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연구팀, 파킨슨병 진행 억제 약물 확인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왼쪽)와 정승호 교수.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왼쪽)와 정승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파킨슨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경구용 당뇨약제가 확인돼 주목된다.

세브란스병원 이필휴·정승호 교수(신경과) 연구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가 경구용 혈당강하제 DPP-4 억제제를 복용했을 시,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이 적고 추적관찰에서도 좋은 예후를 보였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 신경학 분야 학술지 '뇌(Brain, IF: 11.337)' 최신호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운동증상은 도파민 보충 약제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병의 진행 경과를 바꾸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운동증상을 호전시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퇴행성 뇌 질환 특성상 결국 악화되는 질환인 만큼 병의 자연경과를 바꿀 수 있는 치료제가 필요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 697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파킨슨병 진단 시 DPP-4 억제제 복용 여부에 따라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 정도를 도파민 PET 영상으로 비교 분석했다. 

세그룹은 당뇨병이 없는 파킨슨병 환자 558명(A그룹), DPP-4 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은 당뇨 파킨슨병 환자 85명(B그룹),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 파킨슨병 환자 54명(C그룹)으로 분류됐다. 

또한 장기간 관찰한 617명의 파킨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추적 기간 동안 증상조절에 필요한 도파민 약제 증가량과 운동성 부작용(이상운동증 및 약효 소진 현상)의 발생빈도를 분석했다. 

각 그룹별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 정도 비교.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 파킨슨병 환자(1.83±0.69)가 복용하지 않은 당뇨 파킨슨병 환자(1.40±0.50)에 비해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이 경미했다.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 파킨슨병 환자는 당뇨가 없는 파킨슨병 환자(1.43±0.49)에 비해서도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이 경미했다.
각 그룹별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 정도 비교.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 파킨슨병 환자(1.83±0.69)가 복용하지 않은 당뇨 파킨슨병 환자(1.40±0.50)에 비해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이 경미했다.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 파킨슨병 환자는 당뇨가 없는 파킨슨병 환자(1.43±0.49)에 비해서도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이 경미했다.

그 결과,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병 동반 파킨슨병 환자군(C그룹)이 DPP-4 억제제 미복용 환자(B그룹)뿐만 아니라 당뇨가 없는 파킨슨 환자(A그룹)보다도 도파민 운반체 밀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 정도가 적은 것을 의미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장기간 추적 관찰연구에서도 DPP-4 억제제 복용군이 미복용군 및 당뇨가 없는 파킨슨병 환자에 비해 예후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의 진행을 반영하는 지표인 도파민 약제 용량 증가량 비교에서 C그룹이 A·B그룹보다 증가량이 유의미하게 적었다. 

아울러 각 그룹별로 파킨슨병 진행과 관련한 운동 합병증인 이상운동증 및 약효 소진 증상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C그룹(이상운동증 3.7%/약효소진 5.6%)이 A그룹(이상운동증 22.2%/약효소진 24.4%), B그룹(이상운동증 21.2%/약효소진 24.7%)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았다.

파킨슨병의 진행과 관련있는 도파민 약제 용량 증가량. 이상운동증 및 약효 소진 증상 발생률에서 DDP-4 억제제 복용군(C그룹)이 DPP-4 억제제 미복용 환자(B그룹)뿐만 아니라 당뇨가 없는 파킨슨 환자(A그룹)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파킨슨병의 진행과 관련있는 도파민 약제 용량 증가량. 이상운동증 및 약효 소진 증상 발생률에서 DDP-4 억제제 복용군(C그룹)이 DPP-4 억제제 미복용 환자(B그룹)뿐만 아니라 당뇨가 없는 파킨슨 환자(A그룹)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DPP-4 억제제가 파킨슨병에서 신경세포 소실을 예방해줄 뿐만 아니라 신경 보호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세계적으로 파킨슨병의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를 보인 약물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DPP-4 억제제가 파킨슨병 진행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임상시험을 통해 파킨슨병에서 DPP-4 억제제의 신경 보호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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