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급 불균형 해결 위해 우리나라만의 이종장기이식 기술력 필요
정부의 첨단재생의료 임상시험 보수적 자세 한계점
이종장기이식 기술 개발과 함께 윤리적 문제 논의 이뤄져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최근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이종장기이식(Xenotransplantation)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종장기이식은 유전적 변형유무와 관계없이 동물의 살아있는 장기나 조직, 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종장기이식은 심각한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다. 말기 장기부전 환자의 유일한 희망은 새로운 대체장기를 이식하는 것이지만 이식에 필요한 장기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 기증 및 희망 등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누적 4만 3000여 명이다. 하지만 실제 기증자는 10분의 1 수준인 약 4000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장기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 보건자원 및 서비스 행정국에서 운영하는 장기이식 대기자 시스템(organdonor.gov)에 의하면, 약 10만 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매년 6000명 이상이 장기 이식 전 사망한다.

이종장기이식은 부족한 장기를 무한정 공급할 수 있고 환자에게 최적화된 건강한 장기 및 조직 공급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각광받는다.

<1> 사람에게 돼지 장기를…이종장기이식 어디까지 왔나?

<2> K-이종장기이식, 쫓아갈 것인가? 선도할 것인가?

이종장기이식 '빈익빈 부익부'?

이종장기이식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연구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국가가 많지 않고 기술 수준도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2018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연구실이 발표한 '국가별 환경비교를 통한 바이오 인공장기 관련 정책방향 설정'에 따르면, 이종장기 기술은 미국이 질적수준 및 시장 확보력이 모두 우수하다. 

미국에서 이종장기를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 회사는 리비비코어(revivicor Inc)이다. 이종장기 개발을 위한 형질전환돼지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심장 이종이식도 리비비코어가 만든 형질전환돼지를 활용했다. 

영국 및 유럽연합(EU)은 이종장기 기술의 질적 수준은 평균이나 시장 확보력은 높은 편이며, 일본은 질적 수준과 시장 확보력 모두 평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이종장기 기술의 질적 수준과 시장확보력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다.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이종장기이식 기술 수준 격차가 있는 것으로 진단되면서 이를 좁혀나가야 실질적인 우리나라의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에서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완성형의 형질전환돼지를 개발하더라도 비용문제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보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이종장기이식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외과)는 "미국에서 개발한 형질전환돼지가 표준이 될지라도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이 돼지를 공급해 이종장기이식을 받도록 해줄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형질전환돼지를 키운 비용에 연구비, 개발비 등을 모두 더하면서 이식 시 비용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전체적으로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줄어들 수 있지만 이종장기이식 자체가 보편화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형질전환돼지의 장기는 비용을 지불하는 최초의 장기가 될 것이다. 미국이 이를 사업으로 활용할 것으로 생각하며, 가난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장기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내 기술로 만든 형질전환돼지를 활용해 임상에서 효과를 증명하는 우리나라만의 연구를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2004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이종이식 연구 및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장기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국민보건의료수준 향상을 위해 이종장기이식 기술의 임상적용을 최종 목표로 한다. 또 지난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이 통과돼 이종장기이식 연구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적 동향 아닌 '국제적 임상시험 조건' 충족 중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이종장기이식 연구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연구비 지원 등 연구환경 개선을 꼽는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종장기이식 전임상실험은 영장류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설치류를 이용한 전임상실험보다 많은 연구비가 필요하고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종장기이식 관련 연구비와 영장류 전임상실험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종장기이식 등 첨단재생의료 임상시험에 대한 보수적인 자세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가천대 길병원 김광원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전임상실험에 이어 임상시험 단계에 왔을 때 우리나라는 첨단재생의료 임상시험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며 "인공췌도이식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이끌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국제적 동향을 물어본다. 이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 이미 인공췌도이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국제적 동향보단, 국제적으로 임상시험 조건을 충족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인공췌도이식을 위한 임상시험은 국제적 기준을 만족했다. 이에 따라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머뭇거리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종장기이식에 관한 윤리적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 옳은지와 어떤 사람에게 이종장기이식을 시행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윤 교수는 "사람의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돼지를 대량으로 형질전환 시켜 키워 희생시키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또 동물의 장기를 이식받을 환자를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와 이식 후 생명이 위독해졌을 때 다시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우선순위에 둬야 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윤 교수는 이어 "현재 이종장기이식에 대한 논의는 기술적인 부분에 너무 집중돼 있다.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부 등 책임 있는 국가기관이 주도해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면서 "이식 관련 연구자들은 이종장기이식의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종장기이식, 건강 개념 바꿀 것

미래의 일로 여겨지던 이종장기이식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전문가들은 향후 건강에 대한 개념이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윤 교수는 "현재 사람간 장기이식보다 더 좋은 치료가 나오고 있지 않으므로 앞으로 사람의 장기를 동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면 말기 장기부전으로 사망하는 사람 없이 모든 환자가 장기를 시의적절하게 이식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가 올 수 있도록 국가에서 개발비를 지원하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종장기이식을 위한 기술 개발에 큰 비용이 필요하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기술이 확인되면 이후 개발 속도와 비용은 최소화된다"면서 "재생의학은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킬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필수다. 이종장기이식이 성공하고 임상에 적용된다면 건강이라는 개념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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