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공용IRB로 엄격 관리" vs 의료계 "국민 피해"
데이터 활용 승인에 이어 헬스케어 시장 진출도 속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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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의료데이터를 민간보험사가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가 첨예하다.

이용이 승인된 공공데이터는 개인추적과 특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서는 보험업계의 영역 확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 등 6개 보험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을 위한 승인을 획득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이 영리적 목적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중단된지 약 4년 만에 승인이 이뤄진 것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승인한 공공데이터는 비식별 처리 표본 자료로 개인추적과 특정이 불가능하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그간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고령자와 유병력자의 수요를 반영한 전용 보험 상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를 분석해 혈압관리서비스를 접목한 고혈압 환자 전용상품 개발이 유력하다.

또한 정부는 보험회사가 자회사 방식을 이용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동용품, 영양제 등을 판매하는 헬스케어몰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 방침도 밝혔다. 

이러한 방침이 밝혀지자 시민사회와 의료계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보험사들은 데이터를 이용해 미국처럼 보험사가 직접 만성질환 관리, 환자·고령자 돌봄, 의료기관 알선까지 하는 상품을 내놓으려 한다"며 "민간보험이 주도하는 미국식 의료영리화의 모델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진료내역, 투약내역 등을 각각 3조건 이상 보유하고 있다"며 "의료정보를 가장 원하는 민간보험사에 넘겨주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원칙적 반대' 입장 밝힌 의협 "의료계와 협의 없었다"

심평원은 엄격한 자료 사전허가 및 관리절차 강조

대한의사협회도 원칙적 반대 입장을 밝히며 협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의료계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협 관계자는 "민간기업에 보건의료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절대 반대"라며 "보험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이라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이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끼리 데이터를 취합해 공유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협의가 전혀 없었다. 당연히 반대입장이지만 전문가로서 의견은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심평원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없어 개인추적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표본자료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허가받은 연구자가 직접 내방해 폐쇄망 분석후 결과값만 반출 가능하다.

심평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공용IRB)의 심의를 거쳐 생명윤리법에 저촉되지 않음을 승인받은 연구에 대해서만 신청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결과값도 이용기간 만료시 즉시 폐기하고 자료폐기확인서를 징구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거친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환자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의무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그 데이터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가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보험은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공익적 목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계에서 학술적 연구를 위해 국가 데이터를 요구했을 때에는 절차도 까다로웠고 '국가의 자료'라고 핑계를 댔었다"라며 "그러나 대다수 의사가 쓰는 논문은 영리적 목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험업계는 건보공단과도 공공데이터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는 향후 과정을 지켜보며 적극 의견을 개진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무조건 저지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의견을 꾸준히 내는 것"이라며 "심평원도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 관련 회의체나 협의체가 마련되면 참여해 의견을 적극 피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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