해결책 없이 규모는 증가
공식적인 PA 교육 시스템 갖춘 미국...어떤 업무 수행하나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우리나라 의료법에 근거는 없지만 병원에선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며 중요한 인력으로 자리 잡은 이들이 있다. 부족한 의사인력을 채우기 위해 생겨난 PA(Physician Assistant)는 진료보조인력으로도 불리며 실질적으로 의사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간호사 뿐만 아니라 응급구조사와 간호조무사 등 그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서울대병원이 PA 소속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의료계가 한바탕 시끄러웠다. PA 제도화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간 논의에 진척이 없었던 이유는 타 직역과의 관계가 얽혀있고 이들의 주장 또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PA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시민단체로부터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해결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① 논란 속 수년째 방치된 PA, 불법 경계 넘나든다
② 직역별 이해관계 얽혀있다...PA 해결책은 어디에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5000명 가까운 PA 존재하는 현실 속 여전히 방치
상처 소독, 환자상태 평가 등 상당수가 의사업무 수행

국내 PA는 정부가 관리하는 공식 자격이 아닌 탓에 정확한 수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관계 당국도 이에 대해 고민이 큰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면적인 PA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에 "병원 수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전면조사는 어렵다. 상급종합병원이나 병원급을 샘플로 조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병원간호사회가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집계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PA는 내과계 1315명(27.3%), 외과계 3499명(72.7%) 등 총 4814명이 존재하며, 이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내과계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만 PA가 존재했지만, 외과계에서는 병원급에서도 14명의 PA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진료과를 통틀어 PA가 가장 많이 배치된 과는 총 888명(18.5%)이 근무하는 외과였다. 

이어 내과가 801명(16.6%)으로 많았고 정형외과 449명(9.3%), 신경외과 437명(9.1%), 비뇨기과 392명(8.1%)의 순이었다. 내과의 경우 반복적인 항암치료와 시술, 종양내과 등에서 PA 운용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성화됐지만 PA의 소속은 여전히 불명확한 것이 현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간호부 소속 PA는 3623명으로 전체의 75.3%를 차지했지만, 나머지 1191명(24.7%)는 타부서 소속이었다. PA는 간호사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진료부에 소속돼야 한다는 것이 일선의 지적이다.

특히 대다수 PA는 수술에 참여하는 등 의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88명의 PA 중 93.4%가 의사업무를 수행한다고 응답했으며, 전공의가 없거나 부족한 진료과일수록 그 비중이 높았다.

이들은 상처 소독(wound swab)과 각종 시술 및 수술 전후 환자상태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또한 폐렴 평가 및 욕창관리 등 환자상태 평가, 심전도 등 의료장비를 이용한 검사 시행과 같은 업무도 수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국가면허로 관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명확한 업무규정조차 없어 만약 분쟁에 휘말릴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는 환자를 속이는 행위이고, 환자를 의료사고의 위험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의사인력 부족을 대체하기 위한 PA 운영은 그대로 방치하거나 묵인해선 안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체계적 교육 바탕으로 일찌감치 합법화
50개 주에 15만명의 PA활동...업무 범위도 명확

PA가 의료 현장의 공공연한 비밀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영국, 캐나다는 국가가 PA 자격을 인정하며 이미 제도권으로 포함했다. 

미국의 PA 제도화 역사를 살펴보면 1965년 듀크대학 의료원에서 처음으로 PA 교육이 이뤄졌고, 1967년 3명의 PA가 배출돼 처음으로 임상에 투입됐다.

일찍부터 PA가 합법화된 만큼 PA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도 체계적으로 갖췄다.

PA가 되기 위해선 석사 학위 수준의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 학사 학위와 기본적인 행동 과학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미국에는 250개 이상의 PA 프로그램이 있고, 이 프로그램은 평균 27개월 간 진행된다. 보통 첫 해에 해부학과 생리학 등 이론 수업이 이뤄지고, 다음 해에는 임상실습을 한다.

또한 자격을 획득하더라도 10년마다 면허증 갱신을 위한 시험을 치러야 하며, 2년마다 100시간의 보수교육(Continuing Medical Education, CME)을 이수해야 한다. 

미국 의사 전문 헤드헌팅 업체인 메리트 호킨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내 PA에 대한 수요는 약 300% 급증했다. 

미국의 내과계, 외과계 PA를 대표하는 연합단체인 AAPA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미국의 50개 주에는 약 15만명의 PA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매년 4억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PA가 수행하는 업무 범위가 명확하다. 실제 미국에서 근무하는 PA에 따르면 이들은 ▲약물 처방 ▲질병 진단 ▲주사 등 중재요법 ▲수술 보조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중재적 통증 클리닉(Interventional pain clinic)에서 근무 중인 한 PA는 "주마다 PA의 역할 범위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캘리포니아에서는 대수술(major surgery)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사와 PA의 관계는 긍정적이고, PA에 대한 환자 신뢰도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대부분의 의사, PA는 서로 협력한다.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며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PA는 의사를 돕기 위해 일하며, 한걸음 물러설 때가 언제인지 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들 또한 PA를 신뢰하고 있다. 현장에서 환자들은 의사가 아닌 PA에게 주사와 처방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의사와 PA의 업무량이 균등하게 분배돼 있고, 의사로부터 훈련받기 때문에 이러한 의료 업무가 가능하다. PA 교육과정은 체계적일 뿐만 아니라 의사처럼 PA도 꾸준히 자격증명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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