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2일 실손보험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 토론회 개최
21대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 개정안 발의, 정무위 계류
"의료기관은 보험 당사자 아니다" vs "수긍할 국민 없다"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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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정보를 민간 실손보험사에게 전송하도록 규정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극명한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서류전송 주체가 되는 것은 부당하고 개정안의 수혜는 환자가 아닌 보험사에게 돌아간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반면, 보험업계와 금융위원회는 국민의 편익증진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오후 '민간(실손)보험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을 논의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고용진·전재수,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진료비 계산서 등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할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은 그 요청에 따라야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서류의 전송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심평원이 서류전송 외에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보험사가 해야할 일 의료기관에 전가, 환자 관계도 악화"

기존 민간 핀테크 기업에도 영향..."선택권, 환자에 부여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손보험의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를 두고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입장이 재충돌했다.

의료계에서는 심평원의 개입 부당성,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의료기관의 부담 증가, 서류전송 주체가 되는 것의 부당성 등을 강조하며 개정안에 문제점이 많다는 의견을 펼쳤다.

(왼쪽부터) 지규열 보험이사, 의료IT산업협의회 전진옥 회장,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
(왼쪽부터) 지규열 보험이사, 의료IT산업협의회 전진옥 회장,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

의협 지규열 보험이사는 "의료기관은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개정안은 환자와 보험사가 해야할 일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절차의 간소화가 아닌 의료기관에 업무 부담을 전가하고 가중시키는 의료기관 청구의무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에 따라 환자의 진료정보, 진료비 청구내역을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보험가입 등의 근거로 활용됨이 알려진다면 환자는 정보를 제공한 의료기관을 우선 비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전산체계 운영과 관련한 사무를 심평원에 위탁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이어졌다.

지 이사는 "비급여 정보 등 환자의 모든 진료정보를 활용해 건강보험 청구비용 심사 시 악용하는 등 임의적인 환자 진료정보의 남용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사적인 다른 보험회사의 청구에 개입하는 것은 설립 취지와도 안맞는다"고 지적했다.

의료IT산업협의회 전진옥 회장도 해당 개정안이 의료기관에 과도한 책임을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전 회장은 "생성된 데이터를 보관하고 전송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보안과 관련한 부담을 고스란히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사후관리에 대한 우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관 본연의 기능인 환자의 진료지원, 의료질 향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미 유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민간 핀테크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전 회장은 공공주도로 모든 의료기관에 의무화하는 것이 아닌, 민간 핀테크 업계가 주도하는 방식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전문업체를 통한 새로운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사업 주체들간 서비스 경쟁을 통해 보다 편리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며 "선택권을 오히려 환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제안했다.

실손보험 청구 의무화가 결국 실손보험사의 이익 증대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환자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중에서 손해가 많은 품목을 삭감하는 것이 보험사가 원하는 부분"이라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손보험사의 목적이 있다. 솔직하게 말을 안하고 포장하니 해결책이 나올수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건강보험이 제대로 된 기능을 했다면 이런 문제로 파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건강보험 기능을 어떻게 재정립할지, 의료보험 재정문제도 거대 담론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최대 수혜자" 기싸움 '팽팽'

 1년 청구건 1억 500만건..."우리나라만 종이로 서류 오가"

보험업계에서는 즉각 반대의견이 제시됐다.

손해보험협회 박기준 장기보험부장은 "병원에 가면 '실손보험 가입했냐'는 질문을 받고, 관련 광고도 쉽게 접할 수 있다"며 "실손보험의 최대 수혜자인 의료기관이 실손의료보험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수긍할 국민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왼쪽부터) 박기준 장기보험부장, 금융위원회 이동엽 보험과장, 복지부 공인식 의료보장관리과장

특히 현실적인 부분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의무화가 필요하며 오히려 의료기관에 도움이 되는 변화라고 주장했다.

청구전산화 도입시 현재 의료기관의 종이서류 발급이 전산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비용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절감된다는 것이다.

박 부장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는 최근 4100만명으로 늘어 인구대비 70%가 가입한 상황이고, 한해의 청구 건도 1억 500만건에 달한다.

1건당 3~4장의 영수증 세부내역서를 계산하면 약 4억 건이 보험사에 매년 들어오며, 이러한 업무는 결국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이라는 설명이다.

박 부장은 "사업장과 실손보험 가입자가 매년 늘어나는데,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서류가 종이로 오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며 "개정안은 서류확보 업무를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이 아닌, 의료기관이 협조해야 할 사항을 보다 명확히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 의무화에 대한 지적도 많지만, 환자가 병원과 약국을 옮겨다니기 때문에 전체 요양기관이 참여해야 심사가 이뤄진다"며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가 보험회사로 넘어간다는 것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금융위원회 이동엽 보험과장도 "실손보험은 제2의 의료보험이다. 청구간소화로 국민이 포기하는 일 없이 보험금을 청구하자는 것"이라며 "서류 전송은 병원의 새로운 의무가 아니다. 환자가 요청하면 거절하지 말고 들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 자동차 보험금도 심평원을 통해 서류를 전송하고 있지만 정보유출과 같은 문제가 없었다"라며 "법안에서 더욱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처벌규정을 마련하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큰 틀에서 실손청구 간소화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공인식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소비자 측면에서 '왜 소액청구가 이뤄지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보면 수수료 등 서류에 대한 부담이 소액청구의 득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자료의 제출방법 개선도 중요하지만, 보험청구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는 금융위와 공사보험협의체를 통해 실손보험, 건강보험과의 관계를 공조하고 있다"며 "실손청구 간소화의 큰 방향에 동의하면서 누가 어떻게 무슨 자료를 청구하는 것을 간소화할지 청구모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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