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인구 늘어 뇌질환 환자 증가…근본적인 치료법 제시 못 해
2014년 한국뇌은행 설립돼 7개 병원 뇌은행 연결하는 '한국뇌은행네트워크'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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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약 1.4kg으로 인체 에너지의 20%, 전체 혈액량의 4분의 1을 사용하는 신체기관.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0조 개의 시냅스로 이뤄진 곳. 바로 인체의 '소우주'라고 불리는 '뇌'이다. 

인간의 유전자서열정보가 밝혀지면서 인류는 다음 미개척 영역인 뇌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인간의 뇌를 이해하면 치매,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정복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국은 2013년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출범하며 인간의 뇌연구에 있어 세계적인 주도권을 갖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같이 뇌연구 활성화를 위해 외국에서는 뇌은행(Brain Bank)을 운영하며 국가 차원에서 뇌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기관인 한국뇌연구원 산하에 한국뇌은행을 설립하고, 뇌연구 지원을 위해 뇌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권역별 협력병원과 한국뇌은행네트워크(Korea Brain Bank Network, KBBN)를 구축하고 있다. 

2021년 신축년을 맞아 뇌질환 극복의 꿈을 이뤄줄 뇌은행의 역할과 이를 통한 뇌연구 중요성 그리고 뇌연구 활성화 방안 등을 조명했다. 

[신년특집-①]인체 소우주 '뇌' 연구로 난공불락 뇌질환 정복 꿈꾼다
[신년특집-②]뇌자원으로 뇌질환 '미스터리' 푼다
[신년특집-③]"뇌연구 위한 뇌를 구합니다"
[신년특집-④]"사람은 떠나도 뇌연구 플랫폼은 남는다"

인간≠동물…인간의 뇌를 이용한 가설 검증 필요

뇌는 인간의 중요한 신체기관이자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정복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인구가 늘면서 치매, 파킨슨병 등 뇌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뇌질환의 발병 기전이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근본적인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뇌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뇌연구는 뇌신경계의 신경생물학·인지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뇌구조와 기능의 근본적인 원리를 파악하는 연구 분야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한 뇌연구가 주로 진행됐었다. 하지만 동물실험에서 확인한 결과를 토대로 이뤄진 치료법 개발 등 연구들이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동물과 인간은 다르며 동물실험에서 확인한 결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으므로, 뇌조직 등 인체유래물을 이용한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뇌질환 환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를 이용해 가설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뇌은행'은 왜 설립됐을까?

뇌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뇌조직, 임상정보 등 뇌자원 수집 및 활용체계 마련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뇌은행이 설립됐다.

뇌은행이란, 뇌자원을 수집·보존해 이를 직접 이용하거나 뇌연구를 위해 뇌자원을 타인에게 제공하는 기관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에 한국뇌은행이 설립됐다. 설립된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환경의 급격한 변화, 유전자 변이물질에 대한 노출 증가, 평균 수명의 증가 등으로 전연령층에서 뇌질환에 의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증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뇌질환의 발병 양상이 인종과 각 나라의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다르다는 점에서, 한국인에 특이적인 퇴행성 뇌질환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이에 따른 예방·진단·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의 시급성이 대두됐다. 

前한국뇌은행 뇌은행장(2015~2017년)이자 現서울대병원 뇌은행장인 박성혜 교수(병리과)는 "인종간 유전적 차이에 따라, 그리고 지역에 따라 주로 발생하는 뇌질환이 다르다"며 "이 때문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뇌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한국뇌은행이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7개 병원 뇌은행 연결하는 '한국뇌은행네트워크' 구축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뇌은행과 뇌연구의 중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뇌은행이 구축·운영 중이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 83개,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37개, 호주 12개 등의 뇌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도 뇌은행을 설립해 다기관 연구자들에게 뇌조직을 공유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소득국가뿐 아니라 저소득국가인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처음으로 신경질환 및 정신질환 연구를 위한 IBADAN 뇌은행을 설립했다(Brain Res Bull 2019;145:136~141). 

국가별 뇌은행 운영의 공통된 특징은 뇌구득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다기관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또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이 2013년 설립한 '뉴로바이오뱅크(NeuroBioBank)'는 하버드 뇌조직 자원센터를 비롯한 미국 내 6개 뇌은행으로 구성됐다. 유럽 11개 국가의 19개 뇌은행 연합체인 '브레인넷 유럽(BrainNet Europe)'은 2001년에 구성돼 뇌조직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뇌은행네트워크 뇌은행 지도.
▲한국뇌은행네트워크 뇌은행 지도.

우리나라도 권역별로 협력병원을 선정해 뇌은행을 연결하는 한국뇌은행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강원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전남대병원 등 총 7개 병원의 뇌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뇌은행장인 김인범 교수(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는 "뇌은행은 뇌자원을 모아두고 숨겨두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뇌자원을 연구자들이 함께 활용해야 의미가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 병원은 한국뇌은행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별 거점병원에서 수집된 뇌자원을 필요에 따라 분양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한국뇌은행이 중앙에서 모든 뇌자원을 관리하기 때문에 연구가 용이하다"고 밝혔다.

뇌은행에 뇌기증하기 위한 절차는?

뇌연구를 위해 뇌은행에 뇌를 기증하기 위한 절차는 크게 사전(死前)과 사후(死後)로 나뉜다. 

사전 절차의 경우, 뇌기증 희망자는 사후에 뇌를 기증하겠다는 등록신청서와 일정 주기로 뇌은행이 생존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겠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는 추적동의서를 작성한다. 뇌기증에 동의하면 동의한 날부터 기관의 뇌은행에 등록된다. 단, 뇌기증 희망자가 등록신청서를 작성했더라도 사후에 유가족이 반대하면 뇌기증이 어렵다. 

사후 절차의 경우, 뇌기증 희망자의 상태가 위독해지면 빠른 시간 내 부검 및 뇌기증이 진행될 수 있도록 보호자가 뇌은행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 사후 뇌기증이 이뤄지면 정확한 진단을 위한 뇌부검을 먼저 진행하며, 진단 후 남은 조직은 향후 연구를 위해 보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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