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CLEAN-NO IV, 혈전제거술만 받은 환자 기능적 예후 우월하지 않아
DIRECT-MT·SKIP·DEVT 연구에 이어 알테플라제 생략 근거 불충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 치료 시 기계적 혈전제거술 진행 전 혈전용해제인 알테플라제(tPA) 정맥주사를 생략하기에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대혈관폐색으로 인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연구를 진행한 결과, 혈전제거술 전 알테플라제를 투약한 환자군(알테플라제+혈전제거술군)과 비교해 알테플라제를 생략하고 즉시 혈전제거술을 진행한 환자군(혈전제거술군)의 기능적 예후는 우월하지 않았다.

알테플라제 투여가 적합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혈전제거술 전 알테플라제를 빨리 투약하도록 권고하는 현재 표준치료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학계의 기대가 모였지만, 지금까지 쌓인 근거만으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MR CLEAN-NO IV로 명명된 이번 연구 결과는 17~19일 온라인으로 열리는 국제뇌졸중컨퍼런스(ISC 2021)의 최신 임상초록세션(Late-Breaking Abstracts)에서 18일 공개됐다(#LB3).

알테플라제 투여 시 출혈 위험↑…비용 문제도 제기

급성 허혈성 뇌졸중의 이상적인 치료는 최대한 빨리 막힌 혈류를 재개통해 임상예후를 개선하는 것이다.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혈류를 회복하느냐에 따라 이후 사망과 장애 정도가 달라진다.

대혈관폐색으로 인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혈전제거술의 유효성은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하지만 혈전제거술 전 혈전용해제인 알테플라제를 투여하는 치료전략이 혈전제거술만 진행했을 때와 비교해 추가적인 혜택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알테플라제를 투여하면 출혈 위험이 높고 기계적 혈전제거술 시간을 연장해 많은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90일째 기능적 예후, 혈전제거술군 비열등성 충족 실패 

MR CLEAN-NO IV 연구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알테플라제 투여를 생략하고 즉시 혈전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을지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에서 진행된 다기관 다국가 무작위 임상연구다.

▲tPA는 뇌의 혈전을 용해시키고 뇌 혈류를 개선한다. 사진 출처: 미국뇌졸중협회(ASA) Media.
▲tPA는 뇌의 혈전을 용해시키고 뇌 혈류를 개선한다. 사진 출처: 미국뇌졸중협회(ASA) Media.

2018년 1월 24일~2020년 10월 28일 20개 의료기관에서 전순환계 대혈관폐색으로 인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 539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전체 환자군은 알테플라제 정맥주사와 혈전제거술 모두 가능하고 뇌졸중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 두 가지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즉시 입원했다. 평균 나이는 70세였고 절반 이상이 남성이었다. 

이들은 △알테플라제+혈전제거술군(266명) △혈전제거술군(273명)에 무작위 분류됐다. 

최종 결과, 수정된 Rankin 점수(mRS)로 평가한 90일째 기능적 예후는 두 치료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adjusted common OR 0.88; 95% CI 0.65~1.19).

게다가 연구에서 95% 신뢰구간(CI) 하한치 0.8을 비열등성 기준으로 설정했으나 두 군 간 차이는 이 기준을 넘어섰다. 즉 혈전제거술군은 알테플라제+혈전제거술군 대비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뇌졸중 발생 후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자군은 혈전제거술군 49.1%, 알테플라제+혈전제거술군 51.1%로 비슷했다. 혈전제거술 성공률은 각 78.8%와 83.1%로 혈전제거술군이 조금 낮았으나 두 군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95% CI 0.45~1.13). 

안전성 측면에서 뇌내출혈 발생률은 혈전제거술군 35.9%, 알테플라제+혈전제거술군 36.4%, 증상이 있는 뇌내출혈 발생률은 각 5.9%와 5.3%로 다르지 않았다. 사망률은 각 20.5%와 15.8%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95% CI 0.84~2.30).

이 같은 결과는 나이, 뇌졸중 중증도, 폐색 부위, 동시 발생한 경동맥 장애, 뇌졸중 원인 등에 따른 하위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즉, 이번 연구에서 즉시 혈전제거술이 가능한 병원에 입원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는 혈전제거술 전 알테플라제 정맥주사 여부와 관계없이 임상적 예후가 유사했다. 

연구를 진행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Yvo B.W.E.M. Roos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즉시 혈전제거술을 진행한 환자군의 예후가 혈전제거술 전 알테플라제를 정맥주사했한 환자군과 같다고 결론 내릴 수 없었다"며 "즉시 혈전제거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에 입원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 기계적 혈전제거술 전 알테플라제 정맥주사 여부에 따른 예후 차이는 명확하지 않다. 기존에 보고된 연구들과 일치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기존 세 가지 연구도 지침 변경 근거 부족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앞서 보고된 세 가지 연구들도 MR CLEAN-NO IV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NEJM에 실린 DIRECT-MT 연구에서는 전순환계 대혈관폐색으로 인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알테플라제+혈전제거술군과 혈전제거술군의 90일째 mRS를 비교했다(N Engl J Med 2020;382:1981~1993). 

그 결과, 혈전제거술군은 알테플라제+혈전제거술군과 비교해 연구에서 설정한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했다. 그러나 혈전제거술 전 재관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환자 비율과 전체적으로 재관류에 성공한 환자 비율이 더 낮았다(각 2.4% vs 7.0%; 79.4% vs 84.5%).

이 결과가 공개됐을 때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는 정맥내 혈전용해술을 받기 위해 기다리지 않아도 되며, 알테플라제 관련 출혈, 알레르기 등 합병증과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 연구만으로 임상 변화를 이끌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며, MR CLEAN-NO IV 등 진행 중인 임상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더해 올해 1월 JAMA에는 같은 목적으로 진행된 두 개의 연구 결과가 연이어 실렸다.

지난해 ISC에서 선공개됐던 SKIP 연구(JAMA 2021;325:244~253)에서는 알테플라제+혈전제거술군과 혈전제거술군 간 기능적 예후가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알테플라제+혈전제거술군과 비교해 혈전제거술군의 비열등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90일째 mRS 점수가 0~2점으로 예후가 좋은 환자군은 알테플라제+혈전제거술군 57.3%, 혈전제거술군 59.4%였다.

아울러 DEVT 연구(JAMA 2021;325:234~243)에서도 90일째 mRS 점수가 0~2점인 비율이 혈전절제술군 54.3%, 알테플라제+혈전제거술군 46.6%로 두 군간 차이는 비열등했다. 

그러나 DIRECT-MT와 DEVT 연구는 중국에서, SKIP 연구는 일본에서 진행돼, 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두개내 동맥경화증 발생률이 높다는 점에서 비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MR CLEAN-NO IV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신시내티대학 Joseph Broderick 교수는 "즉시 혈전제거술이 가능한 곳에 내원하는 환자에게 혈전제거술 전 혈전용해제 정맥주사를 투여하도록 권고하는 현재 지침을 변경해야 한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혈전절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에 전원할 경우 혈전용해제 투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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