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기준 호흡기전담클리닉 운영기관 85곳...의원급은 1곳
시설 유지 및 인건비 부담·일반환자 감소 효과 우려
개방형 모델, 정액수가 변경했지만 현장에서는 '매력적 수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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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코로나19(COVID-19) 확산 속 호흡기·발열환자의 일차의료 담당을 목적으로 시행된 호흡기전담클리닉이 기존 목표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의원과 보건소의 참여가 특히 더딘 가운데 전문가들은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끌어들일 충분한 보상책과 유인방안이 부족하고, 현실에서 운영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27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호흡기전담클리닉 운영 기관은 총 85개다. 이 중 보건소는 24곳, 의원급 의료기관은 1곳에 그쳤다.

이는 정부가 앞서 발표한 호흡기전담클리닉 육성 계획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한 숫자다.

지난 5월 정부는 코로나19와 겨울철 호흡기 환자의 효율적인 분류 진료를 위해 호흡기전담클리닉 운영 방침을 밝혔다.

유형은 보건소, 공공시설 등 별도의 장소를 제공하고 지역 의사가 진료에 참여하는 개방형과 시설·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의료기관형 두가지다.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되면 감염 예방 시설·장비를 보강하기 위해 개소당 1억원을 지원받고, 기존 진료 수가 외에 감염예방관리료(2만 630원)를 추가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올해 12월까지 호흡기전담클리닉 500개소를 설치하고, 내년에 추가로 500개소를 더 선정한다는 목표였지만 11월 말인 현재 여전히 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시설 등 진입조건·유지비용·코로나 진료 인식 우려

"복잡하고 수익은 낮은 진료, 의료기관이 할지 의문"

전문가들은 구조적 동선 분리, 별도의 출입구 확보, 인력 기준 등 유지요건이 의료기관의 지원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정기석 교수(호흡기내과)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계간의료정책포럼 기고문에서 "기존의 의료기관에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설치하게 되면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의 동선이 완전 분리돼야 하고, 의료진도 분류돼야 한다. 각종 기구와 장비도 마찬가지"라며 "얼마나 많은 의료기관이 이같은 구비요건을 갖추고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확진자 발생 시에도 진료를 정상적으로 하려면 철저한 공간 분리가 필요한데, 이런 복잡하고 수익은 낮은 진료를 민간의료기관이 하려고 나설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충분한 보상책을 포함한 더 과감한 정책으로 민간 의료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과 장비 구축을 위한 국비 1억원 지원이 운영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내과) 교수는 "의료기관이 쉽게 지원하기 어려운 구조다. 1억원을 지원받아 클리닉을 개소해도 유지가 문제"라며 "24시간 운영하기 위해선 적어도 간호사가 4명은 있어야 하고, 검사를 위한 인력도 필요한데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 현재 수가로는 하루에 30~40명을 봐도 보전이 안된다"고 전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관계자는 "진입 조건을 맞추기가 힘들고 본인 소유가 아닌 건물이라면 개보수하기 어렵다"라며 "의료는 응급상황도 발생할 수 있고 역동적인데 1억이라는 지원금으로 모든 시설을 맞추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에 따라 일반 환자들이 내원을 꺼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중식 교수는 "개인 의료기관에서 클리닉을 하면 의원급, 병원급 관계없이 환자가 감소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도 상급종합병원이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래가 15~20% 줄었었다"라며 "손실계획에 대한 보상 없이 운영하라고 하는데, 사명감이 없으면 의사들이 나서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보건소와 공공기관의 공간을 활용해, 해당 장소에서 지역 의사들이 근무하는 개방형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부가 개방형 호흡기전담클리닉 참여 의사의 보상 방식을 행위별 수가에서 1일 8시간 기준 50만원인 정액수가로 변경했지만 이 또한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보건소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부분 다른 공간을 줄여야 하고, 지역 의사들이 희생적으로 협조하니까 그나마 유지하지 안정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라며 "정액제로 바꿨다고는 하지만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다. 지금은 그런 수준으로도 인력을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개원내과의사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 구조고 보건소에서도 원래 반대했었다"라며 "의사와 보조인력까지 필요하지만 현재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어서 인력 수급이 쉽지 않다. 지역 의사도 감염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진료해야 하는데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500억의 예산으로 클리닉을 만들기보다는 보건소의 일반진료를 없애고 방역과 공중의료로 시설을 정비하는 방향도 있다"라며 "앞으로 또다른 감염병 위기가 올 수 있어 장기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종합병원으로 대상을 확대한 만큼 참여 의료기관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며 "코로나19, 독감의 유행이 심각하지 않더라도 이번에 구축한 자원은 향후 유사시에 활용될 수 있다. 전문과목 중심으로 사업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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