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기준 예방접종 뒤 사망신고 59명...질병관리청 "독감백신-사망 인과성 낮아" 접종 재개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 "성급한 상관관계 추정은 논리적 결함 내포"
코로나19 특수 상황과 과도한 언론보도에 슬기로운 대처 필요성 제기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주윤지 기자] 독감백신을 접종받은 이후 사망한 사람이 10월 26일 기준 59명으로 늘어나면서 '백신 공포증'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독감백신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확립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백신은 안전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26일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는 총 1231건에 달한다며 사망자는 59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지난 24일보다 11명 늘었다고 밝혔다.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70대 26명, 80대 26명이 있었고 60대 미만은 5명, 60대는 2명이었다. 60대 이상이 약 92%을 차지했다. 지역별로 경남 9명, 전남 8명, 서울 7명, 전북·경북 각 6명, 대구·경기 각 5명, 충남 3명, 부산·인천·대전·강원 각 2명, 광주·제주 각 1명 등이다. 

분석 결과, 질병관리청은 사망자 59명 중 46명은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로 추가된  사망 사례를 분석한 결과, 예방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경증 이상반응 사례 외 중증 이상반응은 없어 백신의 이상이나 접종 과정상의 오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또한 사례별로 기초·역학조사 결과, 부검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사망사례에서 백신의 이상반응으로 추정되는 소견이 없었다.

그대신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았고, 질병관리청은 지금까지 검토한 46건 사례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은 매우 낮아 백신 재검정이나 국가예방접종사업 중단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지켰다. 

질병청은 "전일까지 사망사례로 신고된 총 59건 중 46건에 대해 인과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플루엔자 유행수준은 예년보다 낮고 유행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예방접종을 서두르지 말고, 건강상태가 좋은 날 예방접종을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국내 전문가도 독립적으로 유사한 결론에 도달한 의견을 발표했다.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지난 23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기고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루엔자 유행이 겹치면서 '트윈데믹(twin-demic)' 발생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백신사업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 중대한 공중보건학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예방접종과 사망 간의 상관관계 성급하게 추정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 예방접종사업 일환으로 총 12종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공급하고 있고 이런 사망사례는 특정한 제품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과 접종 이후 사망에 대한 상관관계의 성급한 추정은 논리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대중은 독감백신 접종으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하지만 (의료진은) 사망자가 사망하기 전에 백신을 접종한 사례로 평가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있다"며 "(현재) 인과관계나 상관성을 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과관계를 결론짓는 대신 정 교수는 '회상편견(recall bias)'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상편견은 이전 사건 또는 경험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거나 세부 상황을 생략하면서 발생하는 체계적인 정보편향 오류 중 하나다.

즉 이전 백신 부작용 사례들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세부 상황을 생락하면서 백신과 부작용 발생의 인과관계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또한 질병관리청은 지난 21일 잠정적인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백신 부장용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을 ▲백신 제조공정상 문제 ▲부적절한 백신 운송과정 및 냉장유통 ▲백신 소규모 운송/의료기관 내 보관 문제 ▲백신 자체 부작용을 제시했지만 정 교수는 시나리오들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먼저 백신 제조공정의 문제였으면 특정사회·제품·동일 로트(lot) 번호 등에서 문제가 발생해야 하지만 현재 독감백신 사망자를 조사한 결과, 사례들의 공통점이 적어 제조공정상의 문제 가능성은 낮다. 

이어 만약 부적절한 백신 운송과정·냉장유통의 문제가 있었다면 동일한 지역에서 유사한 사망사례가 보고돼야 하지만 현재 보고된 사례는 넓은 지역분포를 보여 운송과정의 문제를 배제해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 내 보관 문제였으면 동일 의료기관에서 접종한 환자들에서 경증 부작용 또는 유사사례가 발견돼야 하지만 현재 사례에서 이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현재 사망사례 중 대표적인 백신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 길랑바레증후군 등이 나타나지 않고, 그대신 급성 사망사례만 일어나 백신 자체가 문제있을 가능성도 역시 낮다. 

정 교수는 "역학조사 결과만으로도 백신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는 낮은 것으로 추론함이 타당하다"면서 "고령층만큼 많은 백신을 접종하는 영유아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또 다른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은 오랜 기간 감염병에 대한 최고의 대응 수단으로 확립됐다. 과거 일부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있었지만, 현대적인 백신 제조공정과 운반체계가 확립된 이후 백신은 매우 안전하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고 이어갔다.

또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에 대한 우려는 백신 유통과정 문제와 이로 인한 불신에서 비롯됐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과도한 언론의 관심이 상황을 극단적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과학자와 의사, 행정가들은 시민들께 이러한 점을 잘 전달해 감염병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까지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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