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치료의 치매 예방 효과, 고위험군에만 있다?
고혈압 치료의 치매 예방 효과, 고위험군에만 있다?
  • 최상관 기자
  • 승인 2019.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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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3, 중등도 위험군에서 인지기능 개선 혜택 안 나타나
SPRINT-MIND, 고위험군 강력 조절 시 경도인지기능장애 발생 위험 낮춰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고혈압 치료를 통한 인지기능 혜택 및 치매 예방 효과가 심혈관질환 위험군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는 고혈압 치료의 인지기능 혜택이 확인됐으나, 중등도 위험군에서는 그 효과가 확인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 추적관찰 기간이 길지 않고 인지기능장애 발생에 여러 위험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세분화된 고혈압 치료전략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향후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혈압 치료로 인지기능장애 예방

고혈압 치료의 인지기능 혜택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치매 발생의 주요 원인이기에, 대부분 관찰연구에서 수축기혈압이 잘 조절되면 인지기능장애 및 치매 발생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된다.

지난 2013년 Joutnal of Hypertesion에 실린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항고혈압제 치료가 인지기능 감퇴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Journal of Hypertension. 2013;31(6):1073-1082).

고혈압 치료로 인지기능장애를 막을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이면서, 2018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는 성인 고혈압 환자에서 인지기능장애 및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고혈압 치료를 고려하라고 주문했다(권고등급 IIa, 근거수준 B).

심혈관질환 위험도 따라 인지기능 혜택 달라

지난달 27일 Neurology에 실린 HOPE-3 하위분석 연구와 1월 29일에 JAMA에 실린 SPRINT-MIND 하위분석 결과,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고혈압 치료의 인지기능장애 및 치매 예방 효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HOPE-3 연구에 따르면 중등도 심혈관질환 위험군에서는 항고혈압제와 지질저하제 치료가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연구에는 등록 당시와 연구 종료 시 숫자-기호 대체 시험(Digit Symbol Substitution Test, DSST)등 인지기능 평가를 받은 환자 1626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심혈관질환이 없으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하나 이상 갖고 있었다. 연령의 중간값은 74세였고, 59%는 여성이었다.

환자들은 항고혈압제인 칸데사르탄/하이드로클로로티아자이드 치료군(항고혈압제군), 지질저하제인 로수바스타틴 치료군(지질저하제군)과 위약군으로 나눈 후 DSST 점수를 통해 인지기능을 평가했다.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5.7년이었다.

그 결과 항고혈압제군과 지질저하제군의 DSST 점수는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위약군과 비교해 항고혈압제군은 0.91점(95% CI -2.25~0.42) 지질저하제군은 0.54점(95% CI -1.88~0.8) 낮았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항고혈압제 또는 지질저하제가 인지기능 악화나 개선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SPRINT-MIND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는 강력한 혈압조절에 따른 인지기능장애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50세 이상 고혈압 환자 9361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들은 당뇨병이나 뇌졸중 병력이 없었다.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5.11년이었다.

분석 결과 강력한 혈압조절군은 표준 혈압조절군(140mmHg 미만)과 비교해 경도인지기능장애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었다. 게다가 경도인지기능장애와 치매로 추측되는 경우를 모두 분석한 결과에서도 강력한 혈압조절군에서 그 위험이 표준 혈압조절군 대비 15% 유의미하게 감소했다(HR 0.85; 95% CI 0.74~0.97).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Jackie Bosch 교수는 "SPRINT-MIND 연구 참여자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고혈압 환자였다. 그러나 HOPE-3 연구 참여자는 중등도 심혈관질환 위험군이며 대부분 혈압이 높지 않아, 고혈압 치료의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지난 2016년 발표된 HOPE-3 탐색전 분석(exploratory analysis)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인지기능장애가 늦게 진행됐다. 이들에게는 고혈압 치료에 따른 인지기능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심혈관질환 위험도 차이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분석에 포함된 환자 연령, 인지기능검사 도구의 차이에 따라 고혈압 치료를 통한 인지기능 혜택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구와 함께 실린 편집자 논평에서 호주 글로벌 건강 연구소 Craig Anderson 박사는 "HOPE-3 하위분석에 포함된 환자는 70세 이상으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병태생리학적 과정을 역전시켜 인지기능장애를 예방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라며 "또 민감도가 더 높은 인지기능검사를 통해 분석한다면 항고혈압제 치료 혜택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구의 HOPE-3 연구 추적관찰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대 구로병원 박창규 교수(순환기내과)는 "HOPE-3 연구 추적관찰 기간은 5.7년으로 인지기능장애 또는 치매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에는 기간이 다소 짧다"면서 "10년 이상 장기간 추적조사를 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위험군별 치료전략 세분화? 아직 논할 단계 아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 또는 인지기능 혜택을 위해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고혈압 치료전략을 세분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인지기능장애 및 치매 예방을 위한 고혈압 치료' 권고를 추가하기까지 10년이 걸린 만큼, 더 많은 컨센서스가 모여야 한다는 데 중지가 모인다.

박 교수는 "치매는 위험요소가 다양하다. 고혈압 하나로만 치매가 발생하지 않는다. 우선 치매 환자에서 고혈압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 자체가 쉽지 않다. 환자가 제대로 항고혈압제를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치매가 발생하면 혈압이 떨어지기도 한다"면서 "치매 발생을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파킨슨병은 치매까지 발전하는 기간이 워낙 길고, 여러 위험요소가 작용하므로 치매 예방을 위한 고혈압 치료전략을 세부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이승훈 교수(신경과)는 "고혈압 치료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혜택은 확실하지만 HOPE-3 연구와 SPRINT-MIND 연구를 놓고 위험군에 따라 세분화된 고혈압 치료전략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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