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주윤지 기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전 세계 의료·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감염병 유행을 종식하기 위해 이례적인 백신 개발 속도전이 붙었다. 

미국 정부는 특히 다국적 제약사 몇 군데를 지정해 억대의 투자금을 지원했지만,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9월 9일)와 존슨앤드존슨(13일)은 각각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관찰됐다면서 연구를 일시중단했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은 23일(현지시간) 보건당국으로부터 안전성 검토를 통과했다며 각각 일시적으로 중단된 임상시험을 재개했다. 소식이 발표되자 주춤했던 백신 개발에 기대감이 다시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임상시험의 일시중단이 백신 안전성 문제를 시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상반응을 관찰한 이후 공개한 것은 긍정적인 소식이며 오히려 안전성을 보장하고 신뢰를 높이는 행위다. 

백신은 일반 약물과 달리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건강한 사람에게서 질병을 예방하지만, 백신과 약물은 모두 보건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기 전에 ▶전임상 ▶임상 1상 ▶임상 2상 ▶임상 3상을 포함한 임상시험 단계를 걸친다.

소규모 연구인 임상 1상과 2상을 통과하면 임상 3상을 시작하는데, 3상은 참여자를 대폭 확대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연구진은 상황을 투명하게 보고하고 사건의 발생 원인을 파악한 이후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고위험, 고수익(high-risk, high-return) 투자인만큼 제약사들은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부정적인 언론보도 등 잃을 것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은 임상에서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도피하지 않고 임상시험의 규제를 철저히 준수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는 각 임상시험 단계에서 보건당국과 언론에 임상시험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런 과정을 언론에 노출하면서 미국·유럽 내에서 임상시험 규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증명됐다. 

반면 러시아 보건당국은 러시아 가말레아연구소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Sputnik V)가 임상 3상을 걸치지 않았지만 지난 8월 11일 허가를 내주면서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이 됐다. 이와 유사하게 중국 보건당국도 중국 내에서 개발된 백신 후보 3개가 임상 3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긴급사용허가를 내줬다. 

세계 최초의 명예와 이익을 얻기 위해 매진한 러시아·중국 보건당국과 달리 미국·유럽은 백신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엄격한 규제를 설정하고 집행한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은 임상시험 정보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기 때문에 전 세계 연구진이 데이터를 살피고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국제백신연구소(IVI)-이노비오, 제넥신은 백신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도 백신 전임상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개발되는 백신은 초기 임상 단계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은 희망을 걸고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범유행이 응급상황인 만큼 국내외 제약사들이 개발에 대한 압박에 눌리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해 성급하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를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구 현황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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