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증·배뇨후요점적 등 새로운 적응증으로 확장
심장질환 치료제 신약 가능성도 넘봐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발기부전 치료제가 두 번째 변신을 준비한다. 

애당초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발기가 계속되는 부작용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던 발기부전 치료제가 또 다른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일부 국내 제약사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수많은 제네릭 의약품이 쏟아지자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조루증과 배뇨후요점적으로 적응증 확대에 나섰다. 

최근에는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의 심장질환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 관심 보인 국내사...배뇨후요점적 적응증도 확대 

국내 제약업계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기반으로 한 전립선비대증 치료 복합제 개발에 한창이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많은 경쟁 제품으로 시장성을 잃고 있는 반면,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의 시장 잠재력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글로벌 시장은 연 평균 8% 이상 성장해 2024년 5조원(약 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발기부전과 전립선비대증을 동시에 타깃하는 복합제는 2020년 전체 시장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내 제약업계도 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한미약품은 타다라필과 탐스로신을 합친 구구탐스를 2016년 12월 출시했다.

국내 15개 대학병원에서 전립선비대증 및 발기부전 동반 남성환자 510명을 총 3개군으로 나눠 1일 1회 12주간 투약한 임상 3상 결과, 구구탐스는 타다라필 5mg 단일군 대비 국제전립선증상점수(IPSS)를 약 27% 더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IQVIA에 따르면 구구탐스는 출시 첫 해 1억원에서 2017년 11억원, 2018년 1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 중이다. 올해 2분기에도 1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유유제약은 타다라필과 두타스테리드를 합한 발기부전·전립선비대증 치료 복합제 YY-201을 개발 중이다. YY-201은 개발에 성공한다면 두 성분 조합으로는 세계 최초인 만큼, 유유제약도 사활을 거는 파이프라인이기도 하다. 

종근당과 동아에스티는 자사의 발기부전 치료제인 센돔(성분명 타다라필)과 자이데나(성분명 유데나필)를 이용해 배뇨후요점적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효과를 확인했다. 

배뇨후요점적은 소변을 본 후 요도에 남아 있는 소변이 누출되는 질환이다. 주로 중년 남성에게서 흔한데, 요도 근이 약해져 소변이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거나 적응 양을 배출할 때 방광이 충분히 수축되지 않아 발생한다. 

종근당의 센돔은 2017년 11월부터 9개월 동안 IPSS 8점 이상으로 전립선에 문제가 있고 배뇨후요점적을 겪는 20~70세 환자 102명에게 12주 동안 센돔과 위약을 투여한 후 배뇨후요점적 증상 개선정도를 평가한 연구자 임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센돔군의 68.8%는 IPSS가 2점 이상 개선됐다. 

동아에스티도 자이데나의 배뇨후요점적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138명의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자 임상을 진행한 결과, 자이데나 75mg 복용군에서 위약 대비 배뇨후요점적 횟수 및 IPSS 감소 등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얻었다. 

조루증 치료제부터 심장질환 신약까지

<br>

발기부전 치료제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조루증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바이오 기업도 있다. 

조루증 치료제 시장은 수년째 30~50억원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국제남성과학회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남성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31%는 조루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잠재적 수요는 상당한 수준이다.

씨티씨바이오는 발기부전·조루증 치료 복합제 CDFR0812(실데나필+클로미프라민)의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임상 2상에서는 단일제 투여군 대비 복합제 투여군에서 IELT(삽입 후 사정에 이르는 시간)의 절대값 변화를 기준으로 할 때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IELT 변화와 조루프로파일(PEP) 향상 모두를 동시 달성한 시험 대상자 비율은 복합제 투여군이 월등히 높았다. 

씨티씨바이오는 2020년 하반기 임상 3상 완료, 2021년 시판이라는 타임라인을 갖고 있다. 

메지온은 발기부전 치료 성분 유데나필의 단심실증(SVHD) 치료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메지온은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는 유데나필이 혈관 관련 질환에 효과가 있는 만큼 폰탄수술 환자의 운동능력도 개선할 것으로 보고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폰탄수술을 받은 단심실 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한 FUEL 연구에 따르면, 1차 종료점으로 설정한 등록 당시 대비 유데나필 복용 26주째 최대 산소 섭취량(Peak VO2)이 유의하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나 2차 종료점인 환기 무산소성 역치(Ventilatory Anaerobic Threshold,VAT)에서의 산소 소비량(VO2 at VAT) 개선을 입증했기에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 신청은 무리가 없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감신경 조절 능력이 핵심인 발기부전 치료제는 심혈관 질환 개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뛰어난 확장성을 가진 약물인 만큼 여러 영역으로의 변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