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양여리·조재형 교수팀, 개원가 대상 당뇨병앱 유용성 평가한 무작위 연구 진행
3개월 추적관찰 결과, 당뇨병앱군 당화혈색소·공복혈당 개선
조재형 교수 "장기간 시스템 사용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개원가 "원격진료 문제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혈당 모니터링(이하 당뇨병앱)과 피드백 시스템이 개원가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관리하는 데 유용하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양여리(제1저자)·조재형(교신저자) 교수(내분비내과) 연구팀이 국내 개원가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 오픈라벨 연구를 진행한 결과, 당뇨병앱을 사용하고 의사의 피드백을 받은 환자군(당뇨병앱군)의 혈당이 개선됐고 환자 만족도도 좋았다.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진행됐고, 그 결과는 JMIR Mhealth Uhealth 지난달 2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JMIR Mhealth Uhealth 2020;8(2):e16266).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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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연구는 추적관찰이 짧으며, 현재 의사가 당뇨병앱을 통해 환자 혈당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한 경우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수가가 없어 개원가에서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원격진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뇨병앱군, 매일 자가혈당 측정해 매주 최소 1회 피드백 받아

당뇨병앱은 여러 연구를 통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입증됐다. 이 같은 연구들은 3차 의료기관이나 당뇨병센터가 있는 병원 등 당뇨병 전문가들이 있는 곳에서 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국내 대다수 제2형 당뇨병 환자는 개원가에서 관리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년 보고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약 60%가 개원가를 방문하고 있다.

조재형 교수는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 상당수가 개원가에서 관리받는다. 하지만 이곳에는 당뇨병 교육센터가 없으며 의사 혼자 환자를 관리하는 실정"이라며 "개원가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실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이번 연구를 기획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에는 2015년 3~6월에 서울시를 포함한 주요 도시의 개원가 13곳이 참여했다. 총 9곳에서 150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앱군, 4곳에서 97명의 환자가 당뇨병앱을 사용하지 않은 군(대조군)에 분류됐다. 

모든 환자는 매달 개원가를 방문해 진료받았다. 당뇨병앱군은 외래 진료를 받으면서 3개월 동안 매일 자가혈당을 측정했고 그 결과는 자동으로 당뇨병앱의 메인서버에 전송됐다. 의사는 웹사이트에서 당뇨병앱군의 자가혈당을 확인하고 일주일에 최소 1회 짧은 피드백 메시지를 보냈다.

등록 당시 평균 나이는 당뇨병앱군이 54.1세로 대조군(60.6세)보다 어렸다. 평균 당화혈색소는 당뇨병앱군이 7.9%, 대조군이 8.0%로 비슷했다.

3개월 당화혈색소, 당뇨병앱군이 0.3% 더 감소

3개월 추적관찰 결과, 등록 당시와 비교해 두 군 모두 당화혈색소가 감소했으나 당뇨병앱군의 당화혈색소가 대조군보다 약 0.3% 더 개선됐다(당뇨병앱군 -0.63% vs 대조군 -0.28%; P=0.003).

등록 당시 대비 공복혈당은 당뇨병앱군 19.11mg/dL, 대조군 2.41mg/dL 감소했고, 당뇨병앱군이 대조군 대비 약 17mg/dL 더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P=0.005). 

3개월째 평가한 당뇨병 치료 만족도 설문조사(DTSQ) 점수는 당뇨병앱군만 의미 있게 2.4점 상승했다. 대조군과의 점수 차이는 2.21점이었다. 

모리스키 복약순응검사 점수(MMAS-6)를 이용해 평가한 환자의 복약순응도도 당뇨병앱군에서 높았다. 특히 장기간 복약순응도에 대한 행동력(motivation) 점수가 당뇨병앱군에서 유의하게 높았고(당뇨병앱군 0.39점 vs 대조군 0.02점), 이해력(knowledge) 점수는 두 군간 큰 차이가 없었다. 

이번 결과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앱을 사용하고 의사가 피드백해주는 시스템이 개원가에서 환자의 혈당 관리에 유용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조재형 교수 "장기간 시스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 필요"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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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장기간 관리가 이뤄져야 당뇨병 합병증 예방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의 추적관찰 기간은 3개월에 불과하다. 3개월간 혈당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환자들이 3개월 이상 당뇨병앱을 사용하고 의사가 계속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이를 통해 당뇨병 합병증 예방 효과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조 교수는 "3개월 정도 당뇨병앱을 사용하면 환자의 혈당이 개선된다는 연구 논문은 많다. 환자가 짧은 기간 동안 당뇨병앱에 흥미를 갖고 참여하기 때문"이라면서도 "당뇨병앱은 환자가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잘 안 된다. 의사가 환자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해야 의미 있는데, 이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없으니 임상에서 장기적으로 당뇨병앱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에서는 개원가 의사에게 혈당 모니터링 후 피드백 시 인센티브를 지원했으나, 실제 임상에서는 의사가 당뇨병앱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상담한 경우에 대한 수가가 없다.

조 교수는 "환자가 당뇨병앱에 혈당을 매일 기록해 의사에게 보여주고 의사가 그 결과를 토대로 상담하더라도 수가를 지원해주지 않는다. 의사는 '왜 이걸 봐줘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긴다"면서 "또 당뇨병앱 데이터를 보고 온라인으로 피드백해도 이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다. 환자가 당뇨병앱을 잘 활용했을지라도 의사가 상담해주지 않으면 당뇨병앱은 유용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구 결과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당뇨병앱 등 시스템을 이용해 환자를 잘 관리했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가를 지급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제도가 없으니 결국 연구만 하다 끝나게 된다. 의사가 환자를 열심히 관리했다는 근거 자료를 만들고, 이를 병원에서 심평원에 제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원가 "원격진료 문제·고령 환자 사용 어려움 등 한계 있어"

개원가는 당뇨병앱 활용이 어려운 이유로 원격진료 문제와 고령 환자가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도 60세 미만의 당뇨병앱군에서 당화혈색소와 공복혈당이 의미 있게 개선됐으나, 60세 이상에서는 대조군과 당뇨병앱군간 당화혈색소 차이가 적었다(당뇨병앱군 -0.46% vs 대조군 -0.31%; P=0.31).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은수훈 공보이사는 "당뇨병앱을 사용하기 쉽다면 환자들이 앱에 혈당을 기록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진료실에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당뇨병앱으로 인해 원격진료가 이뤄질 수 있어서 우려스럽다. 게다가 당뇨병앱은 주로 젊은 환자들이 사용하며 고령 환자는 활용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뇨병앱 활용 시 적정 수가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그는 "전화상담 포함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하고 있지만 나라에서는 쌍방향 소통을 원하는 등 수가 기준이 엄격하다. 환자가 혈압 또는 혈당 데이터를 올리면 의사가 일정 시간 내에 답변을 줘야만 수가를 지원해준다"며 "의사들은 환자가 올린 데이터만 계속 확인하고 있는 게 아니니 쌍방향 소통이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개원가에서 당뇨병앱을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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