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공급자단체, 협상단 상견례 및 1차 협상 진행
인건비 증가, 의료기관 손실 강조...밴드 사전공개 요청도
이상일 상임이사 "밴드 확보 노력하겠다...균형점 찾아야"

2020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2020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2022년도 요양급여비용 수가계약 협상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의 상견례 및 1차 협상으로 본격 시작됐다.

12일과 14일 양일간 진행된 1차 협상에서 공급자단체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의료기관의 손실 보상을 주장한 반면, 건보공단은 전반적인 경기와 가입자단체의 어려움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급자단체들은 의료수익이 대폭 줄었음에도 오히려 인건비와 고용규모가 늘었다며, 이를 충분히 반영한 수가 계약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수가협상단장은 "병원에서 방역을 위해 채용하는 인력이 많이 늘었다. 발열체크를 위한 인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라며 "병원의 고용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러한 객관적 데이터를 주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박인춘 협상단장도 "장기처방에 집중돼 종업원 수도 함께 늘어난다. 정해진 시간에 조제를 하려니 사람을 더 채용할 수 밖에 없다"라며 "여러 악순환이 반복되는 만큼 건보공단 측이 수가협상에서 충분히 배려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병협 송재찬 수가협상단장, 약사회 박인춘 단장, 의협 김동석 단장

처음으로 의원급 유형 수가협상의 주체로 나선 대한의사협회 김동석 협상단장(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원급의 고용 증가를 강조했다.

김 단장은 "순수 진료이익이 줄었음에도 고용은 늘었다. 고용 창출에 공헌했음을 가입자단체가 이해해주길 바란다"라며 "의원급에서는 24% 이상 고용이 늘었다.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도는 물론 간호인력을 구하기 힘든 점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손실과 관련해 약사회는 건보공단에 약국 행위료 감소, 인력 구성 증가추이, 인건비 증가, 의료물가 대비 약국의 수익 감소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했고, 대한한의사협회 또한 실수진자 수가 10%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반면 병협은 지난해 병원급의 요양급여가 1.2%(4000억원) 증가했다는 통계에 대해 실질적인 병원 이익은 감소했다고 해명했다.

송재찬 단장은 "진료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지만 병원의 비급여 검진부분을 포함한 진료수익은 감소했다"며 "코로나19 환자 치료 뿐만 아니라 안심병원, 선별진료소 등 추가 수가가 포함돼 늘어난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병원이 방역, 환자치료 과정에서 보상받은 부분은 지난해 진료비 통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계 어려움 공감한 건보공단 "쉽지않은 협상 전망"

김동석 단장 "의원급 협상 최다 결렬...절실함 반영 안된 것"

6개 의약단체를 연이어 만난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이러한 보건의료계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면서도 가입자와 공급자의 간극이 큰 만큼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보험자로서 합리적인 균형점 찾기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재차 밝혔다.

이 상임이사는 "가입자단체에게 의료계의 헌신적인 노력과 인프라 유지 측면을 강조해 밴드를 잘 받아내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앞으로 보건의료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GDP(국내총생산)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전반적인 경기가 악화됐을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가입자의 납부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상임이사는 "협상단이 마치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성공적으로 가입자와 공급자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1차 협상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온 공급자 단체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번 수가 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대한한의사협회 이진호 협상단장은 "전년 기준으로 협상을 하기 때문에 작년에는 의료계의 어려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올해는 이러한 부분이 반영될 수 있지 않나 했지만 가입자의 부담, 경제의 어려움을 이야기 한다"고 아쉬워했다.

병협 송재찬 단장도 "작년에는 코로나19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협상에 임했다"라며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의협 김동석 협상단장
의협 김동석 협상단장

특히 의협 김동석 단장은 '결렬없는 협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총 14번의 협상을 진행했지만 의협은 8번 결렬, 6번 체결된 바 있다.

김 단장은 "협상은 타결을 위한 목적을 갖고 임해야 하고, 결렬시키려는 의도는 없다"라며 "그간 의원급에서 가장 많이 결렬된 것은 그만큼 의원의 절실함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정부와 건보공단은 원가 이하의 수가를 이어왔고, 이번이 정상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라며 "적정 수가로 세계 최고의 의료서비스가 유지되길 바란다. 결렬이 아닌 협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4일 2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예정 '밴드 균형점' 과제

의협 수가 협상단, 밴드 사전공개 요구 "그간 방식 소모적"

건보공단은 오는 24일 '제2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요양기관의 손실과 밴드(추가재정소요액) 규모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상일 상임이사는 "전체적인 진료비 총액에 해당하는 밴드를 어느정도까지 받아낼지 고려해야 하고, 다른 측면에선 공급자 단체와 적절한 수가를 조율해야 할 책임도 있다"며 "2차 소위에서 밴드가 결정될 예정이다. 적극적으로 가입자단체와 소통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동석 단장은 건보공단에 밴드를 사전 공개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는 "31일 자정에 밴드가 나오면 새벽까지 협상이 이어지고 소모적이다. 밴드가 빨리 나오되 이해 가능해야 하고 의원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밴드가 나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건보공단도 어려움을 토로한다. 가입자를 설득할만한 충분한 논리를 갖고 근거를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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