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계 진단·치료에 패러다임 변화 포착
국내는 현실적인 장벽으로 웨어러블 기기, NOAC 처방, 지질 가이드라인·치료제 관한 변화를 이루지 못해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올해 심장학계는 진단 및 치료 등에서 패러다임 변화가 포착됐다. 웨어러블 기기로 심방세동을 진단하는 시대가 열렸고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실적인 장벽으로 인해 심장 분야의 많은 진보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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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 진단 가능한 애플워치…국내선 '그림의 떡'

애플은 올해 심장 분야에서 역량을 키워나갔다. 애플워치의 심방세동 진단 기능을 평가한 'Apple Heart Study' 결과를 NEJM에 발표하면서 심장 분야에서 실용성을 입증한 것. 이 연구는 애플워치가 심방세동을 정확하게 그리고 손쉽게 식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러한 대규모 연구뿐만 아니라 유명 심장내과 교수들을 채용하면서 심장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미국 워싱턴대 Alexis Beatty 교수(심장내과)에 이어 미국 콜롬비아대병원 David Tsay 교수(심장내과)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엄격한 원격 모니터링 규제 때문에 심방세동 진단 기능을 탑재한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부정맥학회 등 여러 심장내과 전문가들은 의료분야에서 웨어러블 기기들이 발전하고 있지만 원격 모니터링이 불법이라 사용할 수 없어, 국내 상황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빅데이터로 효과 입증된 NOAC 국내 처방률은 저조

국내 연구진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심방세동 환자군에서 NOAC의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면서 주목받았다. 

와파린보다 NOAC이 뇌출혈 병력이 있는 심방세동 환자에게 효과적임을 확인했고, 저체중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유용성을 입증했다. 

국내 빅데이터에서 와파린 대비 NOAC의 효과 및 안전성이 검증됐지만, 국내 NOAC 처방은 저조해 대한부정맥학회 등 전문가들은 처방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처방률을 높이는 데 개원가와 종합병원 간 협력 방법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종합병원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3차 의료기관이 진단·처방 등을 결정하면 1차 의료기관은 유지요법을 맡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개원가는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개원가에서 바로 처방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NOAC 처방률을 높이려면 종합병원과 개원가 간 세부적인 협력과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등장, 국내 지침 향방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유럽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이 모두 개정되면서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에 힘이 실렸다. 이에 향후 국내 가이드라인이 어떤 방향으로 업데이트될지 관심이 쏠린다. 

2017년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기존 심혈관질환 위험 분류에 '극초위험군(extreme risk)'을 추가하면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70mg/dL 미만에서 55mg/dL 미만으로 처음 제시했다. 

반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2018년에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면서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을 하향 조정하지 않고 70mg/dL 미만으로 유지했다.

IMPROVE-IT, FOURIER 등의 연구를 통해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에 따른 혜택이 입증됐지만, 서양인이 대다수 포함된 연구이기에 인종 간 차이를 고려해야 하고 국내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유럽심장학회(ESC)·동맥경화학회(EAS)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ESC·EAS는 역대 최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초고위험군 70mg/dL→55mg/dL, 고위험군 100mg/dL→70mg/dL 미만으로 권고했다. 

미국과 유럽의 하향 조정에 따라 국내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지동학회는 LDL-콜레스테롤이 낮을수록 좋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너무 낮은 LDL-콜레스테롤이 문제가 되면 강력하게 낮추지 않도록 권고하는 방향으로 국내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상지질혈증 신약 개발·허가 잰걸음…우리는 지켜보기만?

올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 오메가-3 성분인 '아이코사펜트 에틸(제품명 바세파)'과 연 2회 투여하는 '인클리시란'이 각광을 받았다. 

아이코사펜트 에틸은 REDUCE-IT 연구에 이어 올해 긍정적인 EVAPORATE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3일 아이코사펜트 에틸을 심혈관질환 환자와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 확대 승인했다.

아이코사펜트 에틸은 2012년 중성지방을 낮추는 치료제로 승인받은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이코사펜트 에틸이 어느 적응증에도 허가를 받지 못했다.  

6개월마다 한 번 투여하는 이상지질혈증 신약인 인클리시란은 약물 순응도를 높여 콜레스테롤을 조절해 주목받았다.

올해 임상 3상인 ORION-10을 통해 스타틴을 복용했지만 LDL-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58% 낮추는 효과를 입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올해 FDA 허가신청서 제출과 동시에 일본과 중국에서 가교시험을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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