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빅데이터를 함부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
"의료 빅데이터를 함부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9.05.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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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가톨릭스마트헬스케어센터 조재형 센터장
조재형 센터장 "빅데이터 '어떻게' 활용할지 이야기하지 않아"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스마트헬스케어센터 조재형 센터장.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스마트헬스케어센터 조재형 센터장.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의료계에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기반 기술이 의료 빅데이터다. 연구자들은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질환별 유병 및 관리 실태 등을 분석하고 그 결과물을 내고 있다.

그런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스마트헬스케어센터 조재형 센터장(내분비내과 교수)은 "스마트 헬스케어에서 의료 빅데이터를 함부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꼬집는다. 의료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스마트 헬스케어에서 의료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3일 서울성모병원 별관 대회의실에서 내분비내과 의사이자 IT 기업 ㈜아이쿱(iKooB) 대표인 조재형 센터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 헬스케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었다. 

빅데이터 '서론'만 이야기할 뿐 '본론' 없어

그는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에 의료 빅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데이터만 방대하게 쌓아놓는 게 빅데이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얻은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 헬스케어에서 의료 빅데이터가 중요하고 수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의료 빅데이터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물어보면 서론만 이야기한다. 본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해 논문을 발표하고 특허를 신청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 결과를 어떻게 임상에 적용할지, 즉 전달(delivery)할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누군가는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로 그는 누군가 이 분야에 도전하고 실패했을 때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빅데이터 결과의 임상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효과를 입증해야 가치 있지만, 실패 시 위험에 대한 부담으로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의료 빅데이터를 함부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스마트헬스케어센터 조재형 센터장.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스마트헬스케어센터 조재형 센터장.

스마트 헬스케어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 진료'

그가 생각하는 스마트 헬스케어의 핵심은 '의사와 환자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스마트 헬스케어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환자들은 병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모바일 결제가 가능해지고 주차도 편리해지는 등 편의성이 높아졌다"며 "그러나 정작 진료실에서는 의사가 환자 얼굴을 점점 보지 않는다. 전자의무기록(EMR)에 질환 약어가 아닌 전체 영문명을 작성하면서 환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시간이 줄고 있다.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스마트 헬스케어가 발전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즉 스마트 헬스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 진료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스마트 헬스케어에서 의사 진료를 제외하고 IT를 접목한다면 결국 실패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IT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혈당, 체중, 활동 등을 측정해주는 헬스케어 기업이 잘 안되는 이유가 환자들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쓰지 않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환자를 보는 주체가 의사임에도, 의사는 환자가 데이터를 보여줘야만 혈당, 체중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환자는 내원하면 의사가 진단을 내려주고 약을 처방해주니 헬스케어 회사 시스템을 꾸준히 사용하지 않는다. 결국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회사의 서버 비용만 날린 쓸데없는 데이터가 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헬스케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환자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 교육을 통해 의사와 환자를 연결해주는 다리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그는 "스마트 헬스케어는 환자 교육자료나 콘텐츠 등으로 의사와 환자를 연결하고, 의사가 이를 활용해 환자에게 적절한 설명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그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0곳 병원 x 10개 교육자료 개발 = 100개 자료 모인다

그는 진료실에서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자 진료 앱 '아이쿱클리닉(iKooB Clinic)'을 개발해 지난해 10월 출시했다. 

아이쿱클리닉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 정보를 의사가 쉽게 필기하며 설명할 수 있는 태블릿 앱 서비스이다. 유튜버들이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공유하듯, 아이쿱클리닉은 의사들이 만든 교육자료를 의사들에게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분과별로 미리 제작된 질환정보 등 진료 상담자료를 불러와 환자에게 설명하거나 진료 음성을 녹음해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는 앞으로 의사들이 개발한 환자 교육자료를 아이쿱클리닉에 모아보겠다는 구상이다. 예로 10곳 병원이 참여해 한 병원에서 10개 교육자료를 개발한다면 아이쿱클리닉에 총 100개 자료가 모인다. 이 자료들을 의사에게 제공하면 의사는 환자별 맞춤 교육자료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그는 "그동안 말로만 환자 교육을 했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하는 치료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환자는 유튜브 등 다른 경로로 자료를 찾아보게 되고, 결국 환자 교육이 되지 않아 만성질환 관리에 문제로 이어진다"면서 "의사가 교육자료를 선택하고 환자에게 맞는 교육을 할 수 있어야만 만성질환 관리가 된다. 앞으로 많은 교육자료를 모아볼 생각이다. 최종적으로 교육 수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마트 헬스케어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우리나라가 선두에 나서지 않으면 외국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구글, 애플 등 외국 대기업이 헬스케어에 진출하면서 우리 데이터가 이들에게 흘러가 우리나라가 데이터 식민지화 되는 게 우려스럽다"서 "국내 기업 휴이노가 심방세동을 측정하는 센서를 만드는 기술이 있었지만 애플이 먼저 심방세동을 측정하는 제품(애플워치)을 만들었다. 기술이 있어도 제품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먼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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