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계-학계, 희귀약 또는 허가초과 의약품 RWE 적용가능할 듯
솔리리스·가다실 등 적응증 확대에 RWD 활용...국내는 RWD로 부작용 분석 연구
FDA-후생성, RWE 활용발판 마련...식약처도 해외 사례 수집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허가에서 사후관리까지 RWD(Real World Data)또는 RWE(Real World Evidence) 적용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의약품 심사 단축의 한 방안으로 RWD를 분석해 얻은 RWE를 허가심사체계에 반영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으며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서는 급여제도에 RWE를 활용하는 추세다. 국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RWE 대세론과 중요성을 인지한 상황. RWE를 당장 활용하기에는 준비가 미흡한 상태지만, 정부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의약품 모든 주기에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RWE 활용 방안을 허가영역과 급여영역으로 나눠 준비상황은 어떠한지,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Part 1. 의약품 허가

Part 2. 의약품 급여

빅데이터 시대, RWD/RWE 관심 고조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이에 맞춰 보건의료분야에서도 RWD/RWE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고,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우선 RWD와 RWE에 대해 알아보자. 

FDA는 다양한 자료원을 통해 수집되는 환자, 건강상태, 보건의료 전달체계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RWD라고 일컬었고, RWE는 RWD 분석을 통한 의약품 등의 사용현황 및 잠재적인 유익성, 위해성에 관한 임상적인 증거라고 정의했다. 

RWD가 포함하는 자료에는 청구데이터, 의무기록, 설문조사, 사망지표, 웨어러블 센서기, 사회관계망,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 관련 의무기록, 환자 중심 성과평가 등이 있다. RWE에는 실용임상시험, 전향적·후향적 관찰연구, 환자등록자료, 환자 수준의 메타분석 등이 포함된다(Ramsey et.al 2017. Enhancing the transparency and credibility of real world evidence in health care decision making).

RWD를 기반으로 RWE 창출이 가능한 만큼 허가 분야에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약품 허가심사체계 구축 기반을 마련하고, 사후 안전성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아울러 희귀질환 치료제와 RCT가 불가능한 의약품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고, 약물 경제성평가, 조건부 급여 등 급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미국 ‘21세기 치유법안(21st Century Cures ACT)’이 만장일치로 하원을 통과하면서 FDA는 RWE를 활용한 허가심사체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RWD를 RWE로 변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RWE를 이미 승인된 의약품의 '적응증 추가' 또는 '시판 후 안전성 요건 강화'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지난해 말, FDA는 제약업계 등 이해 관계자와 협력해 'RWE 프로그램을 위한 프레임워크 수립'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향후 3년 이내 RWE 활용 가능한 상황 및 RWE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준, 방법론에 대한 지침 초안을 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본에서는 2017년 GPSP(Good Post-marketing Study Practices)를 개정해 재심사 제도 운영에서 작년 4월부터 RWE를 제출토록 했다.

가다실9·프라닥사 등 적응증 확대에 이미 RWD 활용

지금도 ‘날 것’인 RWD를 적응증 확대나 시판 후 안전관리에 활용한 사례는 있다.

지난 5월 ‘2019년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에서 성균관대 약대 신주영 교수가 발표한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RWE 활용'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9가 백신인 가다실9주가 적응증 확대 허가 변경에  RWD로 얻어진 질환 정보를 활용했다<표1>. 

가다실9주는 최초 허가 시 9~26세 여성 및 9~15세 소녀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승인됐다. 가다실9주의 접종 연령을 45세까지 확대하기 위해 MSD는 2018년 4월 FDA에 기존 임상시험 하위그룹 대상 6년 장기추적연구(LTFU, V501-109-21) 결과 등을 새로 제출하고 허가 변경을 신청했다. 이때 RWD를 활용한 HPV 관련 최신 역학연구 결과를 질환에 대한 정보와 함께 제공했다.

희귀질환 치료제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도 적응증 확대를 위해 시판 후 축적된 RWD를 제출했다. 

솔리리스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치료제로, 수혈받았던 이력이 있는 환자들에 한해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수혈 이력이 없는 환자 대상인 PNH 레지스트리와 수혈 이력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메타분석한 결과 수혈 이력과 관계없이 용혈이 개선됨으로써 PNH 증상이 완화되는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이를 검토한 후 수혈 이력과 무관하게 모든 PNH 환자에게 솔리리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시판 후 안전성 판단에 사용한 사례도 있다. 비-비타민 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는 2010년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FDA 승인을 받았다. 와파린 이후 60년 만에 출시된 항응고제로, 출시 후 FDA 부작용 보고시스템을 통해 다수의 출혈부작용이 보고됐다. 모든 항응고제는 출혈 부작용이 동반되지만 와파린은 수십년 이상 사용돼 출혈 부작용은 익히 알려져 있었고 프라닥사는 신약으로 정보가 없는 상태였다. 프라닥사의 출혈보고만으로 와파린과 안전성을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RWD가 활용됐다. RWD를 활용한 2개의 후향적 관찰연구에서 얻은 출혈부작용 관련 수치는 임상시험에서의 결과와 유사했다.

국내에서는 RWD를 활용한 의약품 부작용 분석 연구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의약품과 의료정보를 연계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유관기관 및 의료기관 데이터, 자발보고 등을 통해 수집한 부작용 정보를 통합 분석해 의약품과 이상사례 간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피오글리타존의 방광암 발생 위험 분석연구(2015년) △라모트리진의 중증피부이상반응 발생 위험 분석연구(2016년) △프로톤펌프억제제(PPI)와 홍반루푸스의 연관성 평가(2017년) 등이 있다.

희귀약 등에 RWD 활용 공감…데이터 적합성 등 쟁점

의약품 적응증 추가 또는 시판 후 안전관리를 위해 RWD를 활용하자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정부나 업계, 학계 모두 이견이 없어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반디아 등 검증을 거쳐 시장에 나온 약도 안전성 이슈로 시장에서 퇴출됐다. 환자가 적거나 불확실성이 있는 경우는 임상시험을 더욱 주저하게 된다"며 "소규모 환자 대상 또는 허가초과 의약품은 RWE 등으로 검증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PMS(시판 후 조사)로 안전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약들도 RWD/RWE를 활용해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윤리적으로 임상시험을 할 수 없는 경우나 희귀질환의 경우 RWD/RWE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규제기관에서도 가이드라인 초안이 나왔을 뿐 하나의 심사체계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식약처도 RWD 방향성을 인지하고 있어 실제 적용 사례를 모으고,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의약품 허가심사체계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RWD에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는 만큼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또한 규제기관에 제출할 만큼의 RWD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제약사가 추적관찰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데이터 접근성 이슈도 불거질 수 있다. 연구자에 따른 연구계획 및 결과 변동 발생 가능성도 변수로 지적된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는 안전성 데이터가 없어 식약처에 제출 가능한 수준의 RWD로는 무리다"라며 "건강보험자료는 물론 병원 EMR 자료 등 모든 데이터를 오픈하거나 회사가 추적 관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약대 신주영 교수는 "RWE 활용에 있어 자료의 적합성과 연구 설계, 데이터 표준화에 대한 논의는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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