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이식은 골수 손상 없이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골수·혈액에 주입
혈액세포 생산기능 회복되고 생존율 개선
작년부터 65세→70세 미만 급여 확대..."고령 혈액암 환자 치료 혜택 기대"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조혈모세포 이식은 얼마 전까지 65세 미만인 암 환자에게만 보험 혜택이 제공됐지만 작년부터 70세 미만까지 혜택이 확대되면서 고령 인구에 흔히 발병하는 혈액암의 유용한 항암요법으로 꼽히고 있다. 

국립암센터 엄현석 교수(혈액암센터/암의생명과학과)는 국내에서 증가하는 고령 혈액암 환자 수뿐만 아니라 변하는 암 치료 환경을 고려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하고 연구해왔다. 메디칼업저버는 엄 교수를 만나 고령 혈액암 환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에서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을 알아봤다.

국립암센터 엄현석 교수(혈액암센터/암의생명과학과)는 16일 메디칼업저버와 인터뷰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이 노인 혈액암 환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설명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국립암센터 엄현석 교수(혈액암센터/암의생명과학과)는 16일 메디칼업저버와 인터뷰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이 노인 혈액암 환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설명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혈액암 환자가 조혈모세포 이식받는 이유는.
암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지만, 항암치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치료 이후 암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일반 항암치료보다 5배가량 강력한 고용량 항암제 및 전신방사선 치료를 시행해 항암제에 내성 있는 암세포를 제거한다.

하지만 고용량 항암치료는 혈액을 생산하는 공장인 '골수'에 큰 타격을 준다. 골수 내 '조혈모세포'는 신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을 생산하는데, 조혈모세포가 손상되면 몸을 방어해 주는 혈액세포 생산기능이 저하된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암 환자의 골수·혈액에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주입해 적혈구·백혈구·혈소판 생산기능을 회복시키고 결국 생명을 연장시키고 완치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치료법이다. 

-조혈모세포 이식의 두 종류는.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냉동보관하고 고용량 항암치료 이후 세포를 주입하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 또는 ▲형제·부모·기증자 등 타인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주입하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있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더 많이 시행된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은 동종조혈모세포이식에 비해 이식대숙주병 등과 같은 이식관련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며 공여자를 구할 필요가 없어 이식의 편리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가조혈모세포이식에 적합하지 않거나 치료 후에도 암이 재발하면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선택한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건강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와 면역세포를 함께 투여하므로 환자의 골수 회복뿐만 아니라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세포 제거 및 재발을 막는 효과가 있다.

-보험급여 확대 중요성은. 
혈액암은 노인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혈액암 중 악성림프종(37%), 다발골수종(13%), 골수성백혈병(19%), 림프성백혈병(7%)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악성림프종 경우 약 절반(46%)은 고령자였으며 다발성골수종도 고령환자가 60% 이상을 차지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수년 전부터 60세 이상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고령 환자군은 급여혜택을 받지 못했다. 작년 보험급여가 70세까지 확대되면서 고령 환자가 저렴하게 이식받고 생존 연장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국립암센터 엄현석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국립암센터 엄현석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고령환자에서 조혈모세포 이식 생존율은.
1983년부터 우리나라 의료진이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작해 다발골수종의 경우 최근에는 국제이식등록자료의 미국·캐나다 의료진이 보고한 예후와 비슷한 성적을 끌어냈다.

국립암센터를 포함한 국내 연구팀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64세 이상인 다발골수종 혈액암 환자 150명을 상대로 다기관 후향적 연구를 진행해 결과를 지난 5월 International Journal of Hematology에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완전관해(치료 이후 검사에서 암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 도달율은 이식 전 24%에서 이식 후 70%까지 증가했다. 매우좋은부분관해(very good partial response)이상 고퀄리티반응 도달율도 64%에서 83%로 증가했다. 치료 관련 사망률은 2.7%, 5년 생존율(OS)은 60%, 무진행생존율(PFS)은 23%였다.

미국·캐나다 연구팀이 2만명 이상의 고령 다발골수종 환자를 12년 추적관찰한 결과에서 5년 생존율은 약 52%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유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고령환자가 주의해야 하는 부작용은.
조혈모세포 이식은 부작용이 많다. 따라서 이식 전 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살펴서 이식에 적합한 고령환자를 선택하고 이식 기간 동안 잘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위장관 부작용, 탈모, 구강·위장 헐음, 만성피로, 급성·만성이식편대숙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회복 시기에 내분비질환 또는 불임뿐만 아니라 정신·장·간·신장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항암제·방사선으로 인해 일부 환자에서 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고령환자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은 폐렴·패혈증 등 감염에 취약해지는 증상이다. 고령자는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골수의 조혈모세포를 억제하는 고용량 항암치료를 받으면 백혈구가 상당히 떨어진다. 백혈구 중 면역기능을 관리하는 호중구가 감소해 '호중구 감소증'이 발생하면 치명적인 패혈증 쇼크에 취약해진다.

-호중구 감소증 관리법은.
호중구 감소증을 관리하기 위해 고령 암 환자에 예방적으로 '과립구 집락자극인자(G-CSF)' 세포 기반 약물 '필그라스팀'을 사용한다. G-CSF 세포는 골수를 자극하는 당단백질로, 과립구·줄기세포를 생성하고 혈류로 방출을 유도한다. 필그라스팀은 백혈구를 인위적으로 증가시켜 호중구 감소증의 백혈구 감소 폭 또는 기간을 줄인다.

각 이식병원은 치료 이후 부작용 관리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국립암센터는 유일하게 이식 후 정기 다학제 부작용 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한다. 심장내과·내분비내과·호흡기내과·재활의학과·안과·부인과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이 환자의 부작용에 대해 토의하면서 환자를 주기적·장기적 관리한다. 

-신규 항암제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조혈모세포 이식의 미래는. 
최근 신규 항암·표적·면역·세포 치료제들이 출시되고 해외에서는 '키메라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도 출시돼 조혈모세포 이식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신규 항암제들은 현재 편하게 사용할 수 없다. CAR-T 1회 투여가 약 5억원에 달하며 아직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고 조만간 임상시험 시작 예정이다. 결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재정·보험체계, 환자의 재정 상태, 수입 시점 등 의료 자원 측면에 제한점이 많아 접근성이 낮다.

새로운 항암제가 출시되면서 먼 미래에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없어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아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30년간 이식을 하면서 암 환자에게 완치 가능한 치료를 제공했으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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