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병원계 개인진료정보 유출 가능성 우려
복지부 신중한 검토 필요 입장…금융위만 찬성
국회 정무위 위원도 법률 검토에서 부정적 의견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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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 신형주 기자]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편익을 증진한다는 취지로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오히려 국민들의 보험금 지급 거절 및 계약 갱신 시 불리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와 병원계는 모두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의협 최대집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과 윤재옥 의원을 만나 의료계의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발의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인해 법안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계류되다 회기 마감으로 인해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같은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의료계와 병원계가 다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재수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은 2019년 기준 3800만명이 가입하고 보편화돼 보험금 청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번거로운 절차로 인해 보험소비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보험금 청구 포기 사례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회사로 하여금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도록 하거나, 이를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 보험업법 개정 반대  

이에, 병원계와 의료계는 보험업법 개정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병원계는 보험사업자의 진료비 청구자료 축적은 향후 가입자의 보험금 지급거절 및 계약 갱신시 불리한 자료로 활용돼 국민 편의보다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은 가입자와 보험사업자 간 사적계약에 의한 상품에 불과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진료비명세서 등 각종 증빙서류에 대한 제출업무를 의료기관에 일방적으로 전가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병원계는 엄격히 보호돼야 할 환자의 개인진료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될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병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병원계와 의료계, 치과계, 약사회, 한의협까지 전체 보건의료분야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으며, 심지어 보건의료 시민단체들과 핀테크 및 전자차트 기업들도 모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편의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쌓여진 진료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 거절과 갱신 거부를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리기업인 민간보험사들이 청구 간소화를 위해 자신들이 간편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서 이사의 의견이다.

하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간보험사가 병원과 환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보험금 지급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각종 증빙서류 제출을 통한 심사강화가 주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병원에 보험금 청구·지급 간소화 명분으로 진료비명세서 등 각종 진료관련 서류를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병원에 행정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자세한 진료내역 축적을 통해 진료비 심사자료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자의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전송하는 과정에서 각종서식의 항목에 대한 제공여부를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부담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의협 최대집 회장 역시 "보험업법 개정안은 겉으로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리성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의료기관의 보험 청구업무 대행으로 민간보험사의 환자정보 취득을 쉽게 하려는 의도의 기만적 악법"이라고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간소화라는 미명 하에 보험사들이 향후 보험금 지급을 최소화하고, 가입거부를 통해 손해율을 줄이려는 목적이란 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따라서 민간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국민에게 불리한 법안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는 것.

최 회장은 "실손보험 청구 문제는 민간보험 가입자와 보험회사 간 민간계약의 문제로 의료계 동의없이 청구대행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무위원회, "종합적 고려해 결정해야"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전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의견에서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고 보험소비자들의 편의를 제고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요양기관에 대한 의무부과의 타당성,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및 오남용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준 전문위원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요양기관에게 보험금 지급행정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요양기관을 통해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과정에서 정보 유출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발생과 해당 정보가 보험금 지급 이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우려도 제기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위한 전자적 전송과 관련된 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 개별 서류의 발송 및 수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계약 당사자인 보험회사가 부담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복지부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등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국민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민간보험 계약관계에서 제3자에 해당하는 요양기관에게 서류의 전자적 전송 요청을 따라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은 의무이행 및 수용성 제고를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등 사회적 논의 거쳐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유일하게 찬성하는 곳은 금융위원회 뿐이다.

금융위는 "법률안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입법과정에서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의료계의 우려 완화 및 의료기관별 단계적 도입 혹은 자료전송 목적 외 자료집적 금지 등 참여 유도 방안을 검토,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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