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연구원, 동아시아인 43만명 대상 당뇨병 유전체연구 주도
SIX3 유전자, 동아시아인만 제2형 당뇨병에 영향 미치는 것으로 확인
ALDH2 유전자, 남성에게만 당뇨 발병 위험 증가시켜…여성 영향 없어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동아시아인 제2형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주는 신규 유전요인 61개가 발굴됐다.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이 중 SIX3 유전자는 동아시아인에게만 영향을 미치고, ALDH2 유전자는 남성에게만 당뇨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특징을 보였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는 제2형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주는 유전요인 183개를 발굴, 그 중 61개를 새롭게 발굴해 네이처(Nature, IF 43.07) 2020년 5월 호에 게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국립보건연구원, 싱가포르 국립대학,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이 주도해 동아시아 3개국 중심 약 43만 3540명(제2형 당뇨군 7만 7418명, 정상군 35만 6122명)의 유전체정보를 분석·발표한 것이다.

43만여명은 한국 9만 7676명(국립보건연구원), 중국 9만 6030명(Kadoorie Biobank), 일본 19만 1764명(Biobank of Japan), 그 외 연구그룹 약 5만명으로 나뉜다.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인 대상 연구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기존 유전체연구의 약 80%는 서양인 중심으로 수행돼 동아시아인에 적용하는 경우 당뇨병 등 질병 예측의 정확도가 50% 수준까지 낮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유전체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번 연구는 규모면에서 서양인 대상 제2형 당뇨병 연구와 대등한 수준(기 보고된 서양인 당뇨병 유전체연구는 7만 4124명을 대상으로 함, Mahajan et al. Nature Genetics, 2018년)이라는 게 보건연구원의 설명이다.

연구 결과, 동아시아인 당뇨와 관련된 61개의 유전요인이 새롭게 발굴됐다.

특히 알데히드 분해요소2(ALDH2) 유전자는 여성에게는 영향이 없었고, 남성에게만 특이적으로 당뇨병에 영향을 줬다.

보건연구원 권준욱 원장은 "ALDH2는 알코올 분해효소로, 남성에서 빈도가 높은 음주 등 생활습관과 상호작용해 당뇨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SIX3 유전자(눈 발달 등에 역할을 하는 조절 유전자)는 동아시아인에서만 제2형 당뇨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고, 서양인에서는 당뇨병에 영향이 없었다.

신규 61개 요인을 제외한 122개 요인들은 서양인에서도 보고됐으며, 대부분 서양인과 동양인에서 당뇨병 발병 영향도가 유사했다.

보건연구원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인구집단 코호트 약 10만명에 연구 결과를 적용했을 때, 유전적으로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상위 5%의 고위험자는 나머지 일반인에 비해서 당뇨 발병위험이 약 3배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

보건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가 미래의학인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기반 정보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권 원장은 "유전정보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게 되는 개인의 고유한 질병 위험인자이므로, 당뇨병 발생이 증가하는 40대 이전에 유전정보를 이용해 당뇨병 고위험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며 "유전적 고위험자는 조기 발견을 통해 생활습관 중재 등 맞춤형 치료를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에서 2015년도에 자체 개발한 한국인유전체칩과 2001년부터 수집한 대규모의 코호트 기반 인체자원을 활용했다.

한국인유전체칩이란 한국인 특이적 유전체 정보를 반영해 제작된 칩으로, 한국인에서 나타나는 유전변이 중 단백질 기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변이 약 20만개와 한국인 유전체를 대표하는 유전변이 약 60만개 이상으로 구성됐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2014년부터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인유전체칩 개발과 유전체정보 생산을 위해 국립보건연구원에 연간 15~20억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개발된 한국인유전체칩을 이용해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에 보관된 약 18만명의 인체자원을 대상으로 유전체정보를 생산했으며, 이 정보는 지난해 5월부터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을 통해 국내 연구자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아울러 2018년도부터는 국내 6개 사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한국인유전체칩을 상용화하는 등 국내 유전체연구 기반 강화에 힘썼다.

기술이전기업은 ㈜디엔에이링크,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마크로젠, ㈜클리노믹스, 중앙보훈병원, ㈜SCL헬스케어이다.

권 원장은 "이번에 국립보건연구원이 주도적으로 분석한 동아시아인 대상 당뇨병 유전체연구 성과로 국내 유전체연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그 학술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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