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공공의대 설계비, 전년보다 67% 감액된 4억원 편성
올해 예산안도 불용 전망, 예산정책처 "법안 가능성부터 고려해야"
11월 예산국회 돌입, 복지위 소관 예산안 심의 주목

지난달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2일차 국정감사 (출처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지난달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2일차 국정감사 (출처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불용예산'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공공의대 설계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또다시 편성됐다. 2019년에 이어 4년 연속 편성이다.

국회가 본격적인 예산 심의에 돌입하는 가운데, 공공의대 신설 관련 법안과 설계비 논의에 관심이 모인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공공의료인력 양성기관 구축운영 사업은 취약지 등 전문의료인력 양성 사업의 내역사업으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사업의 2022년도 예산은 전년 대비 7억 9500만원(67.1%)이 감액된 3억 9000만원 규모다.

해당 예산은 2019~2021년 3년 연속으로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공공의료인력 양성기관 구축운영 설계비 명목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2019년 3억원, 2020년 9억 5500만원 등 두 해 연속 예산이 전액 불용됐다.

2019년~2021년 편성된 공공의대 설계비 현황
2019년~2021년 편성된 공공의대 설계비 현황

2021년 예산안에는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의 합의 취지를 존중하며, 관련 근거법률이 마련된 이후 공공의료 인력양성기관 구축 운영사업예산을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아 설계비 명목으로 공공의대 설립 예산이 편성됐다.

지난해 의료계가 공공의대 설립 및 의사 증원에 반발하며 파업에 나섰던 것이 부대의견의 배경이다.

의정합의 후 진행된 2021년 예산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는 공공의대 설립 예산을 두고 공방을 이어간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2021년도 예산안에는 정부가 당초 제출했던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안(2억 3000만원)보다 대폭 늘어난 11억 8500만원이 담겼다.

논의 과정에서 2억원은 설계비로 부족해 증액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전년보다 약 2억원 증액된 해당 예산안 또한 현재까지 집행되지 못한 상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해당 사업의 예산이 연례적으로 불용되는 것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법이 상임위에 묶여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관련 법 제정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는 무소속 이용호·민주당 김성주·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법안을 각각 발의했으며 현재 복지위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예산은 물론 내년에 편성된 공공의대 설립 예산도 집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복지부와 의협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때까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2021년도 예산에서도 부대의견을 명시한 바 있다.

예산정책처는 "델타변이 등 코로나19(COVID-19)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1년도 예산도 2019년, 2020년과 마찬가지로 집행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복지부는 공공의대를 위한 설계비를 3년 연속 편성해 전액 불용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다시 2022년 예산안에도 복지부는 법적 근거 없이 설계비를 편성했다"며 "관련 논의의 진행상황 및 법안 통과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산정책처 또한 정부를 향해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예산부터 마련한다고 지적한 셈이다.

 

예결소위 위원장, 공공의료 확충 및 의료인력 양성 예산 강조

'위드코로나'로 복지위 역할론 커져 "증액 사안 많다"

결국 공공의대 추진은 법 개정과 국회 논의 상황에 따라 방향이 좌우될 전망이다. 우선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이달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복지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꼼꼼한 심의 의지를 밝히며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소위 위원장으로서 지역거점 병원 역량 강화와 공공의료 확충,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예산확보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국회에서는 호남을 지역구로 둔 여당 및 무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공의대를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들은 공공의대 설립이 시급하다고 정부에 촉구했고, 당시 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의료계와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법안 통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법안 심사도 물론 중요한 부분이지만 심의 과정에서 지난해처럼 오히려 예산이 증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의료계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관련법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만이라도 먼저 편성해보자는 정부 의도로 읽혀 매우 유감스럽다"며 "여당에선 예산을 먼저 통과시키고 나중에 법안을 마련했다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지만 공공의대 설립은 엄연히 의정합의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복지위는 아직 예산안 심의를 위한 구체적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결소위 소속 여당 의원은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복지위는 특히 예산을 증액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야당과 협의가 안돼서 상임위 날짜를 잡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대 예산은 보건의료 인력체계에 대한 장기적 그림을 두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외에는 경구치료제, 감염병 대응, 의료인 생명안전수당 등 예산을 중점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