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질 나쁜 성인 '예비 알츠하이머병' 환자?
수면 질 나쁜 성인 '예비 알츠하이머병' 환자?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9.02.14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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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질 저하된 성인 뇌에서 알츠하이머병 원인 단백질 침착 확인
서울의대 윤창호 교수 "알츠하이머병 예방 위해 환자 문진 시 수면 상태 확인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수면 질 악화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인자로 주목받고 있다.  

수면 질이 저하된 성인 뇌에서 알츠하이머병 원인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침착됐다는 근거가 쌓이면서, 수면 질이 나쁘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에 임상에서는 환자 문진 시 수면 상태를 확인하고, 수면 질이 나쁘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국내 수면 무호흡증 환자, 베타아밀로이드 침착 ↑

학계에서는 수면 질이 나쁜 성인을 대상으로 뇌내 베타아밀로이드 침착 정도를 평가해 수면 질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들은 수면 질이 저하되면 뇌내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증가한다는 일관된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대 Brendan P. Lucey 교수팀이 단일채널 뇌파검사를 받은 60세 이상 고령자 119명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깊은 수면 상태인 비렘수면 중 가장 깊은 수면에 빠져드는 단계인 서파수면(slow wave sleep)이 감소한 고령자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상당한 수준 침착됐다(Sci Transl Med 2019 Jan 9;11(474). pii: eaau6550). 연구는 인지기능이 정상인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수면 상태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017년에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J Alzheimers Dis 2017;59(1):21-29).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뇌에서 병적 아밀로이드 침착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서울의대 윤창호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팀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50~65세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 19명과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없는 성인(대조군) 19명의 뇌내 베타아밀로이드 침착을 확인했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 베타아밀로이드 추적자인 피츠버그 화합물(Pittsburgh compound-B, PiB)을 이용한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시행했다. 

그 결과,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군의 우측 측두엽 피질과 우측 뒤쪽 대상회(right posterior cingulate gyrus)에서 대조군보다 PiB 침착이 더 많이 나타났다(P<0.05). 

윤 교수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군의 뇌 일부에서 대조군보다 베타아밀로이드가 더 많이 쌓였다. 이곳은 치매 초기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되는 부위와 일치한다"며 "모든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가 반드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받지 않아) 장기적으로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되면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루만 수면 시간이 짧아도 뇌내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나온다(PNAS 2018;115(17):4483-4488).

미국 국립 알코올남용 및 중독연구소 Ehsan Shokri-Kojori 박사팀은 PET를 통해 밤에 충분히 잔 성인과 약 31시간 동안 깨어있는 수면 박탈을 경험한 성인의 베타아밀로이드 축적 정도를 확인했다. 연구에는 22~72세인 건강한 성인 20명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수면 박탈을 경험한 성인이 충분히 잔 성인보다 베타아밀로이드가 5% 더 침착됐다. 

수면 질 나쁘면 베타아밀로이드 '청소' 안된다?

수면 질이 어떤 기전으로 뇌내 베타아밀로이드 침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사람이 활동하는 동안 뇌내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학계에서는 수면 질이 나쁘면 뇌세포가 계속 활동해 베타아밀로이드 '생산' 또는 '청소(제거, clearance)'에 문제가 생겨 베타아밀로이드가 침착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구체적으로 수면 시간이 적거나 자주 깨는 사람은 뇌 활동 시간이 늘어 수면 질이 좋은 사람보다 베타아밀로이드가 많이 생성된다는 게 첫 번째 가설이다. 

두 번째 가설은 수면 질이 나쁘면 뇌에 쌓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청소되지 않아, 뇌 활동 중 쌓인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깨어있는 동안 뇌에 쌓였던 베타아밀로이드는 수면 중 뇌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을 통해 배출되는데, 수면 질이 나쁘면 베타아밀로이드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두 가지 가설 중 베타아밀로이드 생산보단 청소 문제에 주목한다.

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고령 환자의 베타아밀로이드 농도를 분석한 결과, 생산량은 일반인과 유사했지만 생산 후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면 시간이 줄거나 수면 질이 나쁘면 베타아밀로이드 청소가 잘 되지 않아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여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중장년기'부터 수면 질 관리해야"

이에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위해 중장년기부터 수면 질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츠하이머병은 65세 이상 고령자에서 발병률이 높지만, 그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는 40~50대부터 뇌에 침착된다는 이유에서다. 

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고혈압, 당뇨병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수면 질도 알츠하이머병 위험인자라고 볼 수 있다"면서 "위험인자를 중장년기부터 관리해야 알츠하이머병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의료진은 환자 문진 시 음주, 흡연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처럼 수면 상태도 기본적으로 물어봐야 한다"며 "수면장애가 있다면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면장애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균관의대 홍승봉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수면 질이 나쁘면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제거되지 않아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할 수 있다"면서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위해서는 제대로 잠을 자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장애가 있음에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수면 질과 알츠하이머병의 인과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향후 대규모 장기간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수면 질과 알츠하이머병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면장애를 치료한 환자군과 치료하지 않은 환자군의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이를 확인한 대규모 연구는 아직 없다"며 "향후 수면장애 치료군과 비치료군간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평가한 대규모 장기간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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