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성모병원 민창기 교수(혈액내과)

서울성모병원 민창기 교수(혈액내과)는 CAR-T 치료제는 다발골수종 치료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 민창기 교수(혈액내과)는 CAR-T 치료제는 다발골수종 치료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다발골수종은 난치성 혈액암으로 기존 치료에 대한 불응과 재발이 반복돼 다양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다.

최근 국내에는 다발골수종 신약이 등장하면서 치료 환경이 개선돼 왔다.

하지만 잦은 재발을 보이는 환자 특성상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세포치료제인 CAR-T 치료에서도 다발골수종을 타깃으로 한 임상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혈액학회 산하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을 역임한 서울성모병원 민창기 교수(혈액내과)는 CAR-T는 다발골수종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 다발골수종 국내 치료 환경은 어떤가.

우리의 의료수준을 감안하면 좋은 것도,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따라 전국민의 의료 환경이 개선됐지만, 치료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나 병용요법은 적극적으로 도입되기에 미흡한 구조다.

다발골수종은 암 세포의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이를 동시에 제압하기 위해선 3~4개의 치료제를 칵테일 요법을 통해 치료해야 하는데, 아직 만족할 만큼 급여가 인정되지 않은 실정이다.

효과가 좋은 약을 미리 사용함으로써 재발을 낮추고 완치율을 높일 수 있는데, 환자 상태가 악화되고 나서야 사용할 수 있다보니 약가 대비 효용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미 임상3상 연구를 통해 효과를 입증했음에도 조기에 환자에게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안타깝고 미흡하다.

- 임상에 참여한 다잘렉스가 급여 인정됐다. 갖는 의미가 있나.

다잘렉스를 다발골수종 4차 치료제로 급여 하는 데 부정적 의견이 많아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다잘렉스는 1차, 2차 치료제와 병용할 때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최소 1회 이상 재발된 환자들에게 2차 치료제로서 사용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CAR-T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CAR-T 치료 이후 예후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 실제 기존 치료 실패 시 생존기간은 6개월 남짓인 반면, CAR-T 치료 이후 2~3년 이상 생존한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한다.

CAR-T는 다발골수종 치료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부작용도 상당히 발생하고 있기에 이를 예방하는 동시에 의료진의 경험도 많이 쌓여야 한다고 본다.

올해 글로벌 제약사의 CAR-T 임상시험이 한국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예정이다.

임상시험과 상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새로운 치료법으로 안착되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의료진이 아직 CAR-T 치료 경험이 없기에 미진한 단계로 볼 수 있지만 금방 적응할 것이다.

다만, 제대로 된 CAR-T 치료를 위해선 국내에서도 제조 공정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 한국에서 진행될 임상연구에 자세한 설명 가능한가.

다발골수종 재발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치료 이외에 병용요법 등 최신 치료법과 CAR-T 치료를 비교하는 연구다.

다발골수종 기존 치료법 중 최상의 치료법과 CAR-T를 비교해 어느 것이 재발 환자에게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 또 치료 결과를 향상시켰는지 등 통계적인 검증을 진행하는 셈이다. 

서울성모병원 민창기 교수(혈액내과)
서울성모병원 민창기 교수(혈액내과)

- 임상연구가 성공적인 결과를 보인다면 앞으로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은 어떻게 변할 것이라 전망하나.

CAR-T는 하나의 세포 치료로 국한된 게 아니라 어떤 것을 표적하느냐에 따라 높은 유용성을 보일 것이다. 암 세포에 보다 치명적인 표적을 공격하는 CAR-T가 개발, 상용화된다면 다발골수종의 완치까지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CAR-T 치료가 안착한다면 조혈모세포이식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1970년대 조혈모세포이식이 개발되면서 치료 불가능한 백혈병이 치료 가능한 질환이 되지 않았나. CAR-T는 당시 조혈모세포이식처럼 다발골수종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다. 

- 한국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혈액암 치료 방법은 조혈모세포이식이 거의 유일했는데 최근 20여년 동안 조혈모세포이식과 견줄 만한 약제들이 개발되면서 의료진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대한 연구와 교육의 욕구도 커졌다.

이에 2006년 다발골수종에 대한 세분화된 연구 필요성에 따라 연구회를 설립했다.

그동안 연구회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기획하고 디자인할 수 있도록 했고, 다발골수종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보장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 환자들에게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을 계속해왔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환자들에게 다발골수종은 완치 불가능한 혈액암이지만,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혈액암은 앞으로 드라마틱한 치료제가 나올 수 있는 분야인 만큼 향후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생존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현재 치료를 잘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의료진들도 활발한 임상연구를 통해 다발골수종 치료법을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 정부도 변화하는 치료환경과 방법에 따라 급여기준을 변경하는 데 주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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