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C 촉진제로 FDA 승인받은 심부전 치료제는 최초
SOCRATES-REDUCED, 적정용량 확인→VICTORIA, 사망·입원 위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부전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등장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미국 머크(MSD)와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만성 심부전 치료제 버큐보(성분명 베리시구앗)를 19일(현지시각) 승인했다. 

버큐보는 박출률 45% 미만인 증상이 있는 만성 심부전이며 심부전 증상으로 입원 또는 외래에서 이뇨제 정맥주사가 필요한 환자들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줄이기 위한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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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큐보는 산화질소(NO) 신호전달 경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용성 수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sGC) 촉진제로, 해당 기전에서 FDA 승인을 받은 심부전 치료제는 최초다. 

안지오텐신 수용체-네프릴리신 억제제(ARNI) 계열 약제인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발사르탄)가 심부전 치료제로 지난 2015년 FDA 승인을 받았고, 최근 SGLT-2 억제제 계열 약제들이 심부전으로 적응증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버큐보 허가에 따라 향후 심부전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예상된다.

버큐보가 FDA 승인을 받기까지 거쳐왔던 연구들을 조명했다. 

약동학적 프로파일 최적화한 sGC 촉진제 '버큐보'

심부전 치료의 잠재적 치료타깃으로 산화질소(NO)-sGC-고리형 구아노신1인산(cGMP) 경로가 지목되면서 버큐보는 새로운 기전의 심부전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다.

cGMP 경로는 생리학적 상태에서 심근 에너지와 심장기능, 내피기능 등 조절에 중요하다. 심부전 발생 시 염증 증가와 혈관기능장애로 인해 산화질소의 생체활성화가 감소되고 결과적으로 하부 cGMP 합성(downstream cGMP synthesis)을 감소시킨다. 

이로 인한 cGMP 결핍은 전신, 관상동맥, 신장의 미세혈관기능장애의 원인이 돼 심근손상과 추가 염증을 유도할 수 있다. 즉 cGMP 경로 이상은 박출률 감소 환자의 임상 예후 악화와 상관관계가 있다(Heart Fail Rev 2013;18(2):123~134). 

sGC 촉진제인 버큐보는 NO에 독립적으로 sGC를 직접 자극해 세포 내 cGMP 수준을 증가시켜 평활근 이완과 혈관확장을 유도한다.

버큐보에 앞서 개발된 sGC 촉진제는 아뎀파스(리오시구앗)다. 긍정적인 임상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2013년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 및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FDA 승인받았다.

문제는 심부전 등 다른 심혈관질환에 아뎀파스를 사용하기에는 반감기가 짧고 1일 3회 복용해야 한다는 제한점이 있었다(J Med Chem 2017;60(12):5146~5161).

이에 따라 sGC 촉진제의 약동학적 프로파일을 최적화하는 연구가 이뤄졌고, 산화적대사를 유의하게 줄일 수 있는 1일 1회 투약 가능한 버큐보(compound 24, BAY 1021189)가 확인돼 이에 대한 임상연구가 진행됐다. 

SOCRATES-REDUCED, 10mg 상향적정 시 NT-proBNP 개선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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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큐보가 심부전 치료제로 주목받은 계기가 된 연구는 SOCRATES-REDUCED 임상2상이다(JAMA 2015;314(21):2251~2262).

유럽, 북아메리카, 아시아 등 24개국에서 좌심실 박출률 45% 미만이며 △심부전 증상 악화로 입원 또는 외래에서 이뇨제 정맥주사 필요 △울혈 증상 △나트륨이뇨펩티스 수치 증가 등 만성 심부전 악화 증상을 4주 이내에 겪은 환자 456명이 모집됐다. 최종 분석에 포함된 환자는 351명이었다. 

연구는 버큐보의 적정용량을 찾는 것으로, 전체 환자군은 위약군(69명), 1.25mg 12주 복용군(A군, 69명), 2.5mg 12주 복용군(B군, 73명), 2.5mg 2주 치료 후 5mg 10주 복용군(C군, 67명), 2.5mg 2주 + 5mg 2주 + 10mg 8주 복용군(D군, 73명)으로 분류됐다. 

1차 목표점으로 치료 12주 후 버큐보가 심부전 진단의 바이오마커인 NT-proBNP를 개선할 수 있는지 분석한 결과, 위약군과 비교해 전체 버큐보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등록 당시 대비 12주째 NT-proBNP 수치는 위약군이 24.5% 감소했고 △A군 23.3% △B군 27.4% △C군 29.8% △D군 41% 줄었다.

주목할 결과는 사전에 정의한 2차분석에서 용량을 10mg까지 늘린 D군의 NT-proBNP 수치만 위약군과 비교해 의미 있게 감소한 것이다(P=0.048).

게다가 좌심실 박출률도 위약군은 등록 당시보다 1.5% 증가한 것과 달리 버큐보군은 2% 이상 개선됐고, 특히 D군은 3.7%까지 증가했다.

아울러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위약군과 비교해 C군과 D군에서 그 위험이 각 37%와 47%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버큐보가 연구의 1차 목표점 도달에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치료 용량을 10mg까지 상향적정(up-titration)한 환자군의 NT-proBNP가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같은 치료전략의 유용성에 무게가 실렸다. 

VICTORIA, 심부전 고위험군 CVD 사망·심부전 입원 위험 10%↓

이번 FDA 승인은 지난해 발표된 VICTORIA 임상3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N Engl J Med 2020;382(20):1883~1893). 

NYHA 기능등급 II~IV이며 박출률이 45% 미만인 만성 심부전 환자 5050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이들은 위약군과 버큐보군에 1:1 무작위 분류됐다. 버큐보군은 1일 1회 2.5mg으로 치료를 시작해 2주 간격으로 5mg 그리고 최종 10mg을 목표로 용량을 늘렸다. 

전체 환자군은 무작위 분류 전 △3개월 이내에 입원 △3~6개월 이내에 입원 경험이 있고 과거 3개월 사이에 입원 없이 외래에서 이뇨제를 정맥주사 등 심부전 악화 경험이 있는 심부전 고위험군이었다.

추적관찰 10.8개월(중앙값) 동안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첫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버큐보군의 위험이 위약군보다 10% 유의하게 낮았다. 발생률은 각 35.5%와 38.5%였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위험도 버큐보군이 위약군보다 10% 의미 있게 낮았다. 

단 평가지표를 개별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 버큐보군이 위약군 대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 10%,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 7% 낮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안전성 평가에서 증상이 있는 저혈압은 버큐보군 9.1%, 위약군 7.9%에서 보고됐고, 실신은 각 4.0%와 3.5%에서 나타났다.

VICTORIA 연구를 이끈 캐나다 앨버타대학 Paul Armstrong 교수는 이번 FDA 승인에 대해 "증상이 있는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 환자는 외래에서 이뇨제 정맥투여 또는 입원이 필요한 심부전 증상을 경험한 후 입원할 위험이 높다. 일부 보고에 따르면, 이들 환자의 절반 이상이 증상 악화로 퇴원 후 한 달 이내에 재입원하며, 약 5명 중 1명이 2년 이내에 사망한다"며 "이번 승인으로 의료진과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버큐보 제품 라벨의 돌출주의문(boxed warning)에는 잠재적인 태아 독성으로 인해 임신부가 복용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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