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주년] 병원에서 못 찾는 심방세동 환자를 찾아라
[창간18주년] 병원에서 못 찾는 심방세동 환자를 찾아라
  • 주윤지 기자
  • 승인 2019.07.1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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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365일 연중무휴 ‘웨어러블 기기’…임상서 효과 입증
Zio 패치 임상시험 결과, 심방세동 진단율·항응고제 치료율 높아
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팀, “반지 형태 CART 임상연구 결과 심방세동 탐지 정확도 평균 99%”
'애플워치 돌풍' 일으킨 Apple Heart 연구
한국이 개발한 신기술, 정작 한국에선 못 쓴다
스카이랩스·삼성전자가 개발한 기기, 국내 규제에 ‘꽁꽁’
(왼쪽부터) iRhythm Technologies사의 Zio XT 패치, 애플사의 애플워치 4, 스카이랩스의 CART 반지. (사진 출처: 각 사 홈피).
(왼쪽부터) iRhythm Technologies사의 Zio XT 패치, 애플사의 애플워치 4, 스카이랩스의 CART 반지. (사진 출처: 각 사 홈피).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심방세동은 부정맥의 일종으로 심방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아 검사만으로 환자를 찾아내기 쉽지 않은 질환이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위험을 5배 정도 높인다고 알려졌다. 또 모든 뇌졸중 사건의 약 3분의 1은 심방세동이 원인이다. 이 외에도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을 겪은 20%의 환자는 심방세동을 뒤늦게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은 전통적으로 기회검진(opportunistic screening)이나 맥박, 심전도 등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증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거나 없을 때가 많아 검진이 쉽지 않다. 이에 숨겨진 심방세동 환자를 찾아 진단율을 높여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심방세동에서 'Zio 패치'가 주목받는 이유

Zio 패치
Zio 패치

숨은 심방세동 환자를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솔루션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맥박을 24시간 동안 모니터링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다.

웨어러블 기기가 심방세동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2018년 스크립스 중개과학연구소 Steve Steinhubl 교수팀은 iRhythm Technologies사의 Zio XT 패치로 심방세동을 병원 밖에서 찾아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랜드마크 mSToPS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JAMA. 2018;320(2):146-155).

칩(chip)과 전극 두 개를 담은 Zio 패치는 피부에 부착해 환자의 맥박에 대한 정보를 도출해 iRhythm사에 보낸다. iRhythm사는 이 정보를 머신러닝 알고리듬으로 분석해 1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로 요약해서 의료진에게 전달한다.

연구팀은 심방세동 위험이 있는 2659명을 대상으로 Zio 패치 유용성을 검증했다. 이 중 65.4%(1734명)는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완료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72세, 38%는 여성이었다. 연구팀은 4개월간 무작위 임상시험을 마치고 모니터링을 진행한 1738명과 모니터링을 받지 않은 대조군 3476명을 합쳐 5214명을 대상으로 관찰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659명 중 △1366명은 즉시 집에서 모니터링을 시작하는 군(즉시 모니터링군)에 배정하고 △1293명은 4개월 후 모니터링을 시작하도록 분류했다(4개월 후 모니터링군). 1차 종료점은 4개월 시점에서의 심방세동 진단이었다. 2차 종료점은 1년 시점에서 전체 모니터링군과 대조군 간에 새로운 심방세동 진단이었다.

그 결과 즉시 모니터링군의 1366명 중 53명(3.9%), 4개월 후 모니터링군의 1293명 중 12명(0.9%)이 심방세동을 진단받았다. 또 1년 후 심방세동 진단율은 모니터링군이 대조군보다 약 3배 높았다(100인년당 6.7명 vs 2.6명).

아울러 즉시 모니터링군은 항응고제 치료 증가와 연관이 있었다(100인년당 5.7명 vs 3.7명, 95% CI 1.9~2.2). 그뿐만 아니라 심장과 외래 방문율이 증가했고(100인년당 33.5명 vs 26.0명, 95% CI 7.2~7.9), 1차 진료 방문율도 높았다(100인년당 83.5명 vs 82.6명, 95% CI 0.4~1.5).

주 저자인 Steinhubl 교수는 "심방세동 고위험군 중 집에서 Zio 패치를 사용한 즉시 모니터링군이 4개월 시점에서 더 높은 심방세동 진단율을 보였다"며 "모니터링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모니터링한 환자들의 심방세동 진단율 및 항응고제 치료율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또 "적절한 시기에 심방세동을 진단하는 것은 효과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고, 뇌졸중과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mSToPS 연구는 Zio 패치가 심방세동 진단에서 골드 스탠다드(gold standard)로 활용되는 기반이 됐다. 이어 이 연구는 심방세동 진단에서 웨어러블 기기들의 역할을 부각하기도 했다.

미국·유럽서 '스카이랩스 CART 반지'에 시선 집중

스카이랩스 CART 기기
스카이랩스 CART 기기

일상 생활에서 심방세동 환자를 찾기 위한 기기 발전도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카이랩스사의 반지 형태인 CART(Cardio Tracker) 기기다.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 CART 반지는 내부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생체 신호를 수집하고 이 생체 신호를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사용자 친화적인 반지 형태라 일상생활에서 24시간 스스로 심방세동을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CART는 미국부정맥학회(HRS) 연례학술대회에서 시선을 끌었다. CART를 이용해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심방세동 진단 임상연구를 진행한 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 소속 권순일 전공의가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0회 HRS 연례학술대회에서 '젊은 연구자상(Young Investigator Awards)'을 수상했다.

최 교수팀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심방세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한 결과, CART를 이용해 심방세동을 탐지했을 때 평균 99%의 정확도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주목받는 딥러닝 기술을 통한 심방세동 진단 결과를 보여줬다. 특히 심방세동의 조기 진단 및 뇌졸중 예방을 위한 선별검사로서 가능성을 제시했다.

CART가 개발된 것은 스카이랩스 이병환 대표의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5G 통신기술을 연구하던 때였다. 내 성향이 워커홀릭인데 매일 새벽 5시까지 일하고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출근하는 생활이 이어졌다"며 "그러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다. 그런데 병원에서도 정확하게 그 이유를 찾아내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혈관 관련 질병은 평소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해 그 정보를 분석하는 게 중요한데 하루 이틀 입원해 검사해서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었다. 그때 그동안 연구·개발해오던 신호처리기술을 이용해 질병을 탐지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CART의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스카이랩스는 2018년 영국의 부정맥연합이 공동 진행한 심방세동 환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0% 이상이 심방세동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사용해 자가진단을 원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초기 90%에 불과했던 CART의 진단 정확도가 현재 98%까지 올라갔다. 현재 CART는 제품 개발 완성 단계에 있고, 올해 말에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실제 반지로 된 제품이 나오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애플워치 돌풍' 일으킨 Apple Heart 연구

애플워치 4
애플워치 4

지난 12월 애플사 Tim Cook 대표는 애플이 인류에 가장 크게 기여하게 될 분야는 바로 ‘헬스케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미국 스탠퍼드의대 연구진은 애플사의 비전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약 40만 명을 대상으로 애플워치로 심방세동을 진단할 수 있는지 관찰한 'Apple Heart' 연구 결과를 미국심장학회(ACC)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것. 이 연구는 2017년부터 시작했고, 참가자들은 애플워치 1, 2, 3 중 하나와 아이폰이 있어야 했다. 애플워치 4는 연구 후 출시 돼 연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40만 명 중 0.5%만 불규칙한 맥박에 대한 알림을 받았다. 이후 심전도 패치로 확인한 심방세동 진단율은 34%였다. 불규칙한 맥박에 대한 애플워치의 심방세동 양성 예측도는 84%였다.

또 애플워치로 불규칙적 맥박 알림을 받은 57%는 의료진을 찾아간 것으로 보고됐다.

실제 애플사의 애플워치 시리즈는 환자의 생명을 여러 차례 구했다. 호주에 거주하는 24세 남성은 애플워치를 통해 수면 중 심박수가 140bpm으로 뛰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을 방문해 진료 후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웨어러블 기기의 장밋빛 전망, 현실 될까

애플사가 장밋빛 내일을 그리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잘못된 알림(false positive)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다.

애플워치가 심방세동을 잘못 진단하면 의료기관에 정상인 사람들이 쏠릴 문제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3차 병원에 환자가 몰리게 되면 의료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김남국 교수(융합의학과)는 "(애플워치 등으로) 우리나라 보건이 더 좋아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의문이 있다"며 "이미 웬만한 사람들은 건강검진을 하고 있고, 병원에서 6개월~1년에 한 번씩 훨씬 더 정확한 심전도(ECG) 검사를 받고 있다. 애플워치가 국내에 들어와 생존율을 높일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해 연구할 가치는 있지만, 결과는 굉장히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애플워치로 인해 심방세동 환자들의 생존율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애플워치를 구매할 것도 아니고, 애플워치가 항상 정확한 것도 아닌데다 오작동하면 병원에 환자들이 더 많이 몰리는 문제점이 있다"고 걱정했다.

기기는 있지만 사용은 못 한다?

국내외에서 기기 개발이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기기를 출시할 수 없는 상태다.

세브란스병원 정보영 교수(심장내과)는 "원격 모니터링이 불법이라 삼성전자가 기기를 만들고도 국내에서 출시를 못 하는 상황이다. 애플워치도 업그레이드하면 심박수를 측정하는 기능이 없어진다"며 "국내 상황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원격 모니터링 규제를 풀어야 이런 기기들이 한국에서 활성화될 수 있고 심방세동 진단율이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애플워치와 같이 심방세동을 찾는 기기들을 둘러싼 문제점들을 꼬집었다. 먼저 우리나라는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들만 나열한 뒤,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은 불허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격 모니터링 등을 포함한 신의료기술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신의료기술들이 생기고 새로운 버전들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의료기기 인허가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은 힘들다"며 "포지티브 규제를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법 개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법에 미주알고주알 써놓고 고치기는 어려워 시대 정신에 맞지 않을뿐더러 4차 산업혁명이나 신기술 산업을 육성하는 데 여러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IoT(사물인터넷) 기기를 이용해 심방세동을 발견해 병원을 방문하라고 하는 것은 원격의료에 해당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그레이 존(grey zone)"이라며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결론은 환자에게 혜택이 있고 생존율을 높이는 것에 달려 있다. 이것이 뚜렷하면 의료에서는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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